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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CGV아트하우스가 없었어도 주원 '그놈이다' 나왔을까?

등록 2015-11-08 1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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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스터리 스릴러 ‘그놈이다’(감독 윤준형) 포스터.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4일까지 미스터리 스릴러 ‘그놈이다’(감독 윤준형)의 기세가 무서웠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9만7168명을 모아 9만5416명을 들이는 데 그친  손현주·엄지원·배성우의 스릴러 ‘더 폰’(감독 김봉주)을 끌어내리고 1위에 올랐다.

 전날까지 1위를 질주하던 강적을 무너뜨렸으니 이미 ‘더 폰’에 짓눌린 상태였던 맷 데이먼의 할리우드 SF ‘마션’(감독 리들리 스콧)을 발아래 두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3위 ‘마션’은 6만4351명을 추가해 누적 411만5285명을 기록한 데 만족해야 했다.  

 ‘그놈이다’는 마침 같은 달 1일 20%대 시청률로 종방한 SBS TV 드라마 ‘용팔이’ 주연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주원이 원톱 주연을 맡고, 지난해 여름 코믹 사극 ‘해적’(감독 이석훈), 올여름 범죄 액션 ‘베테랑’(감독 류승완), 올해 초  tvN 예능 ‘삼시세끼’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제2의 절정기’를 보내는 유해진이 힘을 보탰다. 여기에 그야말로 ‘천의 얼굴’인 신세대 연기파 이유영이 가세했다.

 주연배우들 면면으로 보면 메이저 배급사가 투자·배급한 영화이겠구나 싶지만, 스크린에 박히는 배급사명은 ‘CJ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CGV아트하우스’다.  

 CGV아트하우스는 멀티플렉스 CJ CGV가 만든 국내외 독립영화, 예술영화, 제3세계 영화 등 즉 다양성 영화 전문 상영 브랜드다. 지난해 10월까지 ‘무비꼴라주’라는 이름을 썼다.

 CGV아트하우스는 앞서 지난 2013년 한국 영화계에서 소외된 ‘비주류’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직접 투자·배급에 나섰다.

 이후 지난해 3월 김희애·고아성·김유정의 드라마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을 시작으로 그해 5월 배두나·김새론·송새벽의 드라마 ‘도희야’(감독 정주리)를, 올해 4월 김혜수·김고은의 범죄 드라마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과 5월 전도연·김남길의 멜로 누아르 ‘무뢰한’(감독 오승욱) 등을 내놓았다. ‘그놈이다’는 그 다섯째 작품이다. 

 현재 국내 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메이저 배급사는 여성 주인공, 비인기 장르, 신인감독 연출, 티켓 파워가 떨어지는 주연 배우, 독립·예술영화 등에 매우 인색하다.

 이로 인해 영화계에서 특정 장르 편중이나 일부 배우, 소수 감독의 독식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CGV아트하우스가 ‘역주행’하는 셈이다.

 ‘그놈이다’ 흥행을 대중은 ‘주원의 힘’으로 받아들인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주원은 안방극장과 달리 스크린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KBS 2TV 드라마 '각시탈‘(2012), ’굿닥터‘(2013) 등으로 그가 한창 주가를 올린 뒤였지만, 겨울 성수기를 노렸던 2013년 12월18일 로맨스 액션 ‘캐치미’(약 49만명), 대입 수학능력시험 특수를 기대했던 지난해 11월6일 코미디 ‘패션왕’(약 59만명) 등 주연 영화들은 연이어 실패했다.

 자칫 ‘안방극장 스타’라는 꼬리표가 붙을 처지였던 주원을 올해 3월 크랭크인 한 작품에 주연급으로 캐스팅한다는 것은 메이저 배급사 작품이라면 가능했을까. 아무리 주원이 유해진과 같은 소속사(심엔터테인먼트)이고, 소속사가 공동제작사로 나섰다고 해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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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CGV 아트하우스 로고 마크.
 시나리오와 연출을 도맡아 격찬을 듣고 있는 윤준형 감독도 마찬가지다.

 독립영화 ‘목두기 비디오’(2003)가 연출한 이후 줄곧 프로듀서로 일해온 신인감독, 그것도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유명 대학 영화과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생이 아닌 공학도(동아대 컴퓨터 공학과) 출신인 그다. 메이저 배급사 아래였다면 아무리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라고 해도 메가폰을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시골 어촌마을, 재개발 지역 등을 배경으로 하고, 귀신, 예언, 무속 등 ‘오컬트(Occult)’를 소재로 하는 등 대중성과 거리가 먼 요소들 일색이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주원, 유해진이 없었고, CGV아트하우스라는 최소한의 상영관이 확보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도 남는다.

 동시에 CGV아트하우스 작품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두드러졌다면 대중의 편견과 선입관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도 싶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 ‘그놈이다’는 ‘더 폰’도 눌렀고, 맷 데이먼의 할리우드 SF ‘마션’(감독 리들리 스콧)도 꺾었다. 지난 5일부터는 국내 최대 메이저인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는 김윤석·강동원의 판타지 호러 ‘검은사제들’(감독 장재현)과 맞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대로다. ‘검은사제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검은사제들’은 개봉 첫날부터 스크린을 독차지(5일 4657회, 6일 4988회, 7일 5983회)하고 있다. 한창 돌풍을 일으키던 첫 주말(10월31일, 11월1일)에도 ‘그놈이다’의 상영횟수가 하루 3200회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유리한 조건 아래 ‘검은사제들’은 개봉 3일째인 지난 7일 이미 누적 관객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놈이다’의 상영횟수는 5일부터 하루 1900회대까지 뚝 떨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한동안 상위권을 지키고, 곧 누적 관객 100만 명(7일 누적 89만9378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지극히 상업적인 메이저 배급사에 “제발 눈을 크게 떠 작품을 발굴하라”고 호소하기에는 지쳤다. 관객이라도 부디 마음을 열고 ‘작은 영화’에도 관심을 두자. 그래야 또 다른 CGV아트하우스도 나올 수 있고, 제2의 ‘그놈이다’도 스크린에 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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