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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심리상담센터, 상담사 이력 꼭 확인해야

등록 2015-07-21 16:09:01   최종수정 2016-12-28 15: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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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정선 기자

#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K(26·여)씨는 취업을 위해 한 달에 50곳 넘는 업체에 지원서를 냈지만, 떨어지기 일쑤였다. 여자로서 취업하기 어려운 나이라는 생각에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이 사회에서 과연 내 자리는 있을까?’ 초조해 밤잠도 안 오기 시작했다. K씨는 취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시적으로 잠이 잘 안 오는 건지, 소위 말하는 불면증이란 질환은 아닐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기 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K씨는 아픈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기 망설여졌다.

 정신 질환이 없는 사람들도 일상생활에서 불안, 수면장애 등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어려움이 정신질환의 증상인지, 아니면 지나가는 어려움인지 본인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치료해야 할 질환이 있어도 정신과에 쉽게 발을 내딛기는 어렵다.

 정신과에 선뜻 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민간 상담센터를 찾기도 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심리상담소, 심리상담센터, 심리상담실 등 명칭은 다르지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칭한다. 심리상담은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정신과처럼 약을 처방하지 않고 상담을 통해 치료한다. 그렇다 보니 면담 시간이 정신과보다 길어 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정신과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초진은 대개 2만원 내외, 재진부터 1만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하는 데 반해 심리상담 비용은 다소 비싼 편이다. 상담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1시간에 5만~10만원 선이다. 이처럼 비용은 상대적으로 많이 들지만, 대부분 30분 내외에 그치는 정신과 면담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정신과 진료기록이 남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상담센터를 찾는다.

 호주나 미국 등의 경우 상담심리도 보험 적용을 받아 비용부담이 낮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심리상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다.

 다만 현재 민간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상담센터는 허가제 형태가 아니라 누구나 개소할 수 있는 신고제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려면 상담가의 이력을 잘 살펴보고 가야 한다.

 고려대 교육학과 이상민(상담전공) 교수는 “상담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개소할 수 있다”며 “‘인생 상담’이란 사업자등록증 종목으로 개원하는데 전문성이 없는 사람에게 상담을 받다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훈련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담자에게 상담을 받다가 내담자에 대한 비밀보장 침해, 자살 위기 내담자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 부당한 상담료 징수 등 여러 측면에서 내담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다.

 상담심리사는 현재 국가 자격증이 없고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에서 발급하는 민간 자격증이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등 4개 관련 학회가 ‘정신보건증진 상담사’라는 명칭의 국가전문자격증을 개설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요새 각종 심리 센터가 난립하고 있는데 검증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려면 1급 자격증을 가진 이를 찾아가는 것을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어떤 곳?

 민간 상담센터 이용비용이 부담스러울 때 이용 가능한 곳으로 시·도 단위로 정신보건 사업을 수행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꼽을 수 있다.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1994년부터 지역 내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생활을 돕고자 직접 자택을 방문해 약물관리와 상담 등을 제공하는 ‘재가 정신질환자 관리’에서 출발했다. 서울에는 25개 지역구에 모두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있어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다고 느끼는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뿐만 아니라 지역 내의 전체적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고 있다. 경증의 문제에 대해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에게 자살, 자해, 타해 등의 위험이 있을 때 응급출동해 병원에 데려가기도 한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내용을 상당부분 처리할 수 있도록 사업 범위도 넓어졌다. 단 중증이고 만성화되기 쉬운 대상에 대해서는 지속적 관리를 하고 질병으로 볼 수 없는 경증의 수준은 일회성, 단기성 상담으로 도움을 준다.

 은평구정신건강증진센터 홍주은(정신보건간호사) 상임팀장은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길을 가다 ‘혹시 상담받을 수 있을까요?’라며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고 소개했다.

  단, 3~4회 상담으로 종결될만한 문제가 아니라 정신과적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병원을 연계해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정신건강증진센터 서용진(정신과 전문의) 센터장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치료를 받으러 가기 전 본인이 겪는 어려움이 병원에 갈만한 것인지, 아니라면 어디 가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보건전문가들이 면담을 통해 이를 구분하고 적합한 안내를 해 준다”고 밝혔다.

 병원으로 연계해 준 경우라고 해도 지속적인 관리를 해준다. 일명 ‘사례관리’다. 예컨대 ‘내 아이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방문해 면담을 받고 검사를 통해 병원을 연계해 준 뒤에도 본인이 원하면 선생님과 연락해 학교생활을 살펴보고 가족모임과 가족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하게 된다.

 서 센터장은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약물처방을 하지 않는다. 대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정서적 지지·교육적 상담 등을 제공하는 등 측면지원을 해주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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