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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그리운 통영의 삼시세끼

등록 2015-06-22 09:54:15   최종수정 2016-12-28 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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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얼마 전 tvN에서 방송하는 ‘삼시세끼’를 봤다. 도시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선 시골에서 생고생하며 해내는 프로그램으로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는 배우 이서진, 그룹 ‘2PM’의 옥택연, 김광규 등이 출연하고 있고, 번외편인 어촌편에는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출연했다.

 그들의 고생스런 민박집 생활을 보면서 필자는 ‘단 며칠만이라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나는 저렇게 살아봤다’는 추억 속의 동질감도 느꼈다.

 1993년 필자는 극단 ‘수레무대’ 창립단원으로 연극 ‘스카펭의 간계’에 ‘스카펭’을 맡아 참여했다. 당시 극단의 모토가 ‘지방에서의 연습과 공연을 거쳐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일정을 마무리 한다’였다. 가진 것은 젊음의 열정과 패기가 전부였던 청년 11명은 경남 통영시 잠포마을에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7시간 동안 차를 달려 도착한 잠포마을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마을에서 산을 하나 넘어서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에 안착했다. 이때부터 통영의 삼시세끼가 시작됐다.

 아궁이와 구들장을 직접 손보고, 도배와 장판을 새로 깔았다. 마당의 잡초를 제거했으며, 전선을 새로 연결하고 전등도 교체했다. 귀신 나올 것 같았던 재래식 화장실을 폐쇄하고, 같은 방식이지만 대문 밖 언덕에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워 틀을 만들고 문을 달고 두꺼운 천을 둘러 볼일 보는 개인의 보안도 유지했다. 아침이면 톱과 낫을 들고 산에 올라가 산림청에서 베어 놓은 나뭇가지를 모아 지게에 잔뜩 얹어 일어서다 중심을 못 잡아서 지게와 같이 자빠져 다치기도 했고, 아궁이에 장작을 너무 많이 때서 뜨겁게 달궈진 방바닥에 발을 대지 못한 적도 있었다. 바닷가에 호미를 들고 나가 바지락을 캐다 조개탕, 조개구이를 해 먹고, 일주일에 한 번씩 통영 시내에 나가 단체 목욕도 했다. 지붕보다 높고 큰 동백나무에 줄을 달아 그네를 타기도 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아 돌 구이 삼겹살을 먹는 재미에 집을 둘러 싼 돌담이 점점 무너져 갔지만, 우리 모두는 즐겁기만 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시골생활의 불편함을 참아내고 느릿느릿 적응하면서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연극 연습에 몰두했다. 그곳에서 보낸 청년기 6개월을 돌이켜보면 돈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요즘은 돈과 시간이 있으면 편리하게 글램핑을 즐길 수도 있고, 펜션이나 리조트 식당에서 남이 해주는 밥을 먹을 수도 있다. 귀찮고 힘든 일은 꺼려하면서도 낭만적인 추억은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방송에서 무엇이든 설렁설렁 시도하고 실수도 하면서 사람 좋게 허허 웃어대는 옥택연을 보면 누구라도 시골에만 가면 행복한 여유를 누릴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길 것이다.

 방송에 미처 담기지 않은 수많은 불편함과 귀찮음이 있고. 느려서 답답하기도 한 ‘깡촌 생활’의 단면을 마치 쓴 약에 옷을 입힌 당의정처럼 재미있고 훈훈하게 편집한 삼시세끼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느릿느릿 어설프게 살아가는 삶의 참 재미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안혁모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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