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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행복한 가족’은 이것이 다르다…‘가족 쇼크’ 외 2권

등록 2015-12-14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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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시내 기자 = “연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요즘은 어느 때보다 가족의 정을 느끼는 시기다.

 보통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모든 가족이 화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행복한 가족을 찾기 어렵다. 어느 가족이든 크고 작은 문제 하나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로에게 상처를 받아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내는 가족도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고민하지만, 치부를 드러내는 일일까 두려워 남에게 쉽게 묻지도 못한다. 그러나 갈등의 골이 깊어갈수록 관계를 돌이키기는 더 쉽지 않다.

 가족 행복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자녀와 진솔한 대화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실천하는 데 난색을 보인다.

 불편한 가족이 아닌, 화목한 가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배워보자.

◇가족 쇼크…EBS <가족쇼크> 제작팀 지음/ 윌북 펴냄/ 289쪽/ 1만3800원

 “우리나라 부모들이 사춘기 아이들과 갈등을 빚는 것은, 아이를 주어진 자기 삶을 살아가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부모가 미래까지 통제할 수 있는 존재, 나아가 자신의 확장된 자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90쪽)

 EBS TV에서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방송한 특별기획 프로그램(9부작) ‘가족쇼크’의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왜 유독 요즘 가족은 이렇게 서로를 힘들어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이 기획은 주변 가족을 직접 찾아가 내면의 모습을 살펴보고, 국내 최초 가족실험을 통해 잘되는 가족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탐구했다.

 중학교 2학년 재영이네 아빠는 재영이가 공부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으면 수시로 다가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뒤에서 들여다본다. “모른다고 표시한 문제들은 다시 한 번 봐야지” “이래서 시험 범위까지 어떻게 다하려고 해?” 등 잔소리에 재영이는 지쳐간다. 하지만 아빠는 스스로 ‘굉장히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들어오면 말 한마디 없이 집안을 무겁게 만들었던 부친에 비해 그래도 아이 공부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자상한 아빠라고 말이다.

 중학교 교사 김은하씨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초등학교 3학년 딸 연수에게 그날 한 숙제를 보여달라고 말한다. 진작 숙제를 마친 연수는 신이 나서 공책을 보여준다. 하지만 은하씨는 공책을 보자마자 연수에게 “글씨가 왜 이렇게 엉망이야? 안 되겠다. 깨끗이 지우고 다시 해!”라고 혼을 낸다. 연수는 지우개로 기껏 해놓은 숙제를 지우다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은하씨는 연수를 보며 안쓰러워하다가도 “사랑하니까 훈육도 하는 거지”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아빠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대화가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재영 아빠에게 “부모는 아이가 부모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하겠다며 조언을 하지만 그 말들은 모두 지시나 감시하는 잔소리일 뿐 아이들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29쪽)고 알려준다. 또 연수 엄마처럼 아이의 과제를 감독, 점검하는 매니저 혹은 교사 역할을 하는 부모에게는 “아이에게는 교사가 아니라 부모가 필요하다”(35쪽)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프랑스식 육아를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제시한다. 그들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에는 엄격하면서도 그 안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운다. 그 속에서 아이는 자립심과 인내심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는 곧 행복한 가족의 원천이 된다.

 이 밖에도 불의의 가족 상실로 인한 아물지 않는 상처, 급증하는 1인 가구와 고독사로 대변되는 사회 안전망의 이면, 새로운 구성원으로 등장한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의 절박한 상황 등 현재 대한민국 가정이 직면한 위태로운 상황을 다양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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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은 마땅히 이러 저러 해야 한다”는 통념을 버리고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나의 직업은 아빠입니다…탁경운 지음/ 고즈윈 펴냄/ 228쪽/ 1만3000원

 회사에서 힘겹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은 것이 아빠들 심정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면 아이들과 멀어지고, 나중에는 자신이 ‘밥벌이 기계’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서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이런 아빠들에게 저자는 ‘돌직구’를 날린다.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연구하면서, 왜 내 가족과 잘 지내는 기술을 연구하지 않나?”

 이 책은 자신의 집을 ‘가족 소통 연구소’로 삼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바보 아빠 탁경운의 가족 소통 프로젝트를 담았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아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눈높이 소통방법인 ‘손톱깎이’, 가족 간 스킨십을 부르는 ‘생일 세족’,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족 워크숍’ 등 바로 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간혹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 수 있으나 모두 저자가 직접 가족들과 함께 체험해 효과를 얻은 방법들이다.

 ‘가족회의 진행 양식’ ‘아빠 요리 레시피’ ‘바로 써 먹는 아빠놀이’ ‘우리 집 가족 산행지’ 등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다…데보라 태넌 지음/ 김고명 옮김/ 예담 펴냄/ 332쪽/ 1만3900원

 “이게 다 너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야” 엄마·아빠가 자녀에게 혹은 부부가 서로에게 잔소리한 후에 꼭 덧붙이는 말이다. 상대가 이에 반발하면 맞받아치는 말도 있다. “그럼 아예 관심 갖지 말까?”

 ‘가족’이기에 해도 된다고 생각한 말들은 ‘가족’이라서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상대를 이해하고, 말해야 할까.

 이 책은 언어학자인 저자가 내 편인 줄 알았던 가족이 왜 적이 될 수밖에 없는지, 왜 싸우고 후회하는 일상을 반복하는지를 보여준 뒤, 더 이상 사랑이란 말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아’ 다르고 ‘어’ 다른, 가족의 말하기 습관을 화두로 삼아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라고 권한다. 이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오해를 푸는 시간을 가끔이라도 가져 보면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관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행복한 가족관계는 ‘소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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