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신동립 잡기노트]페이스북 한류

등록 2015-08-31 08:03:00   최종수정 2016-12-28 15:32:0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540>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페이스북’ 하루 이용자가 10억명을 넘어섰다. 바로 이 페이스북으로 일본과 소통, 호응을 얻는 한국인 가운데 이웅표(53)씨가 있다. 이씨를 ‘페북 한국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일본의 페이스북 이용자가 적지 않다. 지난달 17일 생일에 축하메시지를 1500통 이상 받았을 정도다. 

 “유튜브에 만연한 혐한 동영상, 혐한을 부추기는 일본의 미디어와 블로그 그리고 인터넷사이트, 한류의 상징인 도쿄 오쿠보의 썰렁함 등이 작금의 한일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는 양국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 일본 페이스북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씨는 경기 수원에 살면서 1년이면 5~6차례 일본을 찾는다. 무역업, 여행업 등을 해온 일본통이다.

 자신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575net)에 관광명소를 알리고, 짧은 시인 하이쿠(俳句)를 선보이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금년 6월까지 ‘좋아요’ 1000개를 넘긴 게시물을 700여건 내기에 이르렀다. 일본에서 인기절정인 한류스타 J의 팬페이지가 2년 간 1000 ‘좋아요’ 7개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이씨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씨가 지은 하이쿠 300여구는 상당한 경지라는 평이다. 야마가타 현의 야마데라(山寺)를 노래한 ‘산의 절이여 올라보니 단풍잎 세상은 안개 속으로’(山寺や 至りて紅葉 世は霧に),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에서 착안한 ‘영원한 웃음 남게 해주오 얼어붙은 끌’(千代千代の 笑み残してや 凍ての鑿),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읊은 ‘가는 여름이여 작은 여울 큰 여울의 매미의 정적’(行く夏や 高瀬早瀬の 蝉の寂) 등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씨는 “일본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30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대도시 성인의 50% 가까이가 페이스북을 한다. 블로그가 10대 중심으로 어려지면서 슈퍼 파워블로거까지 속속 페이스북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내 페이지에는 한국과 일본의 명소, 노을, 꽃 등 볼거리가 수 천 건이어서 말 안 해도 일본인이 모여든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오사카 지사 페이스북 페이지를 악성글로 도배하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은 이곳에서 찍소리도 못한다. 반한감정으로 시비를 걸어오는 자는 언론인 친구들이 걸러내고 쫓아낸다”고 자랑한다.

 ‘친구’ 구성도 돋보인다. 도쿄대 출신 30명, 와세다대와 게이오대 출신 200명, 교토대 출신5명, 하버드대 출신 30명, 대학교수가 30명 이상이다. “당신처럼 일본인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없겠지요. 일본인인 저부터 생각해도 이(李)상은 우리들의 자랑입니다”, “이상의 고향 한국은 우리들 일본인에게는 은인의 국가입니다. 서로 불행했던, 국민이 원하지 않았을 전쟁의 시기를 제외하면 우리들 일본인은 한국으로부터 다양한 문화를 배워 왔습니다. 중국과 한국이 있었기에 일본의 우리들이 있습니다”, “한국 민간대표”, “어떤 일본인과도 좋은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한국인”, “일본인보다 일본을 더 잘 아는 한국인”, “이 시대 최고의 문화인”, “말 한 마디 못 하고 듣게 만든 유일한 외국인”, “일본인의 영혼을 사로잡은 교조”라고 이씨에게 인사하는 남녀들이다.  

 개인 페이지뿐 아니다. 이씨가 운영하는 공개그룹인 ‘다비지니테!’(여행지에서) 멤버는 4550명에 이른다. 광고회사 덴츠에서 일한 와타나베 카즈오(61)와 함께 다비지니테를 관리하고 있다. 최근 개설한 토산품 공개그룹 ‘지모토 No.1’(고향이 제일)은 1주 만에 2100명을 끌어들였다.

 “일본의 최고급 음식점, 료칸(旅館), 맥주회사 등 수십 곳을 자연스러운 만남의 형태로 싣고 있다. 안 좋은 곳은 절대 올리지 않는다. 내 페이지에 있다는 것은 곧 최고, 깨끗함, 신뢰, 힐링, 좋은곳이라는 의미다.” 이씨가 소개하는 한국의 숨은 명소에도 이 같은 믿음은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이씨가 추천한 서울 어느 시장의 허름한 삼계탕집이 여름 일본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는 식이다.

 이씨는 연예 위주의 한류는 한계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엔터테이너가 아닌 보통한국인이 페이스북으로 일본인과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사를 대화하면서 마음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미남미녀의 일방적인 한류에서,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공동의 가치를 나누는 새로운 한류시대가 오고 있다.”  

 1990년대 말 이씨는 ‘일본인의 엿보기’, ‘스토커 이야기’, ‘투시카메라 그것이 알고싶다’ 등 일련의 저작으로 주목받았다. 하나같이 미시적이다. 숲이 아닌 나무에서 의미를 찾았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도 유심히 봤다. 미시가 쌓이면 어느 순간 거시가 드러날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티끌 모아 태산이다.

 편집부국장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