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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의 연예특급]예능 1인독재 언제까지

등록 2015-11-02 22:44:04   최종수정 2016-12-28 15: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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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서울=뉴시스】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 1인 체제’가 10여 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시청자는 여전히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늘 주목하고, 전혀 질려 하지 않고 있다.

 강호동의 후퇴 이후 완전히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있는 유재석은 언론까지 가세해 '유느님 유느님'하며 띄워주고 있다.

 스타 한 명이 예능계를 지배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언제쯤 변화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렇게 1인 독점체제가 이어지는 사이 예능을 통해 먹고 살아야 하는 수많은 개그맨 출신 MC들은 사라지고, 상당수는 아예 생존 위협에까지 직면하고 있다.

 물론 셰프 예능과 야외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주말 예능들이 생겨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새로운 인물 투입, 스토리텔링의 방향성,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유쾌한 메시지가 지금보다 훨씬 진일보해야 한다.

 주로 '한국형 토크쇼 패턴'으로 이뤄지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MC를 제외한 게스트들이 매주 바뀌며 새로운 주제에 대해 희희낙락 웃음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같은 포맷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 누군가가 독점하고 있는 1인 체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마치 웅덩이 안에 계속 고여 있는 물처럼 전혀 신선하지 못하다. 아니 상하기 마련이다.

 작가나 PD들 역시 정통 코미디에 기초한 웃음을 제작해야 한다. 시청률만을 위한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코미디의 발전 형태를 예능계에 접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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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개그맨 유재석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열린 2014 KBS 연예대상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4.12.27.  [email protected]
 몇몇 인기스타의 독식 모델이 돼버린 현재의 예능에서 벗어나야 재능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수많은 개그맨이 또 다른 희망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톱 개그맨 유재석은 지상파 방송 3사에서 회당 방송 출연료로 최소 8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지방 행사를 마다치 않고 뛰어도 월 150만원도 채 벌지 못해 저축은커녕 생계가 곤란한 지경에 이른 개그맨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주 1회 방영되는 고정 프로에 간신히 얼굴을 내밀면서도 예술인의 열정과 개그에 대한 사랑으로 포기하지 않고 전진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그맨은 "작은 행사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이마저도 경쟁이 심해 언제 자리를 뺏기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회당 방송 출연료 800만원은 이룰 수 없는 그저 달콤한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최근 예능 방송은 그저 센스 있고 개성만 있다면 가수, 모델, 평론가, 운동선수 등 가리지 않고 캐스팅해 코너에 집어넣는다. 개그맨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모양새인 이런 현상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논란도 역시 일고 있다.

 능력 있는 개그맨들이 방송계의 선택을 받지 못해 프로그램에 출연조차 하지 못한 채 잊혀가는 현실은 우리 방송가의 손실이며, 시청자의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살아서 우리 곁에 있어야만 한국 버라이어티와 예능은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고, 제2, 제3의 유재석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위험한 현상은 우리 방송계나 작가, 피디 등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소재의 고갈, 공익성 결여라는 장애물만 피해갈 생각하지 말고 버라이어티의 다양성, 개그의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남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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