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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제로'였던 개각, 국정 차질 우려에 전격 단행

등록 2015-12-21 19:26:42   최종수정 2016-12-28 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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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시군자치구의회 의장과의 오찬에 참석해 천만호 전국시군자치구의회협의회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2015.12.21.     [email protected]
노동 5법과 경제법안 국회처리 지연에 개각 거듭 늦춰져  의장 '직권상정' 거듭 논란 속 '차관 대행' 차단위해 결단한 듯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연말 또는 연초 가능성이 점쳐지며 '시계 제로'에 빠졌던 개각을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전격 단행한 것은 자칫 '장관 공백' 사태에 따른 국정차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직 공직자의 경우 내년 1월14일 전까지 사퇴해야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데드라인과 새 장관 임명을 위한 20일 가량의 인사청문회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개각을 늦췄다가는 다수 부처의 '차관 대행' 체제가 불가피한 만큼 관가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 10월19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교체한 데 이어 내년 총선에 대비한 2차 개각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용 2차 개각이 11월께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현 내각에서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장관이 3명이나 됐고 이들 모두 내년 총선 출마를 원했기 때문에 2차 개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는' 장관들을 빨리 교체해야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개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었다. 여기에 11월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개각을 위한 인사수요는 더 커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정현안을 마무리한 이후'로 시기를 못박으면서 개각 시계는 갑자기 멈춰버렸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1월12일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며 현재 국정운영의 모든 초점은 거기에 모여있다"면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이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자연스레 개각설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후 박 대통령이 12월초 프랑스·체코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개각설은 급부상했다.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한·중 FTA 비준동의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고 청와대가 강조해온 경제활성화 법안 중 일부도 통과돼 개각을 위한 어느 정도의 조건은 충족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인 지난 9일을 전후로는 박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구체적인 시점까지 점쳐졌다. 하지만 개각 시계는 여전히 움직일 줄을 몰랐다.

 박 대통령이 연내 완수를 목표로 했던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은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일부도 처리되지 않으면서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인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집중하기 위해 개각을 후순위로 미뤄놓았다는 얘기가 들렸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통령이 개각의 'ㄱ'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명의 부총리를 비롯해 핵심 경제부처들이 포함된 중폭 이상의 개각인 만큼 노동개혁에 집중돼야 할 여론의 분산과 내각의 업무 지속성 약화 등의 우려가 개각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개 부처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열릴 경우 국회가 청문회 정국에 돌입하면서 노동개혁 등의 입법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반영됐다.

 개각을 뒤로 미뤄 놓은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의 석상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성토하면서 노동5법과 경제활성화 법안, 테러방지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탈당에 따른 야권 분열로 국회의 입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청와대의 직권상정 요청마저 정의화 국회의장이 거부하면서 개각은 완전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게 됐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개각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개각이 성탄절을 넘겨 연말이나 연초께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공직자 사퇴 시한으로 인해 장관 공백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직에 있는 공직자가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내년 1월14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여기에 인사청문회에 20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탄절을 넘겨 개각을 단행할 경우 일부 부처는 새 장관이 임명장을 받을 때까지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비록 중점법안 처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장관 공백 사태는 막아야겠다는 판단에서 이날 개각을 전격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부처가 한창 분주하게 일해야 할 연초에 장관 부재로 국정공백 사태가 발생할 경우 법안 처리 지연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개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각 부처별로 신년 업무보고나 내년도 정책 방향 설정, 정기인사 등이 지체돼 공직사회에 적잖은 동요가 일어난 점도 이날 개각을 전격적으로 단행하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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