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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①]캣맘 수난시대, 길고양이 보호·혐오 갈등 한계치 넘어

등록 2015-10-20 10:44:27   최종수정 2016-12-28 15: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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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길고양이와 관련해 발생한 사건·사고는 수없이 잦았다. 문제는 요즘 들어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해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이른바 ‘캣맘’ ‘캣대디’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정도로 그 폭력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8일 오후 4시39분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참변이 빚어졌다.

 이 아파트 뒤편 화단에서 이 아파트 주민 박모(55·여)씨가 어디선가 날아온 시멘트 벽돌에 머리를 맞고 숨진 것. 박씨의 머리를 맞고 튕겨 나온 벽돌에 옆에 있던 박모(29)씨도 머리와 등을 맞아 다쳤다.

 경찰은 18층인 이 아파트에서 벽돌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아파트에서 떨어진 물체에 밑에 있던 사람이 맞아 부상하거나 숨지는 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나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두 사람은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 회원으로 최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길고양이에게 집을 만들어 주던 중 변을 당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부의 길고양이 혐오 심리가 이른바 ‘캣맘’ ‘캣대디’에 대한 원망으로 증폭하면서 이런 참혹한 사건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경찰 수사 결과,이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이 ‘낙하 실험’을 한다며 아파트 옥상에서 장난으로 벽돌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우연히 빚어진 사고임이 16일 밝혀졌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길고양이와 캣맘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길고양이 문제의 전반을 짚어 보자.

 #1. 중화요리 전문가 이연복 셰프는 지난 7월 페이스북에 분노로 가득한 글을 올렸다.

 “어떤 인간이 아침에 출근하는데 내가 보살펴주고 있는 길고양이를 때려죽여 나 보란 듯이 우리 차 뒤에 버려놓았다. 내가 길고양이를 보살펴준다는 경고로 보이는데 앞다리 쪽은 몽둥이 같은 거로 맞았는지 피투성이다. 계란판으로 덮어놓고 도망갔는데 너 내가 잡으면 똑같이 해주마.”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케이블 채널 올리브TV ‘올리브쇼 셰프들의 레시피 게임’ 등에 출연해 준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스타 셰프마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만든 사건은 듣기에도 충격적인 길고양이 살해 사건이었다.

 이 셰프는 평소 돌봐왔던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두 마리의 평화로운 모습을 찍은 사진을 첨부해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2. 2012년 7월 인천 연수구 선학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알코올 중독 3급자인 A씨가 이웃 주민인 ‘캣맘’ B씨를 폭행한 뒤,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머리를 집어넣는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평소 “길고양이를 다 죽여버리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으며, 사건 며칠 전부터는 아예 몽둥이를 들고 다니기까지 했다.

 이날 사건도 B씨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데 불만을 가진 A씨가 여러 차례 시비를 벌여오다 발생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고, A씨는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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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하경민 기자 = 부산 북부경찰서는 21일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불법 포획해 도살한 뒤 건강원에 팔아넘긴 A(54)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A씨가 사용한 길고양이 포획틀. 2015.05.21. (사진=북부경찰서 제공)  [email protected]
 지금까지 길고양이와 관련해 발생한 사건·사고는 수없이 잦다.

 문제는 요즘 들어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해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이른바 ‘캣맘’ ‘캣대디’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정도로 그 폭력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급기야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이 터진 것이다.

 초등학생이 일으킨 우발적인 사고로 밝혀졌지만, 캣맘들은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고 입을 모은다.

 한 캣맘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을 때 일부 주민이 달려 나와 삿대질하고 욕하며 사료를 빼앗아가는 일은 흔한 일이다”면서 “같은 아파트 입주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용인 사건이 일어난 뒤 주변에서 말려 당분간 활동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왜 길고양이를 거부하는가

 길고양이를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길고양이가 싫다”다.

 길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것이 낮이든, 밤이든 무섭다” “길고양이가 밤새 내는 ‘야옹’ 소리가 시끄럽다” “길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지저분하다” “길고양이가 자주 번식해 인간의 생활권을 계속 침범할 것이다”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는 곧 “길고양이가 많아지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므로 먹이를 주고, 집을 만들어주는 등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캣맘, 캣대디에게 갖는 이들의 반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캣맘=공공의 적’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에 이른다.

 길고양이 혐오족은 “TNR(Trap-Neuter-Return; 포획-중성화-방사)을 통해 길고양이의 번식을 억제해 개체 수를 서서히 줄여나가기보다 당장에라도 모두 포획해 안락사를 시켜야 불특정 다수의 주민이 겪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길고양이가 자연스럽게 우리 지역을 떠나게 될 텐데 캣맘들이 자꾸 먹이를 주고, 잠자리를 만들어주니 길고양이가 계속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상주하게 되는 것이다”고 격분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기반으로 ‘캣맘 엿먹이기’라는 주제로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방해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공유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 먹이를 담는 대야를 부순다” “고양이 먹이통에 쥐약을 넣는다” “대야를 집으로 가져가면 밥을 더 못 줄 것이다” “캣맘 집 주변에서 매일 사료를 주면 그들도 고양이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 등이 그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접한 캣맘들은 분통을 터뜨리긴 하지만, 젊은 층의 치기 어린 생각으로 여길 뿐 실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캣맘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진짜 길고양이 혐오족은 이러한 의견을 나누기보다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는 극소수 사람들이다. 주로 50대 중반 이상 남녀 노인, 20~30대 무직 남성, 40~50대 아파트 부녀회장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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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하경민 기자 = 부산 북부경찰서는 21일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불법 포획해 도살한 뒤 건강원에 팔아넘긴 A(54)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살 직전 구조된 길고양이. 2015.05.21. (사진=북부경찰서 제공)  [email protected]
 박소연 케어(동물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장소가 다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 캣맘들은 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린다”면서 “노인들은 길고양이를 보호하겠다고 젊은 사람들이 나서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무직 남성들은 사회에 가진 불만을 약자인 동물에게 풀려다 캣맘과 부딪치기 마련이다. 일부 아파트 부녀회장은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뜻에 거스르는 캣맘들을 공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째서 길고양이를 품으려 하는가

 이와 달리 캣맘, 캣대디는 물론, 길고양이를 가엾게 여기는 심정적 동조자들은 일단 “불쌍하다”를 밑바탕으로 깔고 그 위에 길고양이를 양산한 책임이 우리 인간에게 있으니 이들을 돕고 지켜줘야 한다고 본다.  

 사람이 키우던 고양이가 유기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발정 등의 이유로 스스로 가출했다가 귀가하지 않은 고양이의 경우도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야산이나 거리에서 살며 몇 대를 번식해 온 이상 이제는 길고양이를 유기동물이 아니라 또다른 ‘야생동물’로 여기고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시간에서 일정한 장소에서 먹이를 준다면 길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인간의 음식을 훔치는 일이 없어지고, 오히려 쥐를 막아주는 이점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TNR로 번식을 막아 개체 수를 줄여나가고, 대신 번식이 불가능해진 고양이에 대해서는 인간이 그들의 길고양이화에 어느 정도 책임지는 차원에서 살아있는 동안 먹이와 잠자리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일각의 길고양이 급증 우려에 대해 캣맘들은 반박한다.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집안에서 키워질 때는 보통 13~15세까지 살지만, 길고양이로 사는 경우 평균 수명이 급감해 3년여에 불과하다. 또 TNR이 안된 길고양이가 번식한다 해도 새끼의 생존율이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길고양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일은 없다.”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길고양이가 굶주림에 지쳐 그 지역을 떠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캣맘들의 지적이다. 영역 구분 탓에 굶주린 길고양이도 쉽사리 그 지역을 떠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만일 그들이 떠난다 해도 무주공산을 노리고 다른 지역에서 다른 길고양이가 유입해 곧 새로운 길고양이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는 논리다.

 박 대표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다. 따라서 길고양이의 경우에도 굳이 사람에게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들개화한 유기견처럼 인간을 공격하지도 않는다. 배설물을 굳이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면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릴 염려도 전혀 없다“며 “인간이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들을 대한다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짚었다. 

 이처럼 나름 타당한 논리와 확고한 이유에 기반을 둔 양측의 신념이 첨예하게 맞서고,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양측의 대립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앞으로도 길고양이 학대 행위나 캣맘, 캣대디에 대한 위해 행위가 빈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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