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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현대판 본초학(本草學)…중국 우시 식물연구센터 가보니

등록 2015-10-28 18:11:25   최종수정 2016-12-28 15: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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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시 식물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배양하고 있는 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5.10.23. (사진제공=암웨이)
【상해=뉴시스】배현진 기자 = "중국 전통 약재가 세계 각국의 과학자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

 지난 9일, 율린 지라트 노벨상위원회 생리의학분과 위원장이 말라리아 치료제 원료를 개똥쑥에서 찾아낸 공로로 중국 약학자 투유유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며 한 말이다.

 동양의 약초 등 식물 5000여 종의 뿌리부터 잎까지 속속들이 파헤쳐 영양소와 인체 효능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각 식물이 몇 도에서 어느 정도의 습도와 바람, 일조량의 환경에서 자라야만 풍부한 영양을 지닐 수 있을지를 씨앗단계부터 생장주기별로 연구한다.

 꼼꼼하다 못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과정. 최근 개소한 중국 우시(Wuxi, 無錫) 암웨이 식물연구센터(Amway Botanical Research Center, ABRC)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중국 약재 재배 기술 및 약재 추출물 전문 연구기관으로는 세계 최초격으로, 암웨이 미국본사에서 2500만 달러(약 283억원)을 투자해 설립에 6년이 걸렸다. 센터는 약재로 쓰이는 식물의 영양소, 효능분석, 성장주기별 최적의 환경조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을 위해 지난 23일부터 본격 연구활동에 들어갔다.

 암웨이는 총 10만평 (33만㎡) 규모의 이곳 농장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뉴트리라이트라는 자체 건강기능식품 및 뷰티 제품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전통 약재·과학·유기농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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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개소한 중국 우시 암웨이 식물연구센터 전경.
 중국 상해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우시 지역의 식물연구센터를 23일 오후 찾았다.

 현재 농장에서 우선 연구중인 식물들은 세계 각지에서 온 국화, 구기자, 시스테인 등 200여 종. 원심 분리기, 산소 측정기, 토양 분석기 등 여러 장비가 갖춰진 실험실에서는 이 식물들에 대한 중금속 함량과 원료의 진위 검사, 식물 영양성분 분석 등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어디어디에 좋다더라' 등의 구전 효과가 아닌 약용식물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효능을 지니는지, 숨어있던 또 다른 효과는 없는지를 알아보는 곳이다. 최고 효능을 찾아내기 위해 동종의 식물을 길이별로 성장기간별로 세밀하게 연구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연구원은 "육안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는 비슷한 두 식물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그 식물들의 유전자 정보를 추출해 진위판별을 실시한다"며 "이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기술로 암웨이 제품은 조금도 가짜 원료를 섞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센터 내에 근무하는 연구원은 20여명. 대부분 중국 과학원, 푸단대학 등 유명 과학연구소 출신 석박사들이다. 중국 약재, 토양, 식물학, 농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전문 인재들로 구성됐다.

 실험실 뒤쪽에 위치한 온실은 최적의 생존환경 조성을 위해 과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실 내부에는 온도·습도·PH 등 공기·토양·환경 요인 모니터링 탐지기가 큼지막하게 걸려있어 실시간 기상환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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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 농장 전경. 이곳의 식물들은 유기농 재배기술을 이용해 길러진다. 2015.10.23. (사진제공=암웨이)
 온도가 낮다 싶으면 5겹의 천막이 자동으로 천장을 덮어 보온기능을 하고 공기대류를 위해 정기적으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대형 팬을 통해 공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건강 식품 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이를 위해 이곳은 유기농 생태농장으로 운영된다.

 우시 지역이 농장부지로 선정된 이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시는 중금속, 잔류 농약 등 300여종에 이르는 토양 샘플 검사에서 SGS와 A&L 등 권위있는 국제 외부 검사기관으로부터 '매우 깨끗하다'고 검증받았다. 건강한 땅을 찾아내기 위해 3년 동안 중국 300여개 지역에 대한 부지 적합성 조사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땅을 찾았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다시 3년간에 걸쳐 토지를 갈아엎고 주변 수로를 정비하는 등의 작업을 거친 후 마침내 식물 연구에 적합한 최고의 토양을 얻게 됐다. 끈질긴 뚝심과 자연속에서 최고의 원료를 찾아낸다는 기업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유기재배 기술은 농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토양의 활력을 유지하고 식물의 질병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다는 지렁이 분뇨를 액기스 형태로 추출해 사용하고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암컷 해충의 페로몬 농축액을 주변 나무에 매달고 해충을 포집하기도 한다.

 농장을 둘러보는데 몇몇 식물 앞에 꽂혀있는 팻말에 눈길이 간다. 거기에는 번호와 연도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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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에서 길러지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 2015.10.23. (사진제공=암웨이)
 "밑에 적힌 연도는 상용화 목표 기간이고요. 연도 위에 쓰인 번호는 식물이 가진 고유성분에 대한 관리번호에요."

 농장 견학에 동행했던 조양희 한국암웨이 전무이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조 이사는 "구기자의 경우 보통 잎과 열매를 주로 먹지만 암웨이에서는 표피 부분에서 뼈와 골격 형성에 좋은 성분 2가지를 발견했다"며 "이런식으로 한 개의 식물에도 여러개의 번호가 부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트리라이트 건강연구소 및 미시건주 에이다 본사 연구진들과 함께 탐색∙분석한 후 효능이 입증되면 제품을 개발, 우선 중국 및 아시아 지역 공략에 나선다.

 현재 5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 약재시장 규모 역시 5년 후에는 1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약초시장 규모 또한 매년 10%가량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우시 식물연구센터에 거는 암웨이의 기대는 남다르다.

 암웨이 글로벌 본사 R&D 및 품질보증부서 캐서린 에렌버거(Catherine Ehrenberger) 부사장은 "우시 연구센터는 암웨이가 식물영양소 연구를 시작했던 8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아시아에서 다시 한번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고령화와 노화에 대비한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센터 개소식에서 밝혔다.  

 한의학 대국으로 불리는 중국에는 세계 식물종의 12%에 해당하는 3만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

 활인구세(活人救世)의 신념으로 약초를 정성스레 분류했던 옛 현인들의 지혜가 이곳 우시에서 현대 기술과 만나 다시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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