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새 한미 원자력협정',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길 열어

등록 2015-11-25 15:44:28   최종수정 2016-12-28 15:58:2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윤정아 기자 = 한국과 미국 양국간 원자력 분야 협력을 새롭게 규정한 신(新) 한미 원자력협정이 25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공식 발효된다. [email protected]
원전 연료 안정적 공급·원전 수출 증대 등 3대 중점분야 '성과'   美동의 얻는 기존 협정 구조는 여전…"명확한 원자력 정책 필요"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25일 오후 6시 공식 발효되는 신(新)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한미 원자력 협정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재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동안 미국의 사전동의 규정 등에 따라 완전히 묶여 있던 우라늄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가능성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 핵연료의 제한적 재처리를 통해 우리 원전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따라서 원자력 관련 3대 중점 추진분야에서 한미 양국 간 협력이 증진되고, 우리나라의 원자력 활동에 자율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라늄 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 등을 위해서는 한미 간의 합의가 필요하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기존의 협정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에 추가 협의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 노력과 함께 명확한 정책방향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로프로세싱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및 우라늄 저농축 가능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문제는 신 협정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신 협정으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력 발전 후 남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해 다시 원자력 발전의 핵연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연소돼 원자로 밖으로 꺼낸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우라늄 등을 회수함으로써 차세대 원자로의 핵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건식 재처리 기술' 또는 '건식 정련 기술'이라고 불린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협정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사용후 핵연료의 성질도 알 수 있게 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있어 그 부피를 줄일 수 있게 된다면 그 성과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의 실제 기술적·경제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진행될 한미 양국의 공동 연구 과정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위원 역시 "미국에서도 파이로프로세싱의 기술적 성공이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있는 상태"라며 "100% 성공해서 사용후 핵연료 부피를 모두 줄이고 재활용까지 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국내 원전에 핵연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그동안 꽁꽁 묶였던 '우라늄 농축' 가능성도 열렸다. 장래에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한 20% 미만의 저농축이 필요하게 되면 양국간 합의 하에 농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협정문에 담겼다.

 ◇원전 수출 길 쉬워져…시간·비용 절감으로 수출 증대 효과

 신 협정으로 한국 원자력 수출업계가 미국산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 부품 등을 한미 양국이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제3국으로 재이전하고자 할 때 건별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즉, 우리나라 원전 수출업계가 일부 미국산 원자력 기자재를 제3국에 수출하는 길이 보다 쉬워진 셈이다. 종전에는 사용후 핵연료를 쪼개서 분석하는 '형상·내용 변경'을 할 때마다 건건이 또는 5년 단위로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로써 핵물질이나 장비, 부품, 과학기술 정보의 교류가 활성화돼 향후 원전수출 투자나 합작회사 설립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장비나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인한 사업의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암 진단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수출까지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신 협정 발효로 인해 한미 양국의 정부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원전 수출 증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美에 협상 카드 내밀 정도로 연구·개발 필요…정책도 더 명확해야"

 다만,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우라늄 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 등을 위해서는 한미 간의 합의가 필요하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기존의 협정 구조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기대치보다 신 협정의 발효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높은 수준의 원자력과 핵비확산 협력을 요구하는 신 협정의 협력 범위와 내용에 비해 한국 정부의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 학계 한 관계자는 "신 협정의 의미는 크지만 이를 제대로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원자력 분야 조직과 전문가의 숫자,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하며 민간과의 협력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핵비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안보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도 "신 협정 유효기간은 20년"이라며 "향후 20년 동안 우리 정부는 정책이나 기술적으로 다음 협상이 오기 전까지 원자력 기술 개발·연구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땅한 기술이나 정책적 지향점 없이 원자력 협정에 임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연구·개발 노력과 함께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명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래의 협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내밀 수 있는 '협상 카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