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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오리온의 飛上, 추일승이 웃는다

등록 2015-11-02 11:04:51   최종수정 2016-12-28 15: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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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기세가 놀랍다. 13승2패(10월27일 기준)를 거두며 부동의 선두다. 초반 13경기에서 12승1패를 거둬 역대 최고 승률(13경기 기준)도 갈아치웠다. 외국인선수 애런 헤인즈(34)를 비롯해 문태종(40), 이승현(23), 김동욱(34), 허일영(30) 등 최강 포워드 라인업을 앞세워 수비 위주였던 국내 농구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통합우승을 거둔 2001~2002시즌 이후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조짐이 좋다. 추일승(52) 감독이 웃는 횟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실점 많다고? 더 많이 넣어서 이기면 돼

 오리온의 포워드 라인업은 국가대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현역 국가대표 이승현,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문태종과 허일영, 천재 포워드 김동욱에 리그 최고 외국인선수 헤인즈까지 있다. 상대에게 공포 그 자체다. 모두 탁월한 센스를 겸비했고,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 빈틈이 없다. 오리온은 비시즌에 드래프트를 통해 헤인즈를 영입했고, 창원 LG에서 문태종을 데려왔다. 헤인즈와 문태종의 공통점은 기량을 인정받으면서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될 때에는 갸우뚱하게 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부터 장·단신 선수를 1명씩 보유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대다수 팀들이 장신 선수로 정통 센터를 선호했다. 헤인즈가 드래프트에서 7순위까지 밀린 배경이다. 문태종은 정확한 슛과 해결사 능력을 인정받지만 많은 나이 때문에 외면 받았다. 추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둘을 데려오며 새 판을 짰다. 현재까지만 두고 보면 완벽한 성공이다. 기량과 경험을 갖춘 둘의 영입으로 기존 포워드진과 절정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오리온은 10개 구단 중 평균 득점이 86.8점(15경기)으로 1위다. 빠른 속공과 시원한 공격 시도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3점슛 성공률 10위 안에 3명이나 있다. 허일영이 43.75%, 김동욱이 41.67%, 문태종이 39.73%다. 3점슛 성공률은 35%만 넘어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함에도 턴오버는 전체에서 가장 적게 한다. 경기당 9.1개. 짜임새도 탄탄하다는 증거다. 최근 몇 년 동안 KBL의 트렌드는 수비였다. 울산 모비스, 원주 동부 등 수비력이 좋은 팀의 성적이 좋았다. 미국프로농구(NBA), 세계농구도 대동소이하다. 당연한 결과다. 농구의 기본은 수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온은 강한 창으로 수비를 깨부수며 수비 위주의 농구에 도전장을 냈다. 오리온의 수비력은 전체 5위. 평균 78실점을 기록 중이다. 많이 허용하지만 더 많이 넣어서 이기고 있다. 물론 수비가 나쁜 것은 아니다.

 ▲추일승 감독이 웃는다

 “저 감독은 군인이야?” 2000년대 초반 상무농구단의 지휘봉을 잡은 추일승 감독이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굵은 얼굴선과 건장하고 균형 잡힌 풍채, 웃음기 없는 인상 때문에 추 감독은 현역 군인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 딱딱한 인상이 강해 농담도 재미가 없다. 그런 추 감독이 올 시즌에 유독 많이 웃는다. 성적이 좋으니 당연하다. 추 감독이 꿈꿔온 최강 라인업이 꽃을 피기 시작하자 그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또 달라지고 있다. 추 감독은 홍익대 출신으로 농구계에선 비주류로 불린다. 공부를 많이 하는 지도자다. 그래서 일부에선 ‘이론과 책에만 박힌 고리타분한 지도자’라는 평가도 있었다. 모나지 않고 조용한 성격 때문에 주위에서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차분하게 단계를 밟은 검증된 지도자다. 상무에서 코치와 감독을 거친 그는 지도력을 인정받고 2003년 코리아텐더의 감독이 됐다. 승승장구했다. KTF(現 kt)로 옮긴 이후 2006~2007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기도 했다. 아직 우승은 없다. 당시 모비스에 3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잠시 코트를 떠났다. 떠나 있는 동안에도 농구는 항상 옆에 있었다. 박사학위 논문과 책을 썼고, 농구전문매체를 열어 감독이 아닌 새로운 시선으로 농구를 바라봤다. 코트를 떠난 지 2년 만인 2011년 3월 오리온은 추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7~2008시즌부터 4년 동안 10위-9위-10위-10위로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키웠다. 최근 3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나갔고, 지난 8월에는 프로아마최강전에서 팀을 정상으로 올려놨다.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추 감독은 프로아마최강전이 끝나고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정상으로 가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프로스포츠는 상품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는 전창진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과 국가대표 포함 선수들의 불법도박 혐의로 홍역을 앓았다. 현재 진행형이다. 관중 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관심도 적어졌다. 오리온의 화려한 공격 농구가 박수를 받는 배경일 수 있다. 구단과 연고지의 적극적인 관심이 호재다. 본사에서 영업·관리직으로 20년 이상 일한 이형진 부단장은 “프로스포츠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이고, 동시에 팬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프로는 상품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오리온의 홈 고양종합체육관에선 경기 후에 관중들이 코트로 내려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이파이브 세러머니가 있다. 승패와 상관없이 오리온 선수들은 경기 후에 코트를 둘러싼 팬들과 모두 하이파이브를 하고 퇴장한다. 팀을 위해 응원을 보낸 팬들을 향한 작은 답례다. 이 부단장이 일본 프로농구를 관전하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김동욱도 “팬들과 손을 맞대면 함께 호흡을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좋은 마음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더 이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연고지 고양시의 최성 시장도 틈나는 대로 체육관을 찾아 농구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리온은 뒤숭숭한 농구계에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 농구인은 “오리온이 우승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런 팀이 우승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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