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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①]가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등록 2015-06-22 10:58:24   최종수정 2016-12-28 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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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한윤식 기자 = 40여 년 만에 유례없는 가뭄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강원 춘천 소양호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역대 최저치인 152.5m를 기록하고 있으며 저수량을 26.1%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5.06.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서상준 기자 = 가뭄이 길어진 탓에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이 신음을 토하고 있다.

 특히 인천 강화, 경기 지역의 농가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인천 강화의 저수율은 5%(평년 55.4%), 경기 지역 저수율도 32%(평년 5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급기야 벼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들이 모내기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 15일까지 가뭄 피해를 본 농경지는 전국 6494㏊에 이른다. 모내기가 지연되거나 물마름이 나타난 논이 2786㏊, 고사 직전인 밭은 37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내 최소 100㎜ 이상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가뭄)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물 부족으로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태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뭄이 지속하면 해당 지역의 경제적 손실도 커진다. 서민 경제에도 악영항을 끼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12월(0.8%) 이후 6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갑당 2000원)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서민이 체감하는 '식탁 물가'는 매월 상승하고 있다. 하반기에 라면, 맥주, 소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장마가 늦어져 마른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달에 많은 비가 오지 않으면 7~8월 출하되는 여름 채소 값은 더 오를 게 분명하다.

 가뭄은 심한 강수량 부족으로 인해 농사 등에 피해를 주는 기상재해를 의미한다. 수문학적으로는 물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물 부족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이 주요 산업이다. 따라서 농작물의 생육과 관련해 가뭄은 절대적 중요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서는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여름은 물론, 겨울부터 봄까지 거의 사계절 내내 발생하고 있다. 그 피해도 대형화하는 추세다.

 가뭄은 그 피해를 파악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극복하기 힘든 자연재해로 사회·경제·환경 등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가뭄으로 인한 상황 ▲서민 가계에 미치는 영향 ▲정부 대책 등이 어디까지 왔는지 들여다보자.

 ◇올 강수량 41%…일부 지역 모내기 포기

 무강우 일수가 한 달가량 지속하는 등 40년 만의 ‘대가뭄’이 중부지방을 강타하고 있다.

 일부 농민은 모내기를 포기하는가 하면 모내기가 끝난 논도 고사할 지경에 처해 있다.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업인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심정이다.

 인천 강화, 경기 지역의 농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보통 6월 초까지 모내기를 끝냈지만, 올해는 가뭄이 길어지면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올 강수량(1월~6월12일)은 118.6㎜로 평년(289.6㎜)의 41%에 불과하다. 전국 저수량도 54.2%로 평년(60.3%)보다 훨씬 낮다. 특히 인천 강화의 저수율은 5%(평년 55.4%) 수준으로 파악됐다. 경기 지역 저수율도 32%(평년 53%)에 머물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며 “특히 파주 (군내면) 대성리 쪽은 모내기를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일주일 동안 가뭄이 지속하면 모내기를 끝낸 경기, 인천 지역 일부 농경지도 고사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피해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 주말(13~14일) 소나기를 동반한 비가 내려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경북 지역도 밭작물을 중심으로 피해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경주 지사가 관리하는 76개 저수지 중 저수율이 50%가 안 되는 곳은 20여 곳에 이른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주(20일 전후)까지 많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존에 모내기한 벼와 밭작물이 말라죽고, 더 심해지면 과수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 현재 전국적으로 모내기를 위해 물 을 가둬 놓거나 모내기를 완료한 논은 40만7000㏊로, 전체(52만 7000㏊)의 77.3%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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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뉴시스】한윤식 기자 = 17일 오후 유례없는 가뭄으로 소양호 수위가 낮아지며 바닥을 드러낸 강원 인제군 남면 하수내리 소양호 상류의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갈라진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2015.06.17  [email protected]
 감자, 옥수수, 배추 등 밭작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종을 마친 작물의 잎이 말라버리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거나, 일부 지역은 파종과 정식(아주 심기)을 미루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가뭄 피해를 본 농경지는 전국 6494㏊에 이른다. 모내기가 지연되거나 물 마름이 나타난 논이 2786㏊, 고사 직전인 밭은 370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기미를 보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 저수량이 줄어든 저수지에 대한 준설비 30억원을 긴급 투입기로 했다.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저수지 바닥에 쌓인 흙을 걷어내고 더 많은 물을 가두려는 것이다. 준설대상은 가뭄 지역 저수지 중 저수량이 30% 미만인 16곳이 대상이다.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용수개발사업비(가용액 64억원)를 추가 지원하고 정식·파종 지연 면적에 대한 관수장비와 급수차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농사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정과 하상 굴착, 저류시설 설치 등을 통해 용수원 확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분간 큰 비가 예고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쏠리고 있어 가뭄 사태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장마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늦은 7월 초순께나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가뭄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100㎜가량의 비가 와야 하고, 최소 밭작물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도 50㎜는 내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다행히 지난 13~14일 서울, 경기도를 비롯해 강원도에 비가 내렸다. 하지만 일부 국소지역에 내린 소나기성 비라 중북부 지방의 가뭄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소양·충주댐 수위 역대 최저치 근접

 중부내륙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수도권 식수원 고갈도 우려된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의 식수원인 충주댐과 소양강댐은 역대 최저 수위에 근접했다.

 지난 11일 만수위 141m인 충주댐 수위는 115m까지 내려갔다. 1985년 충주댐 완공 이후 최저수준이다.

 소양강댐은 더욱 심각하다. 1973년 10월15일 준공된 소양강댐의 현재(지난 15일) 수위는 152.53m로, 1978년 6월24일 최저수위 151.93m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 유입량은 초당 0t으로 댐이 말라버린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의 식수원인 충주댐과 소양강댐의 고갈을 막기 위해 댐 간 연계 운영을 시행하기로 했다.

 발전 댐과 소양강·충주댐을 비상 연계 운영해 용수를 비축할 경우 최대 21일 가량 경계경보 발령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수계의 지난 1~5월 강수량은 예년 대비 61% 수준이며, 저수율(25.4%)은 예년 대비 6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주댐과 소양강댐의 현재 저수율은 충주댐 23.3%, 소양강댐 27.3%로 평년의 6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토부는 올해 댐 용수 부족 시 선제적 용수공급 조정을 통해 댐의 용수 공급 능력을 유지하는 ‘선제적 용수비축방안’을 처음 도입했다. 이를 통해 횡성댐과 소양강댐, 충주댐의 하천유지용수를 감축해 1억3500만t의 용수를 비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가 계속 내리지 않을 경우 수도권 농업용수나 생활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경제활동은 가능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단기 대책 말고 중장기 대책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책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단기대책이었다. 매년 추가적인 비용만 상승시켜 생산비만 증가하게 만든 셈이다.

 매년 반복되는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관정개발 ▲대형 저수조 개발 등 물 공급 방법과 ▲가뭄에 강한 종자 개발 등 중장기 대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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