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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국적'③]"토종 헤지펀드, 해외서 뛰게 규제 풀어야"

등록 2015-07-13 07:47:00   최종수정 2016-12-28 15: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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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사태 계기로 "헤지펀드 키워 해외 진출 독려해야" 목소리  국내 헤지펀드 설립·운용상 장벽 높아 해외진출 사례 거의 드물어  규제완화 통한 국내자본 저변 확대는 국내자본시장 선순환 기여

【서울=뉴시스】한상연 기자 = SK그룹을 공격했던 '소버린 먹튀' 사태가 벌어진지 10년이 넘었다. 최근 삼성그룹을 공격한 엘리엇 사태에서 보듯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소식이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공세다. 

 반대로 국내 사모펀드 등 자본이 해외로 나가 이 같은 활약을 했다는 이야기는 접하기 쉽지 않다. 아니 사실상 전무한 게 현실이다.

 해외자본은 국내에서 활개 치는 반면, 국내자본은 규제에 막혀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행동 반경에 제약이 많다는 논쟁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현재 해외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데는 별다른 제약이 없어 사실상 거의 다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란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단기간 목표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만든 개인모집 투자신탁을 이르는 말이다.

 국내에 헤지펀드가 도입된 건 2011년 12월이다. 역사가 짧은 탓에 글로벌 헤지펀드에 비해 규모도 미미한 편이다. 

 지난해 말(11월) 기준 국내 헤지펀드는 총 21개사에서 운용 중인 32개 펀드가 전부다. 전체 시장규모는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엘리엇 하나가 30조원에 달하는 점을 볼 때 1개 글로벌 헤지펀드 수준도 안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헤지펀드가 해외로 나가 활약한 사례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의 취약성과 해외 기업의 만만치 않은 지배구조가 국내자본의 해외진출 장애물로 꼽힌다. 무엇보다 국내의 경우 헤지펀드 등 자본의 움직임을 옭아매는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헤지펀드를 설립하기 위한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운데다, 운용상의 제약도 많다.

 우리나라는 개인이 헤지펀드를 설립해 운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만이 헤지펀드를 설립·운용할 수 있다.

 개인은 최소 5억원 이상이 있어야만 헤지펀드에 투자가 가능하다.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모자라 헤지펀드는 투자자산의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기업에 투자토록 운용범위까지 한정돼 있다.

 국내 헤지펀드의 행동반경이 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되다 보니 국내 헤지펀드도 해외 헤지펀드처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황세운 실장은 "해외의 경우에는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덕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많다보니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정도가 해외에 비해 강한 수준"라고 설명했다.

 그는  헤지펀드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황 실장은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리스크 테이킹(위험강행)을 하는 조직이다. 그러기에 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국내 헤지펀드들이 해외로 나가 먹거리를 만들어 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헤지펀드들의 행동반경을 넓혀주는 건 우리 자본시장에 분명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엘리엇과 같은 글로벌 헤지펀드가 나올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규제만이 문제는 아니다. 최근 사태에서 볼 수 있었던 국내 헤지펀드의 소극성도  반성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황 실장은 "삼성물산 합병 사례를 봤을 때 우리나라 헤지펀드들은 왜 엘리엇처럼 못 했느냐를 묻고 싶다"라며 "국내 헤지펀드들의 규모를 키워야한다는 말들은 많이 하면서 왜 이런 이익 기회를 놓쳤는가는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 헤지펀드의 저변을 넓혀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황 실장은 "국내 헤지펀드들이 운용방식에서 해외 헤지펀드들을 따라간다면 국내 기업들에게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는 외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을 당할 가능성을 낮추는 건 물론 더불어 국내자본의 기반까지 탄탄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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