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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완성은 구두? 아니 이젠 양말!

등록 2015-10-12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5: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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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해피삭스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는 오랜 통념이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운동화’라는 초강력 대체재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과거 “정장 구두에 화이트 컬러 스포츠 양말을 신으면 안 된다”는 패션가 불문율에 언급되는 것이 전부였던 ‘양말’이 벌이는 쿠데타의 여파다.

 물론, 그 주역은 블랙, 그레이, 브라운 등 무거운 컬러에 작은 패턴도 하나 없는 ‘정장 양말’은 아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신을 법한 화려한 컬러와 다채로운 패턴의 ‘패션 양말’이다.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거의 모든 남성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양말 코너가 눈에 띄었다. 진열된 상품은 정장 양말이 아닌 패션 양말들. 20대를 겨냥한 영캐주얼 브랜드로부터 30~40대가 주 소비층인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까지 마찬가지였다.

 한 매장 직원은 “40대 중반 고객도 패션 양말을 즐겨 구매한다. 오히려 좀 더 독특한 디자인은 없느냐고 묻는 고객도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패션 양말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8배나 급증했다.  

 그렇다면 양말은 어떻게 패션의 ‘마침표’로 떠오르게 됐을까.

◇패션 감각과 개성을 양말로  

 먼저 심리적인 욕구를 들 수 있다.

 남성들이 양말을 매개로 자신의 빼어난 패션 감각을 한껏 드러내려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시선’이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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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해피삭스 제공)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 홍보 담당 매니저 C(29)씨는 “남자를 볼 때 그가 어떤 양말을 신었느냐에 따라 패션 감각을 평가한다”면서 “주변 친구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 귀띔했다. C씨가 꼽는 ‘최악의 양말 패션’은 “캐주얼 차림에 정장 양말”이다.

 룸살롱 마담이 손님의 수준을 ‘구두 상태’로 판단한다는 과거 속설의 ‘2015 버전’인 셈이다. 

 남성들은 또 아주 사소한 소품일 수도 있는 양말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 한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8월20일 개봉해 200만 넘는 관객을 모은 한효주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 ‘뷰티 인사이드’다.

 극 중 남자 주인공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특별한 캐릭터다. 백종열 감독은 비주얼 아티스트 출신답게 우진의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우진 역을 나눠 맡은 국내외 남녀 배우 41명이 신는 양말까지 꼼꼼히 챙겼다. 꼭 스크린에 비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심지어 일본에 가서 직접 양말을 공수해오기까지 했다.

 양말이 곧 그 사람의 이미지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패션 트렌드, 양말의 전성시대 열어

 이어 패션 트렌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벤처기업부터 대기업, 관공서까지 많은 직장이 남성 직원들에게 더는 포멀 정장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어느덧 복장 자유화 시대가 열렸다.

 남성들은 자신이 택한 비즈니스 캐주얼에 어울리는 양말을 골라 신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컬러에 오밀조밀한 패턴이 그려진 양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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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화려한 컬러와 다채로운 패턴의 ‘패션 양말’이 중장년층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백화점에 진열된 각종 남성 양말. (뉴시스DB)
 이러한 경향은 포멀 정장을 입을 때도 이어져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때 만큼 파격적이지는 않으나 과거보다 훨씬 과감한 양말을 신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기업 홍보실 Y모(45) 부장은 “회식하러 신발을 벗는 음식점에 갔다 40대 중견 간부들이 서로의 이색 양말을 발견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바지 밑단 길이가 짧아진 영향도 크다. 과거처럼 밑단이 바닥에 끌릴 정도로 바지를 길게 입을 때는 양말이 그리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밑단 길이가 짧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양말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양말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경기 불황에 따른 실용적인 면도 빼놓을 수 없다.

 바지를 사거나 구두나 운동화를 사기 위해선 적게는 수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의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양말은 외국 명품 브랜드만 아니라면 한 켤레에 불과 몇천원이고, 비싸야 1만원대다. 거의 모든 사람이 양말만큼은 매일 갈아 신으니 늘 똑같은 바지, 동일한 양말을 착용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줄 수 있다.

 쿠팡 패션 담당자는 “최근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액세서리를 통해 자신의 패션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확산하는 가운데 액세서리 착용에 한계가 있는 남성들이 패션 양말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패션 양말의 인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양말 브랜드 싹스탑 마케팅 담당자는 “올 가을·겨울(F/W) 트렌드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강조하는 놈코어(Normcore)룩이다. 덕분에 화려한 패션 양말이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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