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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월급 받는데 모이는 돈은 왜 다르지?

등록 2015-06-01 14:12:32   최종수정 2016-12-28 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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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흔히 금융 전문가들은 미혼 직장인들은 월급의 50~60%를 저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금 대비 가장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기가 ‘이때’라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등의 부담이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우체국 예금과 보험 상품을 활용한 자산관리 상담을 받는 직장인.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한정선 기자

 #1. 국내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30대 초반 A씨는 3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월급을 받는다. 맞벌이인 A씨 부부는 슬하에 자녀 1명을 두고 있다. 자녀 교육비와 기타 비용 등은 아내가 맡고, A씨는 집을 마련할 때 대출을 받은 까닭에 원리상환금으로 월 90만원씩 갚아나가고 있다. 매월 적금 통장 두 개로 빠져나가는 돈은 총 50만원. 이 중 월 30만원씩 붓는 적금은 훗날 대출상환용이다. 모아도 빚 갚는 데 쓰일 돈이다. A씨는 남은 월급으로 개인연금보험에 50만원, 적립식 펀드에 10만원씩 투자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2. 외벌이 직장인 B씨(36)는 한 달에 270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지만, 아파트 대출 원리상환금으로 70만원, 10만원이 넘는 B씨 부부의 핸드폰 요금과 보험료 약 17만원 , 아파트 관리비 10만원 등과 각자 카드값으로 월급을 고스란히 지출한다. “여력이 없어서 저축액은 그야말로 0원”이라는 게 B씨의 답이다.

 #3. 결혼할 때 부모님이 전셋집을 장만해 주신 덕분에 대출을 받지 않은 직장인 C(34)씨. 월급 320만원 중 120만원을 저축하고, 장기 적금에 70만원을 넣고 있다. 프리랜서 파티시에인 부인이 임신해 일을 쉬고 있다는 C씨 부부가 생활비로 사용하는 돈은 100만원. 부인이 일할 때는 조금 더 생활비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월급 중 나머지 30만원을 꼬박꼬박 기부하고 있다.

 월급 액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부모 도움으로 전셋집을 마련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직장인 C씨는 월급의 절반이 넘는 돈을 저축할 수 있다. 반면 A씨와 B씨는 집을 마련하면서 대출을 받은 탓에 한 달에 원리상환금으로 70만~90만원을 꼬박꼬박 지출해야 한다. 때문에 외벌이인 B씨는 아예 돈을 모을 여력이 없고, A씨는 맞벌이라 형편이 그나마 조금 더 나은 덕에 매월 개인연금보험과 적립식 펀드에도 투자하고, 저축성 적금도 20만원을 할 수 있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기혼 직장인의 경우 좀 더 윤택한 삶을 위해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절실하지만, 미혼 직장인의 경우에도 부모의 경제적 도움 유무가 저축액에 더 큰 차이를 보여준다.

 #4. 부모 집에 살며 대기업에 재직 중인 미혼여성 D(30)씨는 월급 300만원을 받아 250만원을 모두 적금에 쏟아 붓고 있다. 결혼 전 1억 원을 모으는 게 목표인 B씨는 월급에서 250만원을 제외한 50만원과 부모로부터 받는 용돈 50만원을 합친 월 10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적금 액수를 안 줄이고, 대신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이유는 월급을 계획 없이 쓸까 봐 부모가 염려했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은 결혼하기 전 한꺼번에 갚기로 약속한 처지이지만, 목돈을 모으고 있어 크게 염려하진 않는다.

 #5.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직장을 다니는 미혼여성 E씨(31)는 월급의 약 38%가 주거와 관련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게다가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A씨가 한 달에 미래를 위해 쌓아두는 돈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결혼 여부를 떠나 30대 직장인이 사실상 할 수 있는 재테크는 예·적금이 대부분이다. 개인 능력에 따라 다양한 재테크 방법으로 자산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이야기다.

 흔히 금융 전문가들은 미혼 직장인들은 월급의 50~60%를 저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금 대비 가장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기가 ‘이때’라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등의 부담이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모가 주거비와 생활비 등을 부담해줄 때나 가능하다.

 결혼해도 ‘부모님 찬스’는 유효하다.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는 경우 한 달에 대략 100만원 남짓한 돈을 원리상환금으로 지출해야 하지만, 부모 도움으로 집을 준비하게 되면 남들이 지출하는 이 금액을 모두 저축할 수 있다.

 30대 초반 직장인이 받을 수 있는 월급은 대략 300만원이 채 안 된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30~34세, 근속연수가 3.9년인 대졸 직장인의 월 급여총액은 287만원이다.

 한 달에 300만원이 되지 않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이 스스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쓰면서 자산 축적에 집중하긴는 쉽지 않다. 

 우리은행이 월 200만~300만원의 급여를 받는 30~35세 16만명의 통계를 낸 결과, 이들은 한 달에 저축하는 금액은 62만원에 그쳤다.

 경희대 경제학과 민인식 교수는 “임금 수준이 오르지 않더라도 부모 도움에 따라 자산 축적과 소비수준 유지가 가능한 계층이 존재한다”면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가진 부모가 자산으로 얻는 소득을 자녀들에게 생활비로 주거나 나중에는 그 자산을 물려줌으로써 부가 대물림된다”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최승섭 부장은 “현재 주거비 수준은 30대뿐만 아니라 대부분 세대가 자기 월급에서 부담하기 어렵다”며 “생활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인데 앞으로 더욱 주거비가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므로 전·월세 상한제 등 정부가 대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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