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이제는 반(半)전세시대①]'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중

등록 2015-10-12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44:0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반전세, 집주인과 세입자의 타협의 결과 집주인, 전세 기대수익 줄어 월세를 선호 세입자, 높은 월세 부담으로 반전세 선택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전세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월세가 일반화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집값은 소득 수준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높은 집값을 바탕으로 책정된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과도기적 형태로 등장한 게 반(半)전세다. 반전세는 빠른 속도로 전세를 제치고 무주택자를 위한 주거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반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타협 결과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에 불과한 데다 과거처럼 집을 사놓기만하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아주 낮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은행에 넣어둔다고 해도 이자 수입은 크지 않다. 더욱이 집값과 전셋값의 차액은 무수익(無收益)자산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집을 전세로 내놓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앞다퉈 전세대신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로서는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월세를 선택하면 적게는 50~6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을 매달 주거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으면 이같은 월세는 아주 큰 부담이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타협점을 찾았다. 그게 바로 반전세다. 보증금을 전셋값보다는 낮추는 대신 그 차액은 월세로 돌리는 형태다.

 ◇'반전세' 전환 크게 늘어

associate_pic
 반전세(준전세)는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에 월 임대료를 부담하는 형태다. 전세와 월세가 결합된 상품이다. 기존의 월세도 1000만~2000만원의 보증금을 걸어놓지만, 보통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보험 성격이 짙다.

 부동산114 임병철 책임연구원은 "지난 2~3년 전부터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기 시작했다"며 "월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의 저항 때문에 전세금 중 상당액은 보증금으로 유지하고, 일부만 월 임대료로 돌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반전세"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위원은 "반전세란 말은 전세난이 시작되며 등장한 말"이라며 "전세난이 시작된 2~3년 전 처음 등장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전세거래는 줄어드는 데 반해 월세 거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과도기적 형태로 반전세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거래는 ▲2012년 12만2450건 ▲2013년 14만6267건 ▲2014년 16만2600건 등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10월 초까지의 월세 거래도 14만3018건에 달했다.

 한편 지난 2013년부터 14년 전세에서 반전세로 전환한 거래건수는 1만9977건을 기록했다.

 ◇전세난 완화되더라도 '반짝 현상'에 그칠 듯

 전세난이 지속되자 상당수 무주택자들이 "차라리 내집을 마련하겠다"며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아파트 매매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매 거래가 늘어나면 전세난 완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세수요 일부가 매매로 돌아서면서 전월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2~3년 뒤면 전셋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건설경제연구실장은 "2년 뒤 아파트가 많아지면 역으로 세입자보다 아파트 물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싸게 내놓으면서 전세난이 완화될 것"이라 말했다.

associate_pic
 하지만 이것은 '반짝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실장은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는 데다 집값이 크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주인이 전세를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월세로 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세난은 반복될 것"이라 말했다.

 ◇반전세, 당분간 높은 비중 유지할 전망

 월세 전환 현상은 집값이 낮은 지역일 수록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월세를 매달 150만원이나 내고 살긴 어렵지만, 100만원 이하는 감당할 수 있다"며 "집값이 비싼 지역은 월세가 100만원을 웃돌기 때문에 월세 전환이 느리게 이뤄지는 반면 집값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지역에는 외벌이 가족이나 사회초년생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되지 않은 이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주거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며 "반전세시대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전세나 월세보다는 반전세가 시장에서 지배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위원은 "그동안 전세로 살면서 매달 주거비를 내는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매달 월세를 내는데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전세가 종말을 맞고 월세시대로 옮겨가겠지만 '100% 월세'보다는 반전세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