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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안 본다던 대기업·공기업, 정말 달라졌나?

등록 2015-11-10 09:26:29   최종수정 2016-12-28 15: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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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대기업과 공기업의 채용이 지나치게 스펙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인재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발이 아닌 기업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채용과 인사시스템 진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2월4일 서울 종로구 드림엔터에서 열린 ‘2014 스펙초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정부부처·민간·공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각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대기업과 공기업의 채용이 지나치게 스펙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대기업 22곳, 공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 대부분이 학력 제한을 두고 있었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 90%, 학력제한…영어에 제2외국어까지

 먼저 22개 민간 대기업 중 20개사(90.9%)가 대졸(예정)자를 기준으로 학력을 제한해 직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이를 자세히 보면 20개사 중 18개사가 채용 공고부터 대학졸업(예정)자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머지 2곳은 공고상 학력제한은 없었으나 입사지원서에 학력 기입란을 둬 사실상 학력 제한을 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입사지원서에 자격증과 어학 점수 기재란을 뒀다. 수상 경력과 해외연수 및 교환학생 경험을 요구하는 곳도 63. 6%에 달했다.

 외국어에 대한 요구조건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22개사(100%) 모두 어학 점수 기입란이 있었으며, 이를 지원 자격 요건으로 명시한 기업은 22개사 중 절반(50%)인 11개사나 됐다.

 또한 모두 제2외국어 항목까지 두고 있었다. 일어, 중국어는 물론, 불어, 스페인어까지 다양한 어학 능력을 직무와 관계없이 요구하는 것이다. '우대 사항'으로 표현됐지만,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밖에 없어 구직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직무 특성상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직무에서 외국어 능력 및 외국어 점수를 요구하는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입 직원에게 '경력' 쓰라는 대기업

 수상 경력의 경우 22개사 중 14개사(63.6%)가 입사지원서에 포함했다. 공모전이나 경시대회 입상자에게 가산점 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채용에 반영하고 있다.  

 해외연수 및 교환학생을 경험을 요구하는 기업은 22개사 중 14개사(63.6%)였다.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에 '글로벌 인재'라는 용어가 빠지지 않는 데다 면접 과정에서도 해외 경험에 관한 질문이 자주 나와 해외연수 경험은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가 돼가고 있다.

 신입 직원을 모집하는 채용 공고에서 경력기재란을 만들어놓은 기업도 다수 있었다. 22개사중 19개사로 86.4%를 차지했다.

 채용 절차를 보면 1차 서류심사 → 2차 인·적성고사 및 전공시험 → 면접이 다수였다. 서류심사는 22개사(100%), 별도의 필기시험을 치르는 곳은 18개사(81.8%), 면접을 시행하는 기업은 22개사(100%)였다.

 이중 필기시험의 경우 기업들이 자체 인·적성 고사를 개발하거나 외주업체에 의뢰해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해당 직무와 관련한 전공 구술 혹은 필기시험을 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면접은  1~3차에 걸쳐 시행된다. 기본 실무진 면접을 시작으로 핵심역량, 토론, PT, 영어, 전공, 시사상식, 1박2일 합숙 등 다양한 면접방식이 시행되고, 최종은 임원진 면접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공기업이 더 까다롭다  

 공기업의 채용 방식도 민간 대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채용절차에서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스펙'을 요구하거나, 까다로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우선 채용공고부터 대졸(예정)자를 기준으로 학력을 제한하는 공기업은 29개사 중 2개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29개사 중 지역난방공사, 중부발전, 서부발전, 동서발전 등 4개사만 채용공고와 입사지원서에 학력 기입란이 아예 없었다. 23개사는 입사지원서에 학력 기입란을 둬 실질적인 학력 제한을 하고는 곳은 23개사(79.3%)에 달했다.  

 입사지원서상 스펙 요구도 지나치게 많았다. 자격증을 요구한 곳은 26개사(89.7%)였고, 어학 점수는 24개사(82.8%), 수상경력은 8개사(27.6%)가 각각 기재하도록 했다. 해외연수와 교환학생 경력을 쓰도록 한 공기업도 4개사(13.8%)나 됐다.

 직무와 크게 연관이 없는 한국사를 사실상 22개사(75.9%)가 요구하고 있었다. 이를 자세히 보면 한국사 자격증을 요구하는 기업은 12개사, 별도의 한국사 시험을 치르는 기업이 10개사였다. 2개사는 자격증은 물론 별도 시험까지 요구했다.

 또 신입직원을 모집하는 채용공고에서 경력기재란을 요구하는 기업은 29개사 중 23개사(79.3%)에 달했다. 

 채용 절차의 경우 1차 서류 심사→ 2차 전공 필기 및 인·적성 또는 NCS형 필기 시험→2~3차 다양한 단계와 방식의 면접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채용절차에서 민간기업보다 더 까다롭고 고난도의 채용 준비가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필기전형이다. 공기업들은 대체로 전공, 시사상식, 한국사 시험, 논술과 같은 단답형 문제나 서술형 고사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공기업들은 필기시험의 수준에 관해 보통 대졸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5급 국가고시나 전문자격증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필기를 준비하면 합격하기 수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필기시험의 양이 방대하고,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처지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영어(토익 950점) 및 기본 자격증(한국사 1급, 컴활 1급, 한자 2급, 테셋 2급)을 갖춰야 하고, 이후는 전공시험에 나오는 경영, 경제, 회계 통합전공 이론을 공부해야 한다. 이 외에도 논술 준비와 영어 면접을 위한 스터디까지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스펙, 학력, 연령을 초월한 열린 채용 방식은 매우 한정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학력과 학벌, 지나친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후진적인 채용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재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발이 아닌 기업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채용과 인사시스템 진화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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