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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연의 직장탐구생활]노사합의,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나?

등록 2015-11-24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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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박 대리는 최근 한 회사에 경력으로 입사했습니다.

 이 회사는 노동조합과 매년 협상해 호봉에 따른 임금을 정했는데 그에게는 '연봉계약서'를 내밀었다고 합니다. 개별적으로 연봉협상을 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인사팀 직원을 만난 자리에서 박 대리는 일단 사인을 하고 나왔지만, 찝찝하고 아리송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입사하고 절차에 따라 노동조합에 가입도 했는데 왜 개별 연봉협상을 하는지 말이죠.

 일상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일들입니다. 우리나라는 노조가입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입니다. 그리고 노조와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무력화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납니다. 과거에는 특히 이런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임금단체협상은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적용해야 할까요.

 우선 연봉제든, 호봉제이든 임금을 어떻게 주는지 결정하는 것은 회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다만 공인노무사회 이훈 노무사는 위의 박 대리 같은 경우,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임금단체협약에 따른 임금과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회사는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이 됩니다.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사안으로 징역을 사는 경우는 없고, 현실적으로는 벌금 정도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회사가 최근 입사한 박 대리에게 기존 조합원들이 받는 임금과 다른 액수를 지급하면 괜찮은 일일까요. 이럴 때는 박 대리가 조합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약간 다릅니다. 그리고 복잡해집니다.

 회사와 노조가 합의한 임금보다 더 적은 금액을 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더 많이 줄 때입니다.

 우선 박 대리가 조합원인 경우를 보겠습니다. 회사와 노조와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은 임금의 '최저금액'을 규정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조합원 중 일부를 대상으로 더 많이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노조와 '기본급 10% 인상'이라는 합의를 했어도, 개별적으로 15%나 20% 인상을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근속연수에 따라 1년 차는 100만원, 2년 차는 110만원, 3년 차는 120만원 등의 호봉으로 노사합의가 이뤄졌을 때, 이 금액은 회사가 줘야 하는 임금의 '최저금액'입니다.

 회사 정책에 따라 일을 잘하고 성과가 더 있는 직원에게 더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1년 차 직원 A에게는 150만원을 주고, 2년 차 직원 B에게는 130만원을 주고, 3년 차 직원 C에게는 노사가 합의한 대로 120만원을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이렇게 임금을 차등하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겠지요.

 이때 회사로서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노무사는 "과거 이런 임금정책을 추진한 회사들의 사례가 꽤 있었고, 상담도 했다"며 "회사가 이런 정책을 펴는 이유는 보통 하나였다. 바로 노조의 무력화였다"고 설명합니다.

 또 그는 "회사가 만약 이런 정책을 편다면 임금단체협상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개별적으로 임금을 더 줄 여력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겠느냐. 지금 이런 정책을 쓰는 회사가 있다면 노조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다"며 웃습니다.

 이 때문에 노조가 이 부분을 법정으로 가져갈 경우 회사로서는 상당히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노조를 약화하기 위한 어떤 행동이 없었어도 법원에서는 '노조를 약화할 위험이 있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니까요.

 박 대리가 아예 조합원이 아니라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가능성이 조금 더 큽니다. 노조를 약화할 목적으로 회사가 이런 정책을 사용했다고 볼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중소규모 공장 등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때는 단체협상 위반에 부당노동행위까지 '죄목'이 추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노동조합과 체결한 합의는 누구에게까지 적용해야 할까요. 노동조합이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을 누구한테까지 적용할지를 가르는 것은 '숫자'입니다. 바로 조합원의 숫자가 중요합니다.

 노조원이 그 회사 직원의 과반수인지를 봐야 합니다. 과반수라면 그 노동조합의 합의를 조합원이 아닌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적용해야 합니다. 이를 '노동조합의 확장성'이라고 합니다.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노동조합이 회사와 '임금 10% 인상, 매월 체력단련비 50만원 지급'이라는 합의를 했다고 해보죠. 조합원 입장에서 월급이 오르게 된 만큼 이 정도면 꽤 기쁜 합의일 것입니다.

 이쯤 되면 그냥 노조 활동이 꺼려진다는 이유로 가입하지 않은 김 대리, 부장을 맡고 있어서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최 부장 등은 궁금해집니다. '난 조합원이 아닌데 이걸 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답을 알려드리자면 김 대리는 적용을 받습니다만, 최 부장은 적용받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의 확장성은 조합 가입 대상에게만 적용됩니다. 애초부터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확장'을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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