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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김혜수·김희애, 중년여배우 활로 찾다…그 이름 '형사'

등록 2015-12-17 06:34:00   최종수정 2016-12-28 16: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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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혜수(왼쪽), 김희애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고 환히 웃던 그때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김혜수(45), 20대 유아인과의 멜로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던 김희애(48)

 청순하고, 발랄하고, 섹시하고, 우아하기까지 한 '책받침 스타' 김혜수·김희애가 내년 초 형사로 돌아온다. 거칠게.

 김혜수는 1월 '응답하라 1988' 후속으로 방송되는 tvN 드라마 '시그널'의 베테랑 형사로 조진웅, 이제훈과 합을 맞춘다. 낡은 무전기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를 쓴 김은희 작가와 '미생' '성균관스캔들' 김원석 감독의 만남 만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김희애도 내년 2월 최근작 SBS TV '미세스 캅'의 시즌2로 컴백한다. 지난 9월 방송된 '미세스캅'은 형사와 엄마, 두 가지 직무를 동시에 수행하며 갈등하는 김희애의 모습을 그렸다. 평균시청률 15%를 넘기는 등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시즌2에 전 시즌의 주역이 재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여자와 형사, 쉽게 조합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영화에서 봤던 형사들의 잠복근무나 거칠게 범인을 다루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남자들의 세계다. 그래서 '여형사'라고 한다. 보통명사 앞에 굳이 성별을 표기하는 말을 붙여야 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배우 김정은을 전직 강력계 형사로 등장시켰던 MBC TV '여자를 울려'부터, 시즌2까지 제작되는 '미세스캅', 김혜수를 잡은 '시그널'까지 형사, 그러니까 여자 형사가 드라마 속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년 여배우가 있다. 연기로 자리를 잡은 우아한 중견 여배우에게도 변신은 필수다. 화장기 없는 얼굴, 오로지 활동성 만을 고려한 옷을 입고 온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악다구니를 쓰는 이들의 모습은 신선하다. 악역이 길에서 돌을 맞는 시대는 지났다. 드라마 배역과 배우가 완벽히 분리되는 지금, 예쁘고 화려하게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형사는 이들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동시에 연기력까지 자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다.

 다양해진 채널도 여배우가 형사로 데뷔하는 데 한 몫 했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자리를 잡으면서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추리, 스릴러 등을 소재로 한 장르물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중적으로 높은 시청률은 보장할 수 없지만 마니아층은 탄탄히 다질 수 있다. 필모그래피의 다양성 확보는 덤이다.

 무엇보다 누구의 부인이나 엄마로 소비되는 게 전부인 드라마 속 중견 여배우들의 상황이 결정적이다. 드라마 속 '아줌마'는 짧고 보글거리는 파마머리, 억척스러운 성격과 우악스러운 목소리가 주는 이미지로 대표됐다. 이들은 남편의 불륜에 힘들어하거나, 말 안 듣는 자식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거나,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설레어 하는 게 전부였다.

 간혹 등장하는 여성 직업인 역할 역시 한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남자들의 조력자나 구색 맞추기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시그널'의 제작사인 에이스토리 오승준 PD는 "사회 전반적으로 유리천장이 깨지고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수사물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중견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오 PD는 이 원인을 새로운 극본의 부재와 동시에 이를 이끌만한 스타성 있는 중견 여배우의 부재로 꼽았다. '시그널' 역시 김혜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그는 "두 남자의 버디 정도에 그칠 수 있었던 '시그널'의 여형사도 김혜수씨를 모시고 오면서 힘을 받았다"며 "'아줌마'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동시에 전면 타이틀롤로 극을 이끌만한 배우가 적어서 그런 얘기를 쓰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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