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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우리 삶으로 들어온 ‘고양이’…‘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외 4권

등록 2015-07-06 10:26:33   최종수정 2016-12-28 15: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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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희정 윤시내 기자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이용한 지음/ 북폴리오 펴냄/ 384쪽/ 1만5000원

 우리가 거리에서 우연히 길고양이와 마주치면 고양이는 대개 눈치를 보다 후다닥 도망가 버린다. 고양이도 직감적으로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반려묘’에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지저분하게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밤에 시끄럽게 운다며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만 연간 1만여 건에 달한다. 고양이를 공존의 대상이 아닌, 배척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탓이다.

 이런 가운데 시인 이용한 씨가 고양이와의 공존을 주제로 한 책들을 내 눈길을 끈다. 먼저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는 저자가 모로코와 터키, 일본, 대만, 인도, 라오스 등 6개국 30여 곳을 80일 동안 돌면서 만난 고양이들에 관해 쓴 포토에세이다. 저자는 세계 도시와 섬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니며 고양이를 만난 순간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고양이 천국 모로코와 터키, 무심한 듯 느긋하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일본의 고양이 섬, 대만과 인도, 라오스까지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행복하고 사람들은 고양이가 있어 행복한 6개국 30여 곳의 묘생을 기록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만드는 고양이들 사진과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글을 수록, 당장에라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쉐프샤우엔의 파란 골목은 시간이 멈춘 듯 적막했고, 나는 오래오래 그곳에서 시간이 멈춘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너나없이 느긋했고,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바삐 이곳을 떠나는 이들은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들이었다. 만일 모로코에 가고자 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나는 꼭 말해 주고 싶다. 쉐프샤우엔은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한 번쯤 파란 골목에서 꿈꾸듯 앉아 있는 고양이들을 만나 보라고. 그들과 함께 이 산중의 바닷속을 헤엄쳐 보라고.”(49쪽)

 자동차 밑, 컨테이너 뒤, 골목 사이처럼 어둡고 좁은 곳에서 사람 눈을 피해 숨죽여 살아가는 우리나라 길고양이와 다른 삶을 사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저자는 코끝 찡한 감동과 함께 부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고양이와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이용한 지음/ 예담 펴냄/ 340쪽/ 1만4800원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는 저자가 열여섯 마리 고양이들의 엄마가 돼 마주치는 일상을 동화같이 담은 책이다. 산골 오지 마을에서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34개월 된 이용한 작가의 아들과 아기고양이 세 마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다. 산골 마을에서 유치원도 다니지 않는 아들에게 고양이는 유일한 친구나 다름없어서 언제나 함께 놀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나눈다.

 책에서는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과 동행을 담은 사진이 눈에 띈다. 저자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화제가 됐던 사진 중 300여 컷을 엄선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평화로운 고양이 사진들이 이 책의 묘미다. 고양이가 말하는 듯이, 아이가 말하는 듯이 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도 함께 실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 주인장 어디 갔냥? 어서 밥을 내놓아라!’ 밥때가 좀 늦으면 마당고양이들이 이렇게 단체로 현관 앞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인다. 안에서 보면 가관이다.” (333쪽)

 아기고양이가 성묘가 돼 또 아기고양이를 낳고, 동네 방앗간에서 버려질 뻔한 노란 고양이들을 구조해온다. 또 왕초 고양이가 길 잃은 고양이를 데려오는 일이 벌어지면서 산골 마을 고양이는 어느새 열여섯 마리로 늘어난다. 산골 마을 속 간장과 고추장이 익어가는 장독대가 가득한 그곳에서 고양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함께 뒹굴며 동고동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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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다 보면 상쾌한 나무 내음과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것 같은 느낌이, 그리고 마음 어느 한 자리에 고양이를 위한 자리를 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고양이에 냉담한 사람도 그냥 무심하게 읽어보기 바란다. 한때 나도 고양이에 냉담했던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이것이 장담할 수 없는 그대의 미래일 수도 있으므로, 그대의 마음에 잠시 고양이가 앉았다 가도록 그대가 허락해주면 좋겠다.”

 ◇예술가와 고양이 앨리슨 나스타지 지음 / 전해민 옮김/ 디자인하우스 펴냄/ 220쪽/ 1만3000원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헤르만 헤세, 존 레넌의 공통점은? 이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동시에 고양이를 사랑한 ‘애묘인’이었다. 고양이는 수천 년 전부터 예술가들의 벗이자 ‘뮤즈’였다. 저자는 “예술가와 고양이는 영혼을 공유하는 존재들”이라고 말하며,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예술가들과 그들이 사랑한 고양이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실은 언제나 여자와 고양이들로 가득했고,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규율이나 권위에 저항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염세적인 태도로 유명했던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버로스도 고양이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웠다고 한다. 전설적인 예술가가 아닌, 평범한 애묘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지음/ 오퍼스프레스 펴냄/ 224쪽/ 1만2000원

 고양이와 함께 사는 나이 서른 살의 집배원 ‘나’는 의사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뇌종양 4기라는 것.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의 앞에 악마가 나타나 이 세상에서 한 가지를 없애는 대신 하루 치 생명을 받는 거래를 제안한다. 그렇게 시작된 나와 고양이, 그리고 악마의 기묘한 동거. ‘나’는 전화, 영화, 시계 등을 없애는 데 동의하면서 목숨을 연장한다. 이윽고 악마는 ‘고양이’를 없애자고 말하는데…. 이 책은 ‘고양이’로 대표되는, 주변에 항상 있으나 미처 몰랐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소중함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경쾌하고 가볍게 풀어내지만, 책이 주는 메시지는 전혀 가볍지 않다. 일본 출간 당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올해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개봉 예정이다.

 ◇고양이 낸시 엘렌 심 지음/ 북폴리오 펴냄/ 272쪽/ 1만5000원

 쥐들이 모여 사는 평화로운 마을. 어느 날 ‘더거’는 집 앞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 ‘낸시’를 발견한다. 그는 고민 끝에 낸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 치명적인 귀여움에 다른 가족과 이웃들 또한 낸시를 쥐처럼 대하며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바깥세상을 여행하고 돌아온 ‘헥터’가 고양이의 위험성을 제기한다. 과연 낸시는 가족과 함께 쥐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남들과는 다르지만,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낸시와 배려심 깊은 쥐 가족과 친구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재해 큰 인기를 끈 동명 만화를 모아 엮었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책 속 동물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제대로 ‘힐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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