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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②]공존이냐 퇴치냐…길고양이 문제 풀 솔로몬의 지혜 없나?

등록 2015-10-20 10:46:15   최종수정 2016-12-28 15: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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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자동차 보닛 밑에 숨어 있던 고양이가 사람에게 발견돼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사진출처: 미러)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누군가의 집에서 애지중지 길러지던 중 발정기에 가출했다 귀가하지 않은 채 길에서 살게 된 경우, 길고양이를 엄마·아빠로 삼아 길에서 태어난 경우, 한때 반려동물이었지만 주인이 고의로 유기한 탓에 길에서 내앉게 된 경우 등 ‘출신 성분’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길고양이’라 불리며 동정의 눈길과 혐오의 눈총을 동시에 받는 존재다.

 ◇정부 차원에서 ‘TNR 예산’ 늘려야

 길고양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역시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집고양이와 같은 조건에 놓고 보기 때문에 빚어진다.

 즉, 집고양이처럼 평균 수명이 긴 상태에서 새끼를 다섯 마리씩 낳는다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인간의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자유를 누리며 사는 야생동물이 갇혀 지내는 동물원 동물보다 오히려 평균 수명이 짧은 것처럼 많은 악조건에 놓인 길고양이의 생존율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배고픔, 더위와 추위, 각종 질병이나 사고 위험 등에 노출되면서 길고양이는 보통 3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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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60개로 확대 운영
 길고양이 수를 줄여가는 가장 좋은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는 TNR(Trap-Neuter-Return; 포획-중성화-방사)도 그런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정부가 길고양이를 포획해 모두 사육할 수도, 살처분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일단 길고양이와 공존하면서 개체 수를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TNR의 이점은 또 있다. 번식기에 멀리 있는 이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평소보다 교성을 크게 내는 일이 없어 소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새끼를 낳은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섰다 사고를 당한 여파로 새끼들까지 모두 굶어 죽는 비극도 막을 수 있다.  

 TNR이 이뤄지지 않아 번식이 이뤄진다 해도 길고양이 급증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이다. 고양이는 한 번 임신에 새끼를 다섯 마리가량 낳는데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태어나 각종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집고양이 새끼들과 달리 각종 위험에 노출된 곳에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예방접종도 전혀 받지 못하는 길고양이 새끼의 생존율은 20%도 미치지 못해서다.

 그러나 서울에서만 20만 마리, 전국적으로 수백만 마리로 추산되는 길고양이 중 연간 TNR의 대상이 되는 길고양이는 약 4000~5000마리에 불과하다. 역시 예산 문제가 가장 큰 탓이다. 동물병원에 시술료로 마리당 10만원가량 지급하게 되는데 그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케어(동물사랑실천연대) 박소연 대표는 “서울 종로구의 예를 들면 연간 TNR 예산이 200마리에 불과하다”면서 “이제 지방자치단체 차원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TNR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

◇‘모범 사례’ 강동구를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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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길고양이 수를 줄여가는 가장 좋은 현실적 대안으로 TNR(포획-중성화-방사)이 꼽힌다. 사진은 고양이 중성화 수술 모습.  (뉴시스 DB)
 ‘캣맘’ ‘캣대디’ 활동에 대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캣맘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활동을 통해 길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음식물을 훔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곳에서 입증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캣맘과 길고양이 혐오자들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혐오자를 만났을 때의 대처방법으로 ‘가능한 언성을 높이지 않고 중성화 수술 등에 관해 설명할 것’ ‘휴대전화 녹취·녹화를 할 것’ ‘욕설 등이 일어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것’ 등을 조언하고 있다. 그만큼 캣맘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 대표는 “서울 강동구의 길고양이 대책이 지역주민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처럼 정부가 캣맘에게 조끼라도 지급한다면 캣맘의 활동이 개인 차원이 아닌, 정부를 대신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혐오자들에게 줄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캣맘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동구는 2013년 만화가 강풀씨와 캣맘 단체인 미우캣보호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길고양이 급식소’를 동 주민센터와 공원 등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60개소를 설치했으며, 사료 회사들로부터 기부받은 사료를 캣맘들이 매일 채워 넣고 있다. 이후 길고양이가 먹을 것을 찾다 쓰레기봉투를 찢어놓는 문제도 격감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주민들의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가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 윤신근(서울 충무로 애견종합병원장·동물학 박사) 회장은 “서울 시내에만 20만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가 있다는 것은 좋든 싫든 그들과 공존해야 하고, 그 가운데서 그 수를 줄여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부이든, 소수이든 주민이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기존 대책의 장단점을 점검해 그에 알맞은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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