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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의 날 '무색'…"한국인권, 한겨울 추위만큼 꽁꽁"

등록 2015-12-11 09:30:36   최종수정 2016-12-28 16: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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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전쟁없는세상, 전쟁저항자들인터내셔널, 커넥션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캠페인 결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탄원서를 앞에 놓고 창살을 형상화한 피켓을 든 채 발언을 잇고 있다. 이들 4개 단체는 올해 양심 병역거부자의 날인 5월15일을 시작으로 6개월 동안 세계에 한국 양심 병역거부자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캠페인과 탄원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국방부에 8,081통의 탄원을 전달했다. 2015.12.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존엄과 권리에 관해 평등하다.”(세계인권선언 제1조)

 ‘세계인권의 날’ 67주년인 10일을 며칠 앞두고 한국이 내년도 유엔 인권이사회(전 인권위원회) 의장국이 됐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인권 관련 국제기구의 의장국이 된 것을 두고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의 성과”라고 자축했지만, 국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한국의 인권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 국제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차례 연속 등급 심사를 보류하며, 2004년 가입 이후 처음으로 A등급 밑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들은 한국이 진정한 인권국가로 거듭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인권개선 노력이 이뤄지면 국제적인 위상을 떨칠 좋은 기회가 되겠으나 현 상황이 유지 또는 악화한다면 이름만 ‘의장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엔 등 국제 인권단체 “한국 인권상황 악화”

 국제 인권단체들이 한국 인권상황에 주는 점수는 그리 높지 않다.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자유권위원회)는 지난달 최종 견해에서 27개 영역에 걸쳐 25개의 우려 및 권고를 내렸다. 이는 직전 3차 심의 때 12개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자유권위원회는 성소수자 차별 철폐·양심적 병역거부자 석방 및 사면·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주요 권고 사항으로 꼽고, 1년 뒤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진실을 적시한 명예훼손 폐지,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북한이탈주민센터 개선 등도 권고했다.

 당시 심의 과정에서 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은 “이는 한국 자유권 실태가 그만큼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국제사회가 바라본 한국의 인권상황은 한겨울 추위만큼 냉혹하고 차갑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ICC가 국가인권위에 대해 등급 보류를 한 이유는 인권위원 임명 절차의 투명성과 참여를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국내 시민사회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권위는 인권위원 선출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등 독립성을 강화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상임위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미국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도 “비판세력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위협이 증가했고, 정부가 온라인 등에서 이뤄지는 논의·비판을 주기적으로 감시·검열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하향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엠네스티 역시 올해 초 연례보고서에서 집회·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박근혜 정부 2년 차(지난해 기준)에 들어서면서 인권이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표현·집회시위 자유 위축…민주주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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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진행된 2015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택근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5.12.07. [email protected]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개최한 인권보고대회에선 한국의 인권상황 후퇴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분야는 과거사, 교육·청소년, 국제인권, 노동, 민생경제, 사법, 소수자인권, 언론, 여성, 통일, 환경 등을 망라했다.

 특히 메르스 사태와 유언비어 엄단 지침, 세월호 사건 유언비어 단속 지침, 국가정보원 불법 해킹 등을 사례로 들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언론 부분에선 다음카카오 세무조사 및 수사, 인터넷 등록 요건 강화, 방송통신위원회 명예훼손 심의 강화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또 손해배상 청구를 통한 압박, 세월호 1주년 집회 등에서 교통용 CCTV 사용, 차벽 설치, 물대포 직사로 인한 사고, 복면금지법 개정안 발의 등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갈수록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를 수사 및 재판을 받는 등 표현의 자유가 탄압받고 있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에게 차벽과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로 강경 대응해 농민 한 명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복면금지법을 제정하겠다며 집회의 자유를 더욱 옥죄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도 인권탄압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인권 탄압을 견제해야 할 사법부가 보수화·획일화된 판결로 인권보장과는 거리가 먼 판결을 쏟아내고 있다. 긴급조치 대법원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전교조 교원지위 효력정지가처분 등에서 국민보다는 과거 유신 권력을 비호하고 노동자보다는 사용자의 이익에 충실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노동관계법 입법 추진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은 저성과자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어려워 결국 사용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구조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용자가 임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지침으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택근 민변 회장은 “박근혜 정부 3년 차인 올해의 인권상황은 모든 분야에 걸쳐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가장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며 “전세대란, 청년실업, 비정규직 차별, 가계부채 폭증, 영세상인 폐업 증가 등으로 국민 삶의 질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자유권위원회 파비앙 오마르 살비올리(Fabian Omar Salvioli) 의장이 한국 인권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한 발언은 깊은 울림을 준다.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주제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 심의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이러한 권리들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입법 및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기대한다.”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67년, 한국에서 인권이 깊이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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