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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통해 본 박근혜 정부, 해외 시각은?

등록 2015-06-13 13:03:29   최종수정 2016-12-28 15: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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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불투명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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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알람(말레이시아)=뉴시스】박영태 기자 = 말레이시아 NEW STRAITS TIMES 신문이 11일자 지면에서 1면부터 한국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고 있다. 11일에는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스타디움 샤알람에서 한국축구대표팀과 UAE(아랍에미레이트)의 친선 경기가 열린다. 2015.06.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총 25명이 발생하던 지난 6월2일. 김모씨가 정부로부터 얻은 정보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라’는 권고 뿐 이었다.

 불안감을 느낀 김모씨는 이날 오후 메르스 환자가 방문한 병원이 적시된 명단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유언비어’로 규정,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후 김씨는 SNS를 통해 메르스 발생지역이 표시된 ‘메르스 확산지도’(http://mersmap.com/)도 알게 됐다.

 사흘 뒤 정부가 마침내 메르스 발생·경유 의료기관을 공개했지만, 그가 습득한 정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부가 처음부터 정보를 알려줬다면 바이러스 확산도 막고 혼란도 없었을텐데…’라는 생각에 김씨는 화가 치밀었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 및 방문 병원 명단을 발표하자 ‘뒷북행정’이라며 정부의 뒤늦은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NS과 포털 등 온라인에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고 있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공식 발표한 병원 중에는 소재지나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것까지 있어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18일이 지나서야 메르스에 노출된 24개 병원 정보를 공개했다. ‘병원명단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환자와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나선 뒤다.

 그러나 확진환자는 130명(13일 현재 138명)을 넘어섰고, 14명이 사망했다. 메르스 자택·시설 격리자는 3680명, 발열 등 증상이 있는 감염의심자는 3711명으로 늘었다.

◇‘여행자제’ 국가 느는데…경제위축이 과민반응 탓?

 메르스 확산이 계속되면서 홍콩, 일본, 타이완 등 주변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의 대응책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홍콩정부는 한국 여행시 메르스 감영위험이 높다고 판단, 여행경보를 황색에서 홍색 경보로 상향 조정했다. 이달 중 한국 단체여행 600팀, 총 1만2000명의 여행이 모두 취소될 예정이다. 마카오도 메르스 대응 단계를 고도 경계로 격상했으며, 러시아 관광청은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단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고 여행을 금지할 단계는 아니라고 전했다.

 해외 관광객들의 방한이 급감하면서 국내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들어 전날 11일까지 메르스로 방한을 취소한 외국인은 9만5300명에 이른다. 특히 항공업계는 중국과 대만, 일본 관광객들이 예약을 대거 취소함에 따라 2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르스 확산으로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내수경제가 휘청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메르스가 한달 안에 진정되더라도 2~3분기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올해 GDP 성장률은 0.15%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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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대책을 발표한 7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대책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15.06.07.  [email protected]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정작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신뢰상실로 파장이 커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영상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유언비어와 SNS 상의 사실과 다른 내용들에 대해서도 단단히 대응해달라” “과민 반응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소비를 줄여 경제침체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 불안감은 유언비어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불안과 朴정부의 ‘불투명성’간 상관관계

 그러나 국민들의 인식은 정부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는 메르스 첫 환자 발생 직후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대통령·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참여연대가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과 함께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 전국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해 책임이 가장 큰 인물로는 박근혜 대통령(43.3%)이 꼽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30.4%), 지방자치단체장(11.8%)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감염자 발생 병원·지역 정보도 진즉에 공개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88%)이었으며,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 대응에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불안은 발병 관련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한 정부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월드어페어즈’(World Affairs)지는 4일 “시민들의 염려로 혼란을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 정부는 당연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미국 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밝혔다.

 듀크대학교 프리실라 왈드 여성학 교수는 특히 “한국정부가 좀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시민들은 미디어나 온라인, 영화 등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포심을 갖는데 정부는 이런 염려를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리딩대 바이러스 전문가인 이안 존스 교수는 지난 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발병 환자 거주지와 환경 등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통제방법이다”며 “(정부의) 투명한 대처가 메르스 발병을 줄여나가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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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한국정부 ‘정책결정 투명성’ 순위 [email protected]
 상당수 외신들도 이와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8일 “메르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던 한국 정부가 결국 여론에 떠밀려 24개 메르스 발병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갈수록 초라해지는 ‘정책결정 투명성’

 이런 평가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메르스 이슈 뿐 아니라, 지난해 세계 각국의 정부자료 공개 투명성 평가에서 전년보다 5계단 후퇴한 17위를 기록했다. 월드와이드웹 재단이 지난 1월20일 86개국을 대상으로 정부 자료를 비롯한 공공데이터의 개방 현황을 조사한 ‘2014년 오픈데이터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 100점으로 1위, 미국은 92.6점으로 2위, 스웨덴은 83.7점으로 3위다.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에 대한 점수는 훨씬 더 초라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정부의 ‘정책결정 투명성’(제도적 요인)은 전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는 캄보디아나 브룬디보다도 낮은 133위를 기록했다.

 2008년 44위에서 2009년 100위, 2010년 111위, 2011년 128위, 2012년 133위, 2013년 137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도 정부정책 투명성이 더 악화된 것이다.

 한국이 받은 점수는 7점 만점에 3.1점으로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6.1점)와는 두 배나 차이가 난다. 홍콩 4위(5.8점), 대만 9위(5.4점), 일본 11위(5.3점) 등 같은 아시아권역 정부들이 상위권에 든 것과도 비교가 된다.

 최근 허핑턴포스트는 메르스 사태 관련, “한국정부가 의미없는 비밀주의로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선진국들은 한국정부의 ‘불투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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