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책꽂이]'북유럽'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덴마크 사람들처럼' 외 3권

등록 2015-07-21 09:05:57   최종수정 2016-12-28 15:20:36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윤시내 기자

◇덴마크 사람들처럼…말레네 뤼달 지음/ 강현주 옮김/ 로그인 펴냄/ 216쪽/ 1만2000원

 최근 북유럽이 뜨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각광받은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 이야기가 아니다. 명문대·대기업 출신 20~30대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이민 희망자 급증이다.

 배울 만큼 배우고, 벌 만큼 버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이역만리에서 살고 싶어 하는 걸까. ‘복지’로 대표되는 덴마크·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행복지수가 높고, 빈부격차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무한경쟁 시스템에 지친 이들이 ‘행복한 삶’에 갈증을 느끼며, 북유럽 국가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반대로 ‘행복’을 찾아 덴마크를 떠난 젊은 여성이 있었다. 20년이 지나서야 그는 자신의 조국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임을 깨닫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그 행복의 비밀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결과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라는 부제처럼 덴마크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덴마크 밖 사람들은 궁금해하는 ‘행복의 비밀’을 소개한다.

 ‘신뢰’ ‘교육’ ‘자유와 자율성’ ‘기회균등’ ‘현실적인 기대’ ‘공동체 의식’ ‘가정과 일의 균형’ ‘돈에 초연한 태도’ ‘겸손’ ‘남녀평등’. 저자는 자신이 꼽은 행복의 10가지 키워드에 맞춰 덴마크 사람들의 생각을 풀어낸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신뢰가 가장 높은 나라다.”(22쪽)

 무인 농작물 가판대, 아무도 지키지 않는 물품보관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액을 보상하는 보험회사…. 덴마크 사람들은 서로 신뢰한다. 그리고 신뢰는 ‘절약의 수단’이 된다. 조직 안에서 서로를 의심한다면 통제, 합의, 인정을 이끌어 내야 하므로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물론 그 신뢰를 악용하는 ‘게으른 사람’ 또한 존재한다. 이들은 그런 악용을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낀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이는 부정부패 척결로도 이어져 국민들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믿는다. 그리고 미래를 신뢰하게 된다. 내가 위기에 빠져도 국가 시스템이 나를 구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이들은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는다.

 덴마크 사람들은 최고가 아니어도 만족한다. 경쟁하는 데 힘쓰기보다 함께하는 데 가치를 둔다.

 “최고가 되거나 다른 사람을 이기거나 앞지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더 만족할 수 있다.”(86쪽)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를 기대하지 않는다. 최고가 되는 것이 목적도 아니고, 또 최고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호평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156쪽)

 그래서 이들은 개인적인 이익보다 공동체 이익을 더 중시한다. “네가 잘 지내야 나도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지만, 모두가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이것은 앞서 말한 ‘신뢰’와 연결된다. “누군가 몰래 이득을 취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동참하고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104쪽)

 또 이들은 일과 사생활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덴마크에서 자주 쓰는 ‘휘게(hygge)’라는 단어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휘게는 단순히 실제 가족이나 친구를 넘어, 국가나 사회 전반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난다.

associate_pic
 물질보다 그 이상의 것에 가치를 두는 덴마크 사람들의 태도는 행복한 삶의 원천이 된다. “덴마크 사람들은 지갑을 채우기보다 자신의 길을 찾는다. 대부분 돈에 초연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 살지 않는다.”(135~136쪽)

 우리와 사뭇 다른 그들의 생각은 부러움을 넘어 질투를 부른다. 왜 우리는 저렇게 살지 못 하나라는 패배감이다. 그러나 저자는 좌절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말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다. 행복은 사실 개인의 내면에 달려 있다. 사회는 단지 행복의 토대를 튼튼히 다질 수 있도록 최고의 요소를 제공할 뿐이다. 이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는 행복을 만들어 가고 기쁨으로 충만한 순간을 경험하거나 삶의 시련을 견딘다.”(193쪽)

 결국, 행복은 사람에게 달렸다.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나유리·미셸 램블린 지음/ 미래의창 펴냄/ 376쪽/ 1만5000원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세금, 매서운 추위와 백야. 핀란드가 가진 어두운 이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 사람들은 행복하다.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이 제3국인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7년 넘게 생활하면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천천히, 조금씩, 다같이’ 행복을 찾는 현지인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보편적 복지가 유지되길 원해 세금인하를 반대하고,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에 나선다. 매년 PISA(OECD 나라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를 도맡아 하는 핀란드 학교에선 ‘경쟁’ 대신 ‘협동’을 가르친다. 반려동물을 가게에서 ‘구입’하는 대신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다. 저자들은 이런 핀란드 사회 분위기를 ‘성숙함’이라 표현한다. 느려도 제대로 살아야한다는 ‘상식’이 곧 ‘행복’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소리 없는 질서…안애경 지음/ 마음산책 펴냄/ 268쪽/ 1만4000원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아트디렉터인 저자가 ‘디자인’이 아닌 그들의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식보다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관이 북유럽 행복의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북유럽 아이들은 거친 날씨에도 밖에서 놀며 배운다. 자연의 경건함을 스스로 깨닫는다. 학교에선 목공 등을 정규수업으로 편성,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배우게 한다. 그 아이들은 자라서 편견없이 직업을 선택한다. 학생은 의견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교사와도 수평적 자세로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이런 자세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무엇보다 북유럽 사람들은 학교를 가르치는 곳이 아닌, 배우는 곳으로 여긴다. ‘위에서 아래로의 교육’을 거부하는 그들의 모습이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굿 모론 예테보리…최정신 지음/ 어문학사 펴냄/ 360쪽/ 1만8000원

 스웨덴의 지방도시 예테보리에서 교환교수로 1년간 체류한 저자가 사소한 일상을 매일 기록한 일기다. 1년을 담았지만, 20여년 간 인연을 이어온 북유럽 친구들의 이야기도 함께 녹아있다. 복지나 시스템 등 다른 이미지에 가려져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들의 삶을 진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스웨덴어 문맹자인 저자의 우여곡절 적응기,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어려운 은행업무와 중고상점에서의 쇼핑 등 막연한 환상이 아닌 사실적인 북유럽 생활을 보여준다. 동양에서 온 이방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웃·친구들의 모습이 따뜻한 그들의 심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나 파티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북유럽 사람들의 가치관을 잘 드러낸다. 반백의 나이에 여교수가 타국에서 벌이는 색다른 일상 도전기는 흥미를 주는 것을 넘어 독자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