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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나 자신의 캐릭터 분석

등록 2015-10-12 10:17:30   최종수정 2016-12-28 15: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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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을을 가리켜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도 푸르고 공기도 선선해져서 많은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로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흔히 고민하는 먹고 사는 이야기가 아닌, 좀 더 깊이 있게 인생이나 존재에 대한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계절이 가을과 겨울이라고 한다.

 당신은 혹시라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가.

 “먹고살기 힘들고 생각해봐야 딱히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런 고민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아니 그냥,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단언컨대 조금은 덜 혼란스러울 것이고,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알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계획도 생길 것이며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여유도 생기게 될 것이다.

 연기를 배우면서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나 자신을 알게 됐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혹은 “이제야 비로소 나를 이해하게 됐다”고들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필자는 ‘저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하는 안쓰러움도 생기고, 그들이 찾은 기쁨과 행복이 현실 속에서 좀 더 지속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도대체 연기를 배우면 왜 이런 반응들을 하는지 궁금할 분들을 위해 그 비결을 말한다면 한 마디로 ‘캐릭터 분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자가 배역을 맡아 연기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거치는 과정 중 하나가 캐릭터 분석이다. 캐릭터라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이해하려면 ‘인물이 자극에 반응하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실내가 정전된다면?’ ‘새치기를 당한다면?’ ‘흰옷에 흙탕물이 튄다면?’ 이때 즉각 행동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잠시 생각한 뒤 행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반응의 크기나 강도, 속도, 무게, 밝기, 온도, 시간 등의 기준에 따라 한 인물이 반응하는 형태에도 유사한 패턴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다.

 모임에 5분씩 자주 늦거나 사용한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으며, 옷에는 음식물이 튄 흔적이 있고 맛있는 음식 찾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목소리 크기나 속도는 어떨까. 그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사는 사람일까. 왜 5분씩 늦을까. 사용한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부터 그렇게 살아왔을까, 정리한다면 어느 때에 하게 될까…. 이런 식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인물의 행동을 발견해 형태를 분류하고 그 이유를 찾으며 일어나지 않거나 드러나지 않은 일들을 유추하는 작업이 바로 캐릭터 분석이다.

 캐릭터 분석 과정에서는 등장인물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 인물은 어떠한 목적과 목표를 가졌으며 그 목적과 목표에 어느 정도로 간절하고 또렷한지, 직업의 유무와 직종, 그에 따른 경력과 능력, 특기와 취미, 가정환경과 가족관계, 친구관계, 통장잔액 등의 경제적 능력,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과 그들의 행동패턴, 선호하는 음식, 색, 음악, 장소, 액세서리, 스타일 등등과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사건 중에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습관에 영향력을 끼치게 된 직접적인 사건들과 관련된 아주 작은 단서들을 찾아내게 된다.

 이렇게 찾아낸 하나의 단서를 통해 마치 추리를 하듯이 인과관계법칙에 근거하여 촘촘히 엮어진 그물망처럼 그 인물을 입체화해가는 과정이다. 이런 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연기를 배우면서 자신에게 적용해 자신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으니 그동안 답답했던 속이 얼마나 시원하게 풀릴까.

 바쁘고 힘든 당신에게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아 나 자신이 어떤 캐릭터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권한다.

 안혁모 C.A.S.T. by iHQ연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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