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노동개혁 이슈]대기업 일자리 대책, '알맹이 없어'

등록 2015-09-07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34:0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인턴·창업 지원 등에 초점…정규직 채용은 그리 많지 않아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최근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오는 2017년까지 2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실제 정규직 채용 규모는 작아 '생색내기 대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기업들은 최근 대대적인 고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2017년까지 3만명을 채용하고, SK그룹은 2017년가지 ▲고용 디딤돌 4000명 ▲청년비상 2만명 등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방침이다. 롯데그룹도 2018년까지 2만4000명, 신세계그룹은 2023년까지  17만명 등을 뽑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들이 청년 고용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하자 재벌들이 즉시 화답한 모양새다.

 대기업이 내놓은 고용 규모와 계획을 보면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공허한 수치'라는 비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수만 개의 일자리 대부분이 인턴이나 직업교육훈련, 하도급업체로의 취업 등이다. 정작 대졸 신입 구직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과는 무관하다.

 SK그룹은 지난 8월 2년간 2만4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협력사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SK그룹 본사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일자리는 사실상 없다. SK그룹의 '고용 디딤돌' 사업의 경우 협력업체와 그룹에서 3·6개월의 인턴십을 거친 후 협력업체에 취업하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3년 이상 협력업체에서 근무한 경우 근무성과가 좋으면 SK그룹사 채용 시 우대한다는 단서는 달았으나 비율이나 정규직 전환 여부 등 명확하지 않다. 그나마 여기에 참여하는 인턴이 4000명이고 나머지 2만명은 '청년 비상'이라는 이름 아래 창업교육 지원만 이뤄진다.

 실제 SK그룹의 하반기 공채는 7000~8000명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대졸 신입 공채는 예년과 비슷한 1000명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 그룹 역시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에서 나온 3만 명 중 직접 채용은 1만 명이다. 나머지 2만명은 인턴 프로그램과 교육, 창업 지원일 뿐 직접 고용하지는 않는다.

 삼성은 '고용 디딤돌' 사업으로 3000명을 선발해 3개월은 삼성에서 직무교육, 3개월은 협력사에서 인턴십을 거친 후 삼성 협력사에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인턴십 지원의 전제는 협력사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다. 직무교육과 인턴 기간 중 월 150만원의 급여는 모두 삼성이 부담한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협력사에 4년 이상 근무하면 삼성 계열사 경력사원으로 지원할 수는 있으나 정식 채용은 미지수다.

 그나마 신규로 채용하는 1만 명도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와 호텔신라 면세점 등의 신규 투자로 이뤄진다. 반도체 공장 증설은 오래 전부터 예정된 것이었고, 면세점은 사업권을 따내면서 추가로 발생한 일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사업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뽑으면서 마치 신규로 채용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면서 "실제 청년들이 필요한 정규직 채용은 예년 수준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짚었다.

 롯데그룹도 오는 2018년까지 2만4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입사원과 인턴사원을 포함한다고만 했을 뿐 신입 정규 사원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23'을 통해 복합쇼핑몰, 온라인몰 등을 확대해 오는 2023년까지 고용 17만명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17만 명이라는 숫자는 앞으로 10년간 계획된 고용창출 효과를 의미하는 것뿐 실제 이 숫자가 채용될지는 알 수 없다. 신세계는 올 하반기 그룹 전체 채용 인원은 1만4000여명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중 대졸 신입 규모는 100여명선이다.

 재계는 지난 2009년에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30대 그룹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최대 28% 삭감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이와 유사한 생색용 고용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재계는 실업난 극복을 위해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삼성 역시 신입사원의 연봉을 10~15% 축소하고 여력을 고용안정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고, LG는 5~15% 삭감한다고 나섰다.

 그러나 당시 주요 그룹들은 임금 삭감 폭만 발표했을 뿐 얼마나 채용을 늘릴지는 즉답을 피했다. 기존 직원에 대한 임금 조정에 대해서도 "논의할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시간이 지났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황은 비슷다. 대졸 초임 삭감에서 임금피크제로 이름만 바꿨을 뿐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려는 모습은 아니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기업들의 채용 발표로 통계 수치는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노동 여건이 열악한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들은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기업들이 내놓은 대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