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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한국영화

등록 2015-07-06 10:03:10   최종수정 2016-12-28 15: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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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 사람을 거꾸로 매달아 시멘트가 개어진 드럼통에 담갔다가 밖으로 들어 올렸다가 하면서 고문을 한다. 들어 올린 상태에서 각목으로 몸과 머리를 후려치기도 한다. 이윽고 원하는 답을 얻거나 매달린 사람이 죽으면 콘크리트를 친 드럼통에 넣고 뚜껑을 닫아 봉을 하고 배로 실어 바다로 나가 버린다.  

 #2. 늦은 밤 사람의 왕래가 별로 없는 골목에서 청소년들이 떼로 모여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오고 이를 발견하고 훈계하던 어른이 둘러선 청소년들에게 몰매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아주 무자비하게 밟히고 차이고 한참 어린 나이의 녀석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의 더한 수치를 당하는 모습이 보인다.

 #3. 아무런 이유도 없이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려치거나 늘 품고 다니는 칼을 쥐고 아주 빠르고 간결한 동작으로 상대를 죽인다. 죽인 후에는 아무런 죄책감도 두려움도 없이 그야말로 파리나 모기처럼 귀찮은 미물들을 해치운 듯 일상적인 모습이 보여 진다.

 #4. 왕따 여학생을 같은 반 학생들이 학교 건물 뒤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리고 머리에 밀가루와 계란, 까나리 액젓까지 들이부어 피해 여학생에게 수치와 굴욕감을 주는 행위를 한다. 이것은 가해여학생들이 그들의 ‘’짱의 생일을 맞아 벌인 생일 축하 이벤트였다. 이는 얼마 전 K본부에서 방영된 월화드라마 학교2015 후아유에서의 한 장면이다.

 필자는 그 피해여학생 ‘이은비’를 연기한 김소현의 연기 선생님으로서 김소현에게 연기지도를 하기 위해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장면을 보고 가해자 고등학생의 행위가 지나치게 악해 한동안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물론 앞에서 거론한 이야기들은 모두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사실이 아니라 극 중 이야기일 뿐이며, 이런 장면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극장에 가서 자녀들과 영화를 보려면 한국영화는 포기하고 외화를 선택하게 된다. 한국영화는 지나치게 야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있어서 자녀들과 보기도 불편한 데다 부모로서 자녀가 음란하고 폭력적인 환경으로부터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설령 내 아이가 부모도 알지 못하는 좋지 못한 면이 있더라도 내 앞에서 (그런 장면들을 보는 것을)허락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가 갖는 같은 마음일 것이다.

 범죄영화를 모방하게 하고, 어설픈 범죄의 성공률을 높이도록 가다듬을 수 있게 하며, 아주 친근하고 쉬워진 범죄행위에 ‘나도 한 번?’이라는 동기까지 갖게 하는 것이 영상물이다.

 예전에 비디오로 영화를 보면 시작 전 반드시 호환(虎患),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폭력과 음란한 영상물이라고 경고하던 장면이 있었다. 과연 청소년들만 조심하면 되는 것일까. 미성숙한 어른들도 많은데 단지 나이가 많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극소수인 구더기 때문에 장 담는 것을 두려워하겠느냐만 점점 많아지는 폭력적이고, 야한 장면들만이 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하는 길인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얼마 전 중국인 방송 관계자로부터 “K드라마(한국 드라마)는 좋아하는 배우들을 보느라 재미있지만, 내용과 등장인물이 너무도 뻔하고 단조롭다. 중국에서도 스타 연기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제 곧 한국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 역시 연기자들의 좋은 연기가 K드라마의 명맥을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든, 드라마든 이제는 그 소재를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선정성과 폭력성에 치중된 내용도 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안혁모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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