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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부모로 산다는 것은…

등록 2015-05-26 09:40:42   최종수정 2016-12-28 1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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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어느 날 지인 한 분이 고등학교 1학년생 딸이 방황해 아빠로서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하소연해 왔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아이가 중학생일 때 그분이 아내와 이혼해 딸은 주 중에는 엄마, 주말에는 아빠와 시간을 보내왔다. 문제는 아이가 중학생일 때는 전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공부도 잘했고 성격도 명랑했으나 부모가 이혼하자 말 수도 급격히 줄고 학업은 물론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엇나간 태도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나오고 일주일 뒤 당사자를 만나보니 역시 꿈도, 기대도 없이 그냥저냥 살고 있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등의 내용을 점검하듯 한 시간 남짓 대화를 나눴다. 동석한 지인에게도 딸에게 지원해야 할 내용과 함께해야 할 과제들을 내줬고, 부녀에게 약속을 받았다. 내용은 사실 별것 없었다. 딸이 뮤지컬과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고 하니 한 달에 한 번씩 뮤지컬과 영화를 함께 보고, 딸과 대화를 한 주에 한 시간씩 하되 아빠가 과거 대화라고 착각했던 것과 같은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가 아닌, 그 내용이 무엇이든 오직 딸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라는 것이었다.

 상담 이후 지인으로부터 변모한 딸에 관한 소식을 여러 차례 듣고 필자도 놀랐다.

 “아이와의 대화 시간이 점점 늘어나 기쁘다, 아이의 처지를 다시 알게 됐다, 아빠로서 반성했다, 아이가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가 카이스트에 합격했다, 안 원장님 덕에 딸아이가 바로 서게 됐으니 은인으로 삼겠다…. ’ 실로 놀라운 결과였다.

 비단 지인 부녀의 변화뿐만 아니라 연기자 제자들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경험하게 한다. 자타공인 필자는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필자도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내 자식의 일이다. 나를 돌아보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도 부족하고,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을 일삼는다. 성장을 기다리지 못해 조급증을 내고, 때로는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자녀들이 보기에 비호감 아빠의 모습이다.

 실수와 실패로 좌절하고 방황하는 제자들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니 힘내라. 다시 점검해보자. 한 번 더 시도해봐라, 내가 도와주겠다. 선생님이 끝까지 함께 한다’고 줄곧 이야기해 왔고, 스스로도 제자들의 회복과 성장을 아주 오랫동안 잘 기다려주는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왜 내 아이들에게는 그게 안 될까.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옛말처럼 나도 그런 것일까. 내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넘어 참 씁쓸해지기까지 한다. 오늘도 딸 아이와 동갑내기 연기자인 김유정과의 상담이 예약돼 있다. 오늘 상담에서 어떤 좋은 이야기를 해줄까 벌써 기대된다.

 아빠로 산다는 것! 어렵다. 내 자녀에게도 선생님 입장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들어주는 일, 격려하며 기대하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울까도 생각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시도해야겠다. 필자 역시 자녀와의 좋은 관계를 잃고 싶지 않기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선 남들에게 상담하고 제안하는 내용을 나부터 시도해봐야겠다. 내게 들은 대로 다들 실행해서 많이들 좋아졌으니 내 방법이 나쁘지 않겠지.

 안혁모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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