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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2만명 시대④]사시존치 논란…그들은 왜 사시폐지를 반대하는가

등록 2015-11-26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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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사법시험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과 함께 제정된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2017년 폐지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행 7년째인 로스쿨의 병폐가 드러나면서 사법시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사법시험 존치에 관한 공청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찬반 입장을 정리해 본다.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사시는 '희망의 사다리'"

 ▲나승철(사법연수원 35기) 전 서울변호사협회 회장 = "우선 995만원에 달하는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은 저소득층에게 높은 장벽이 되고 있다. 사립대 로스쿨의 경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등록금 인상률이 8.8%에 달해 학부과정(인문사회 계열) 인상률 0.5%를 압도했다. 국·공립대도 로스쿨은 4.9% 오른 반면 학부과정은 4.5% 인하됐다.

 장학금 지급률은 2009년 47%에서 지난해 1학기 기준으로 36.6%로 하락했다. 여기엔 가계곤란장학금 외에 성적장학금 등이 포함된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전체 장학금 지급률은 2013년 32.2%, 지난해 1학기 31.9%였으나 가계곤란장학금은 각 16%, 11%에 불과했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은 미비하다는 의미다.

 재정적자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1~2013년 사립대 로스쿨은 각 797억~884억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공립대 로스쿨의 적자 역시 각 348억~383억원에 이른다. 국·공립대에는 매년 평균 344억원의 국고전입금이 투입되고 있다.  사립대 역시 전입금과 기부금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인하나 장학금 확대는 어불성설이다.

 '고시 낭인' 방지를 이유로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이는 응시횟수 제한 등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사법시험 제도 아래에선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를 제외한 모든 소득계층에서 법조계 진입이 가능하다. 로스쿨 제도에선 고졸 출신은 법조인이 될 수 없다. 사시와 로스쿨 제도를 병행해 국민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연수원 21기) = "로스쿨과 사법시험 병행 기간 동안 사시 폐해로 지적됐던 특정 대학 쏠림 현상과 학벌 서열화는 오히려 더 고착됐다. 이른바 SKY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법전원의 SKY대 학부 출신은 각 80%를 넘는다. 이는 사법시험 SKY대 합격자 26%에 비하면 3.3배에 달하는 수치다. 로스쿨 출신(1~4기) 검사 비율 역시 SKY가 73.2%로 사시 65.1%보다 높다. 검사 배출 대학도 로스쿨은 20곳, 사시는 26곳이다.

 사법 시험이 고시 낭인을 양산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시법시험 합격자 학력은 대졸 미만(재학생 포함) 42%, 대졸 47.4%, 대학원 재학 이상 10.5% 등이다. 학부 졸업 후 사법연수원 입소까지 3년 정도 소요된 경우는 전체의 57.3%나 됐다. 5년 이내를 기준으로 하면 77%로 올라간다. 소요 비용도 숙식비를 제외하면 30만원 미만이 절반에 가까운 43.9%였고 40만원 이하로 치면 77%나 됐다.

 사법시험 합격자 중 법조인이 부모인 사람은 2.2%(2009~2015년)에 불과했다. 부모가 법대 교수로 있는 가정은 1.2%다. 최소한 '현대판 음서제' 논란은 없는 셈이다. 법조인 중 로스쿨 제도만 있었을 경우 경제적 이유로 포기했을 것이란 응답이 1286명 중 882명(69%)에 이르는 조사 결과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의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적 이동 통로가 없어지게 된다. 로스쿨은 돈이 있어야 꿈을 꾸고, 연줄까지 동원돼야 가능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사법시험을 남겨둬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계층 간 갈등을 완충할 수 있는 장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법적 안정성 해쳐…로스쿨 붕괴 우려도"

 ▲김정욱(변호사시험 2기) 한국법조인협회장 = "사법시험은 고시 낭인을 양산하고 시험 위주의 법률 지식만 습득한다는 한계를 가졌다. 로스쿨 도입과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은 12년 논의 끝에 이뤄진 국가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1963년 사법시행 시행 이후 합격률은 단 한 번도 4%를 넘지 못했다. '개천용' 뒤에는 낙방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 있었다. '법복 귀족'도 문제였다. 연수원 기수 문화를 통해 공고한 카르텔을 구성하고 많은 영예를 누렸다. 그 기간 국민의 불신은 커졌다.

 법전원은 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이 법조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다. 사시 합격자는 평균 43개 대학에서 나왔지만, 법전원은 평균 108개 대학 출신으로 구성됐다. 합격자 중 상위 10위권 대학 출신도 크게 완화됐다. 사시는 고졸 합격자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명, 1981년부터 계산해도 고작 19명에 불과하지만, 법전원은 방송통신대, 독학사 등을 통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법조인이 4년간 57명에 달한다.

 법전원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진학하기 어렵다고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연 소득 2600만원 이하 가구 학생이 전체 학생의 22.3%나 된다. 또 2010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778명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새터민 등 취약계층이 입학했다. 이 중 344명은 이미 법률가가 됐다.

 법전원 자체로 충분히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제도를 둬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사시가 유지된다면 법전원 제도는 고사하게 될 것이다. 일본과 같이 로스쿨을 거치지 않아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면 자퇴자가 늘어나고 좋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로스쿨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 법적 안정성과 법전원 출신 법조인의 신뢰 보호를 위해서도 사시는 폐지돼야 한다."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사시를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라고 주장하나 오히려 '희망의 덫'이거나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사시 합격률을 봐도 경제적 뒷받침이 안 되는 사람은 쉽게 도전하기 힘들다. 법전원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사법시험 존치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로스쿨을 '돈스쿨'이라고 하는 주장도 부당하다. 법전원의 실질등록금은 일반대학원 수준이다. 의학전문대학원 1230만원과 비교하면 70% 정도다. 또 지난해 법전원 등록금 총액의 평균 37.6%(358억4600만원)는 장학금으로 지급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도 4.4% 정도 된다. 학부 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했다. 지난 6년간 평균 53.2%의 비(非)법학 전공자들이 입학했는데 다양한 전공을 한 법조인의 기틀을 마련했다.

 사시가 존치되면 변호사가 이원화하고, 학부 교육이 황폐해진다. 법전원 수업을 등한시하거나 자퇴자가 늘어 법전원 교육 과정이 파행 운영될 수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 역시 소수 대학 출신이 독점할 가능성이 크며 고시 낭인은 또다시 양산될 것이다.

 법전원의 문제점은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야간·온라인 과정을 설치해 문호를 확대하고 장애인·저소득층 특별전형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교육부와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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