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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류 빅뱅/③영화]'중국 스크린쿼터 피하기' 합작 활발

등록 2015-06-23 14:33:12   최종수정 2016-12-28 15: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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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연·감독 + 중국 자본투자 많은 편 기획, 제작, 마케팅 등 전 분야서 협력 합작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현지화 추세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4월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더 세븐'은 세계에서 15억 달러(약 1조6600억원) 수입을 올렸다. 역대 개봉 영화 4위에 해당하는 흥행 성적이다. 북미를 제외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11억6000만 달러, 이중 33%(3억90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이 영화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상영됐다.(박스오피스 모조 참고)

 전 세계 개봉 첫주에만 5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린 할리우드 공룡 액션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의 해외 수익은 19일 현재 3억1500만 달러다. 이 영화가 이날까지 중국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1억 달러, 해외 수입의 약 31%다. 영화는 전 세계 67개국에서 상영 중이다.

 만약 '분노의 질주'와 '쥬라기 월드'가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분노의 질주'는 심지어 북미 현지(3억5000만 달러)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위의 두 사례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중국 시장 공략은 '필수'가 되고 있다. 영화 산업 또한 다르지 않다. 2008년 4000여 개였던 중국 스크린수는 2014년 기준 2만7105개로 급속히 늘었다. 북미 지역 스크린수가 4만여 개이고 국내 스크린수는 3600여 개 정도다. 단순 비교하자면 중국 영화 시장은 한국 영화 시장보다 9배가량 크다. 중국 영화 산업의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 배우 중심 한류의 한계

 한국영화계의 중국 공략은 당위적이다. 한국영화 사업을 이끄는 업체들의 중국 공략은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 영화계에 유리한 점이 있다면, 역시 '한류'다. 이민호, 김수현 등 한국의 젊은 남자 배우들은 중국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 최고 스타 중 한 명이 된 김수현은 중국에서 광고촬영·행사수입으로 수백억원 대 수입을 올렸다. 이민호의 중국 SNS 웨이보 팔로워수는 270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영화 한류'는 배우에 의존한 형태로 지속할 수 없다.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중국에 수출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영화 수입에 철저히 제한을 두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달 발표한 '2014 한류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분장제 영화(영화배급을 위탁해 흥행수입을 제작, 배급, 상여 주체가 나누어 갖는 방식) 연 34편, 매단제 영화(흥행 수익을 비롯한 일체의 배급권을 파는 방식) 연 30편으로 수입할 수 있는 영화를 제한하고 있다. 중국판 스크린 쿼터제이다.

 ◇한·중 합작으로 유지되는 영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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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한계를 극복하고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한·중 합작 영화다. 이 형태의 영화는 중국의 외국영화 수입제한 제도에 해당되지 않는다. 2014년 체결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영화 공동 제작에 관한 협정'이 그 바탕이다. 중국과의 합작 영화가 공동제작영화로 승인받는 경우 중국 내에서 자국영화로 인정된다.

 이민호가 출연을 확정하고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제작발표회까지 한 영화 '바운티 헌터스'는 한·중 합작 형태의 가장 최근 사례다. 중국 측의 하드웨어(제작비 등), 한국의 소프트웨어(콘텐츠 등)가 결합한 형태다. 이 영화의 제작비 350억원은 대부분 중국, 홍콩 자본이다. 대신 한국배우가 주연을 맡고, 연출 또한 한국 감독이 맡는다.

 한국 영화 산업의 중심에 있는 투자·배급사 CJ E&M, NEW, 쇼박스도 한·중 합작 콘텐츠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서나가는 건 CJ E&M이다. CJ는 2009년부터 한국영화를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것과 동시에 한·중 합작 영화를 꾸준히 만들며 성과를 내고 있다.

 CJ는 2009년 '해운대'를 시작으로 2011년 '7광구', 2012년 '연가시', 지난해 '명량' '설국열차' 등을 수출해 영화 한류를 이끌었다. 특히 '설국열차'는 7800만 위안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중국 개봉 한국영화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다.

 돋보이는 건 현지 제작사와의 합작 프로젝트의 성과다. 2009년 소지섭 주연의 '소피의 연애 매뉴얼', 2013년 '이별계약'을 내놓은 CJ는 지난해 '수상한 그녀' 중국판인 '20세여 다시 한 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20세여 다시 한 번'은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중국 배우와 중국 감독을 써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3억6500만 위안(약 650억원) 수입을 올렸다.

 윤인호 CJ E&M 홍보팀장은 "현재 한·중 합작 영화는 단순히 중국의 자본, 한국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며 "기획, 제작, 마케팅까지 가장 기초적인 단계부터 상영까지 모든 분야에서 중국 측과 합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쇼박스는 '국가대표'를 성공시킨 김용화 감독을 내세워 2013년 '미스터 고'를 내놨다. 또 다른 한·중 합작 프로젝트인 김태균 감독의 '두 도시 이야기', 곽재용 감독의 '나의 여자친구는 조기 갱년기'는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도 많다. 조근식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 속편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를, '조폭 마누라'의 조진규 감독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한경과 크리스를 내세워 '하유교목 아망천당'을, 허인무 감독은 유인나와 안재현이 호흡을 맞춘 영화 '웨딩다이어리'의 중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로 인해 흐려지는 한류

 한국영화계의 중국 진출은 단순히 합작 형태를 넘어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시장 공략 형태로 변화를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변호인' 등을 만든 NEW는 최근 화책미디어그룹과 협력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책은 중국 정강성 항주시에 본사를 둔 회사로 매년 1000편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골든타임 시장점유율이 15%를 넘기는 중국 최대 영상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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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책미디어그룹은 NEW에 535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한 상태다. NEW는 중국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대륙 공략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김형철 NEW 한국영화본부장은 "한국과 중국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콘텐츠를 개발해 영화화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 것이다"며 "화책미디어그룹과의 사업은 '자본금을 대는 중국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국'이라는 형태로 규정할 수는 없고,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쇼박스는 화이브라더스와 손을 잡았다. 3월25일 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영화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쇼박스는 중국에 쇼박스차이나를 세우고, 3년간 6편 이상의 한·중합작영화를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형태는 합작 형태이지만 그 내용은 NEW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현지화다. 한국 쪽에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맞지만, 중국 현지 시장에 어울리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수진 쇼박스 해외팀 차장은 "아마도 한국과 중국이 공동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의(정도로 현지화 된) 영화가 나올 것이다. 한국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노리기보다는 중국 쪽을 공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보여주는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 현지 상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게 영화 한류를 유지하는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중국 시장의 폭발성만 믿고 어설픈 콘텐츠를 내놓았다가는 결국 중국 자본에 의해 콘텐츠가 잠식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중국의 문화 관련 정책 변화에 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언제 어떻게 정책이 변할지 모르는 특성을 가진 나라"라며 "현재 중국은 콘텐츠의 질이 자본의 성장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 중국 당국의 정책도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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