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성범죄 가해자'가 된 경찰, 도대체 왜?

등록 2015-11-24 08:50:23   최종수정 2016-12-28 15:57:4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최근 경찰들의 성범죄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경찰 내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가 되려 성범죄자 집단으로 전략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8월 "성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에 대해 즉각 파면 또는 해임 조치를 취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시행하겠다"며 엄단 의지를 내비쳤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性)에 무너진 민중의 지팡이

 청와대 202경비단 소속 최모(36)경사는 지난달 27일 인터넷 게임 채팅을 통해 만난 15세의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가졌다.

 최 경사는 성매매 관련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부천경찰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최 경사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사건 당일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잠적했다.

 잠적 후 7일, 최 경사는 경북 김천의 한 공장 부근의 자신의 차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차 안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6월에는 여주경찰서 관할 파출소 소속 이 경위(51)가 구속됐다. 이 경위는 내연관계인 여성(45)의 집에서 이 여성의 딸 A(15)양을 강제로 끌어안고 몸을 만지는 등 3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양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은 성폭력상담센터로부터 신고를 받고 지난 12일 이 경위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이라는 신분을 앞세워 벌어진 범죄도 있다.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러 경찰서를 찾은 10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터졌다.

 18살인 여학생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되고 있다며 유포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며 경찰서를 찾았지만 다시 한번 상처를 받았다.

 사건을 맡은 정모(37) 경사가 조사에 필요하다며 A양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찍고 성추행까지 일삼았다. 정 경사는 A양과 함께 경찰서를 방문한 상담사를 밖으로 내보낸 뒤 "사진이 필요하다"며 A양의 신체 부위 사진 세 장을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전달받은 상담 센터측은 경찰서에 항의한 후 정 경사를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에 고발했다.

 사무실 내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정 경사는 사각지대로 A양을 데리고 가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경사는 사진을 찍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추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성추행 사건의 피해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경찰도 있었다.

 이 경찰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 성폭행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여성은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경찰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유부남인 A경위가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파면 조치했다.  

 ◇전문가들, 폐쇄적 남성주의에서 비롯된 그릇된 인식

 전문가들은 경찰의 폐쇠적인 조직 문화와 남성 중심의 뿌리 깊은 사상이 자리 잡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권력과 권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이 더해졌다고 설명한다.

 즉, 경찰 스스로 시민을 위한 봉사자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시민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권력집행자라고 인식을 하기 때문에 시민과의 일반적인 접촉에서도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회적 지위에 오른 사람은 권력이 아닌 권위를 보여야 하지만 일부 경찰관들이 이를 혼동하면서 죄를 지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안전행정위원회·인천남동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59명의 경찰이 성폭행․성추행 등 성범죄 관련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68%인 40명이 여전히 현직에 근무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현직에 있는 경찰관 중 70%인 28명이 대민최접점부서인 지구대·파출소에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 경찰관 10명 중 7명이 시민들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부산, 대구, 인천, 경기, 충남이 2명, 전북, 경북, 경남이 각 1명으로 확인됐다.

 현행 '지역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서장은 최일선 대민접점부서인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경찰관서의 특성상 비위나 불건전한 이성관계 등으로 성실한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곤란한 자는 지구대·파출소 근무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경찰인력부족을 이유로 여전히 비위전력자나 성범죄 전력이 있는 경찰을 지구대·파출소에 배치하고 있어 결국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 조직의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경찰은 낮은 계급에서부터 왜곡된 남성성을 부추겨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해도 덮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