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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조출연의 그늘①]사라진 출연시간…"일 끊길까 말도 못해"

등록 2015-06-22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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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 드라마 보조출연자로 활동하는 A씨. 그는 지난해 12월 종영한 SBS 드라마 ‘비밀의 문’에 출연했다. 하지만 올 1월 말 통장에 찍힌 출연료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지난해 11, 12월 급여가 촬영시간에 비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기획사에 급여표를 요청했지만 "개인에게는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이 정확하지 않다"며 "의문이 있어도 급여표를 보여주거나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단역, 엑스트라 등 보조출연자들의 소속 기획사가 출연자들에게 제대로 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보조출연자노조)이 지난 2월 '비밀의 문' 드라마 제작사에 확인한 결과, B기획사가 A씨의 출연료 명세서에 명시한 촬영 시간이 제작사가 기록한 시간보다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사 측이 공개한 지급 내역서에는 지난해 11월27일 A씨의 촬영 시작시각은 오전 10시30분, 종료시각은 28일 오전 1시15분으로 기록돼있다. 하지만 B기획사가 A씨에게 지급한 출연료는 시작시각 오전 11시, 종료시각 오전 0시25분이었다. A씨가 일했던 14시간45분 중 시작시각 30분, 종료시각 50분이 증발된 것이다.

 12월4일 촬영분도 마찬가지다. 제작사에 따르면, A씨의 촬영 시작시각은 오전 3시30분, 종료시각은 5일 오전 0시58분이었다. 하지만 기획사가 밝힌 시작시각은 오전 4시30분으로 1시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B기획사는 "출연시간은 제작사로부터 확인받은 검수조서의 (시작·종료)시각을 근거로 산정했다"며 "업무 착오로 인해 과소 지급된 것을 발견했다"면서 3달여 만인 지난 4월말 2만6049원을 추가 지급했다.

 문제는 A씨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11월27일과 12월4일 양일간 '비밀의 문'에 출연한 보조출연자만 180여명이다. 이중 A씨와 동일한 시간대에 촬영한 출연자는 30여명이다. A씨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최소한 80여만원의 출연료가 기획사 주머니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조 측은 현재 '비밀의 문' 보조출연자의 전체 출연료 지급 현황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획사는 "체불금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다만 기획사는 보조출연자가 직접 요청할 경우 명세서를 발급, 지급 내역을 확인해주겠다는 입장이다. A씨의 사례를 통해 지난해 10~12월 출연자 일부를 선별, 표본으로 조사해 지급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지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사로부터 일을 '배급'받는 출연자들이 선뜻 나서기는 어렵다. 급여를 따지는 순간 '아웃'이라는 방정식은 이미 업계에 공공연하기 때문이다.

 A씨는 "촬영에 얼마나 많은 보조출연자들이 투입됐는지 생각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일일이 걸고 넘어질 수 없고, 일을 받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다들 쉬쉬한다. 알면서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 보조출연자들의 심경은 오죽하겠나"라고 씁쓸해했다.

 ◇교통비·식비·지역지원금까지 수수료 떼어가는 기획사

 기획사로부터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의 급여를 받는 보조출연자들은 다른 수당에서도 수수료를 떼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지난해 출연자에게 제공한 식비는 한끼당 6200원이었다. 오전 0~5시에 출발·도착할 경우 교통비가 각각 9000원, 지방에서 촬영할 경우 상경 시간당 지역지원금 5000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보조출연자에게는 온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기획사들은 수수료로 식비에서 700원, 교통비 1500원, 지역지원금에서 시간당 1000원을 떼어갔다.

 일례로 지난해 11월27일 경북 문경에서 촬영했던 A씨의 경우 식비 1만1000원(2끼), 교통비 7500원, 지역지원금(4시간) 1만6000원을 받았다. 당초 받아야 할 돈은 4만1400원이었지만 7000원 가량이 기획사로 빠져나갔다.

 올해는 식비 6350원(MBC·SBS)·6300원(KBS), 교통비 9000원(MBC·SBS)·10000원(KBS), 지역지원금 시간당 5580원(MBC·SBS)·5000원(KBS)으로 비용이 일부 올랐지만 기획사들이 지급하는 돈은 식비 6000원, 교통비 8000원, 지역지원금 4500원으로 일괄 책정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식사를 줄 경우 제공된 밥값과 관계없이 식대를 제외하며, 교통비는 심야시간에 택시를 타기에 부족한 비용이다. 먼 지방 촬영에서는 약 3만4000원의 숙박비가 나오지만 찜질방이나 여관방을 저렴하게 계약해 차익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출연료 수수료를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작사에 따르면 A씨가 지난해 11월27일 받아야 할 출연료는 11만500원이었지만 기획사가 지급한 돈은 7만8150원이었다. 수수료만 약 29% 수준이다. 추가 지급분을 합한 9만2477원에서도 수수료는 16.4% 규모다.

 보조출연자 C씨는 “출연료 외에 또다시 식비나 교통비 등에서 수수료를 떼는 것은 이중 착취”라며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B기획사 관계자는 "출연료 및 수당은 모든 기획사가 공통으로 적용하는 금액"이라며 "용역이라는 특성상 출연자 급여에서 세금과 운영을 위한 일반관리비(인건비, 임대료 등)를 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획사 측은 또 방송사가 제공하는 금액이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B기획사와 D기획사는 KBS가 야간시간 지급액을 지난해보다 삭감하면서 "적자를 강요"한다며 등록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B기획사 관계자는 "2~3년 전에는 수수료를 20% 정도 차감했지만 지금은 15~17% 정도다. 일반관리비와 세금을 충당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며 "방송사가 최저임금에 따른 인상률만 지급하고 있어 인상이 어렵다. 건강보험 등 보험료 등도 원가에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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