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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리는 20대③]"2000만원, '그까이꺼' 했다가" …신불자 낙인 찍히는 청년들

등록 2015-08-03 06:57:27   최종수정 2016-12-28 15: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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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1. A씨(20·여)는 새희망홀씨대출을 통해 1800만원을 빌렸다. 뚜렷한 직장이 없었지만 브로커를 끼고 원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브로커는 수수료를 받고 사업자 등록증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줬다. A씨는 빌린 돈으로 가방과 구두 등을 사는 데 썼다.

 은행 관계자는 "A씨가 취업만 하면 200~300만원은 뚝딱 벌 수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며 "상환일정을 묻기 위해 전화하면 '갚으면 될 것 아니냐'고 짜증만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2.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B씨(28·여)는 8학기 가운데 3학기의 학자금 1100만원을 빌렸다. 계약직으로 일하며 100만원의 월급을 받았지만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웠다.

 A씨는 정직원으로 채용된 1년 뒤부터 밀렸던 채무를 본격적으로 갚았다. 하지만 이미 연체이자는 쌓여있었다.

 A씨는 "빚은 3학기 등록금이었지만 상환이 늦어지고 이자가 쌓이다 보니 갚아야 할 돈은  더 많아졌다"며 "1000만원의 학자금을 갚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돈을 빌렸다가 빚을 못 갚아 개인회생(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2000만원 이하의 부채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워크아웃은 신용카드대금이나 대출 원리금이 90일 이상 연체돼 신불자가 된 경우 채무감면이나 상환기간 연장 혜택을 줘 안정적 채무 상환을 돕는 제도다.

 3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1만9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5.8%(1만583명)가 2000만원의 빚을 이겨내지 못했다.

 연령별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0대가 2000만원 이상의 대출을 받기 어려운 만큼 이들 상당수가 청년층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0만원을 못 갚아서 청년들이 신불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20대 워크아웃 신청자는 모두 2000명이며, 이는 전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중 13%를 차지한다.

 20대 대출건수와 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학자금대출통계에 따르면 2010년 52만명이던 대학생 채무자는 2013년 55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장학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인당 대출액은 280만원(58만5407명, 1조6386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1인당 대출액은 286만원(25만9484명, 7413억원 지원)으로 늘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자금 대출은 쌓이게 되고 그만큼 갚아야 할 빚도 늘어나게 된다"며 "쉽게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대학생들이 결국 빚쟁이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직장인들에게도 큰 돈을 대학생들이 와서 빌려달라고 할 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뚜렷한 상환 계획도 없이 대기업에 취업하면 금방 갚을 수 있다고 말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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