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연예일반

[초점]배트맨 제작자 유슬란 "초능력 없는 히어로에 매료"

등록 2015-07-14 14:43:35   최종수정 2016-12-28 15:18:43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1960년 1월 겨울이었어요. 배트맨 TV 시리즈가 처음 나왔죠. 제가 알던 배트맨이 아니었어요. 정말 우스꽝스럽게 배트맨을 그렸더군요. 그때 다짐했죠. 내가 진정한 배트맨 영화를 만들겠다고요. 마치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겠다고 다짐한 것처럼요.(웃음) "

 마이클 E 유슬란(64)은 '배트맨' 시리즈의 제작자다.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두 편(1989~1992)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 3부작(2005~2012)을 비롯해 배트맨 관련 영화 16편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자다.

 배트맨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 시리즈다. 단적인 예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배트맨 영화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는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내년 개봉 예정인 또 다른 배트맨 시리즈 '배트맨 VS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 중 한 편이다.

 유슬란이 한국을 찾았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유슬란은 "초능력이 없는 슈퍼히어로라는 점에서 배트맨에 끌렸다"며 입을 뗐다. 그에게서 배트맨 시리즈를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와 어떻게 배트맨이 세계 최고의 캐릭터로 될 수 있었는지, 또 배트맨 영화를 만든 과정에 관해 들었다.

 ◇슈퍼히어로 세계를 파고들다

 "제 형은 신체적인 면에서 저보다 월등히 뛰어났어요. 전 항상 형의 그림자에 가려져 살았죠. 제가 만화책을 본 건 일종의 도피였어요.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슈퍼히어로 세계 안에서 제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만화에 빠져들었어요."

associate_pic
 어린 유슬란은 만화책 마니아였다. 요즘 말로 말하면 그는 만화 '오타쿠'였다. 현재 그가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만 3만여 권이니 그가 얼마나 만화책을 좋아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1만5000여 권은 인디애나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했다).

 유슬란이 본 수많은 만화 중에 그의 마음을 가장 흔들어 놓은 작품은 그가 8살 때 처음 본 배트맨 시리즈였다. 배트맨은 초능력이 없는 히어로였다. 그 때문에 그는 "나도 공부 열심히 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차를 타면 배트맨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알다시피 배트맨 브루스 웨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 중 가장 어두운 인물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인물이고, 슈퍼히어로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간이다. 유슬란은 배트맨의 이런 특징에 강하게 끌렸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는다는 건 제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브루스 웨인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났죠. 그리고 평범한 인간인 그가 망토를 두르고 슈퍼히어로가 돼요. 이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기도 하잖아요. 전 아마도 그런 점에 끌린 것 같아요. 저뿐만이 아니죠. 배트맨 이야기에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결속력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죠."

 배트맨에 미친 그는 1979년, 결국 DC 코믹스로부터 배트맨 판권을 구입한다.

associate_pic
 ◇"당신은 미쳤어!"

 "모두들 제게 미쳤다고 했어요. 누가 그런 영화를 보겠냐는 거였죠. 당시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었어요. 그걸 가지고 어른들이 보는 영화를 만든다고 한 데다가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을 만든다니까 끔찍한 발상이라고 하더군요. 당시만 해도 슈퍼히어로 영화는 즐겁고 유쾌한 것이었으니까요."

 판권을 사고 1989년 첫 번째 배트맨 영화가 나오기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들을 찾아가 만화 배트맨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유슬란도 흔들렸다. 그는 그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나를 믿는가' '배트맨을 믿는가' '내가 하려는 일을 믿는가'라고 자문했고, 그의 대답은 언제나 '그렇다'였다.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슈퍼히어로 영화, 즉 어둡고 진지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변하지 않았다.

 팀 버튼 감독을 만나 그의 첫 번째 배트맨 시리즈는 완성됐다. 그는 자신과 버튼 감독이 한 일을 "혁신이었고, 혁명이었다"고 말했다. "만화책 산업과 영화 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는 걸작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associate_pic
 유슬란의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는 또 있다. 이제 대중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인간과 영웅에 관해 고민하는 것에서 나아가 도덕적 선택의 문제를 고민한다. 가장 최근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또한 그랬다. 그 시작은 그가 제작하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연출한 '다크 나이트'(2008) 때부터였다.

 그는 이런 지점에서 배트맨 시리즈를 "가장 인간과 유사한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짚었다.

 ◇세 명의 천재와의 조우

 "저는 40년 가까이 영화계에 종사했어요. 이 긴 시간 동안 저는 천재라는 말을 웬만해서는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천재라고 부르는 세 사람이 있어요. 저는 그들과 일했죠. 배트맨의 성공은 아마 제가 그들과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앞서 언급했듯이 유슬란이 만든 배트맨 관련 시리즈는 16편이다. 대부분 성공했지만,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아니었다. 이 중에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끌어낸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원조 배트맨 시리즈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이다.

associate_pic
 버튼 감독이 배트맨 시리즈의 초석을 다지고 이 시리즈의 기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놀런 감독은 버튼 감독의 방향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블록버스터에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내 슈퍼히어로 영화의 진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슬란은 버튼 감독에 대해 "그는 혁명적인 인물이다.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누구도 보지 못한 영웅물을 만들어냈다.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놀런 감독에 대해서는 "그가 '다크 나이트'를 만든 이후 슈퍼히어로 영화는 더이상 만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오직 영화로서 기능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는 9.11 테러 이후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라고 했다.

 유슬란은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줄 아는 연출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튼과 놀런은 배트맨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천재 한 명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앤턴 퍼스트(1944~1991)다. 퍼스트는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과 함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고담시를 창조한 사람이다. 유슬란은 "퍼스트의 창조적인 고담시 디자인은 관객이 마치 고담시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며 "이는 배트맨의 큰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