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지구촌은 극심한 ‘분쟁’ 몸살
극단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0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잔인한 테러로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심어줄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첨예한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아프리카의 IS로 불리는 보코하람의 테러와 학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탈레반의 내전, 예멘의 친정부군과 반군 사이간 내전도 쉽게 끝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대규모 난민 사태의 진원지이자 중동의 화약고로 떠오른 시리아와 이라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IS를 둘러싼 격전으로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운 분쟁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IS는 대대적인 공습에 강하게 저항하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예멘, 이집트 등 아프리카로 세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IS의 야망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골치아픈 난제이다. IS가 시리아와 이라크를 기반으로 이집트 시나이 반도,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예멘 등 다른 지역으로 직접 진출하거나 연계 세력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세계 전역에서 젊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을 조직 세포처럼 양성하고 있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뿌리’를 뽑는다 하더라도 집요하게 테러 위협을 계속 가할 가능성이 높다. ◇서방·러시아·아랍 ‘동맹’ 관심…사이버戰 등 다른 해법 나올수도
이슬람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맹주도 IS 압박에 동참했다. 이란(시아파)은 최정예군인 혁명수비대를 시리아로 파병했고,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는 34개국이 참여한 반테러 군사동맹을 결성하여 이슬람연합군을 조직하면서 IS 격퇴전에서 아랍 국가들을 규합하고 있다. 이밖에 알 누스라 전선 등과 같은 시리아 반군도 지상에서 IS와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IHS에 따르면 IS는 올해 이라크 티크리트, 시리아 탈 아브야드 등 점령지 1만2800㎢를 잃었으며 전체 점령지 면적은 7만8000㎢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에는 IS에 대한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대한 지상군 파병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찬반 논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경우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군사강국들이 지상군 파병에 난색을 표하거나 지상군 파병을 지지하는 국가가 소수에 불과했지만, 공습만으로는 급진적인 극단주의자들을 단기간에 물리치는 것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현실론’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는 만큼 새해에는 지상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2월 초 AP-GFK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IS와 싸우기 위해 지상군 파병을 찬성하는 미국인은 지난 한 해동안 31%에서 42%로 증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상군 파병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지난 10월 말 50여명 규모의 특수작전부대의 시리아 파병안을 승인했으며 이라크에도 3000명 이상의 미군이 아르빌 등 현지에 주둔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기존의 지원부대 뿐만 아니라 최정예 특수부대원 100여명을 추가로 파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공습 또는 지상전과 같은 물리적인 교전 대신 전혀 다른 새로운 해법을 추구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재래식 무기를 쓰지 않는 ‘사이버 전쟁’이다. LA타임스는 펜타곤이 IS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전활동을 감소시키고 잠재적인 테러 공격을 방지한 노력의 일환으로 IS의 컴퓨터에 대해 더 공격적인 사이버 공격(cyber attack)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LA타임스에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소재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 해커들이 인터넷상에서 테러단체의 능력을 억제하는데 사용되는 악성 코드를 만들었다"며 “미국은 IS를 압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옵션으로 사이버 공격을 원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사우디 주도 이슬람연합군이 IS 격퇴작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문 매체인 알모니터(Al-Monitor)는 ‘이슬람의 나토(NATO)’로 비유할 정도로 범이슬람권 34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조직인 만큼 영향력은 무시못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사우디는 IS와 같은 극단 무장조직들을 질병(disease)에 비유하며 이슬람 무장조직과 테러에 맞서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IS는 “십자군과 결탁한 사우디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며 사실상 사우디와도 전쟁을 선포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에 가담한 이후 공습 타깃을 놓고 서방과 갈등을 빚어온 만큼 내년에는 서방과 러시아가 잡음을 없애고 단결력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푸틴 대통령은 연말 국정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세에 대한 러시아와 미국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시리아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이·팔 갈등, 탈레반, 보코하람 등 ‘불안한 화약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가장 불안요인로 꼽힌다. 특히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함마드 오마르가 2013년 4월 숨진 것으로 확인된 뒤 올해 8월부터 탈레반을 이끌어온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 마저 조직 내분에 따른 총상설이 제기되면서 탈레반 조직 내부의 불안정이 지역 정세를 더욱 불안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병력 5500명을 2017년까지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 예멘 정부와 반정부 세력의 내전은 유엔(UN)의 중재 속에 내년 1월 중순께 평화회담을 재개하기로 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 3월 이래 예멘 내전으로 5884명이 사망하고 2만7000여명이 부상했으며 사상자의 대다수가 민간인으로 나타났다. 에멘 내전은 지난해 9월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장악한 후 항구도시 아덴을 점령하고 압드 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하면서 내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우디가 걸프국가들과 함께 대대적 공습에 나서면서 아덴에서 반군을 몰아내고 하디 대통령이 아덴으로 복귀했지만 반군은 여전히 사나를 장악하고 있어 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잠재적인 분쟁 이슈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러시아 4개국은 올해 2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우크라이나 내전의 휴전과 중화기 철수 등의 ‘민스크 휴전협정’을 맺었지만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되고 있어 언제든지 유럽의 화약고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