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서울역고가 마지막 개방..."삶의 흔적 담은 공원으로 재탄생하길"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성탄절 시민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서울역 고가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눈에 담았다. 서울시는 25일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크리스마스의 마지막 고가산책'을 주제로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고가개방 행사를 마련했다. 산업화 시대인 1970년 교통량 완화를 위해 서울역 동쪽과 서쪽을 연결한 고가를 2017년까지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서울역 7017프로젝트'가 본격화된다. 폭 10.3m, 길이 936m에 이르는 서울역 고가는 26일 상판 공사를 시작으로 철거에 들어간다. 이날 행사를 끝으로 안전도 D등급짜리 고가는 공중 공원으로 재탄생한다. 영하 2도의 한겨울 날씨를 보인 오전 11시. 서울시가 예고한 것보다 1시간 빨리 시민들이 고가를 찾았다.
고등학생 때 인천 강화도에서 서울로 통학했다는 종우학(74)씨는 "서울역 고가에서 둘러보니 옛날 풍경이 다 생각난다"며 "공원이 생겨 추억을 떠올리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모(63·여)씨도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댔다. 장씨는 "서울역 주변을 가까운 거리에서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어 좋다"며 "서울역 고가가 서울역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탄절 연휴를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젊은 예술가들이 행사에 참여했고 인디밴드의 공연도 열렸다. 시민들은 자전거로 만든 예술작품에 올라타 서울역 고가의 동쪽과 서쪽을 자유스럽게 오갔다. 연인과 함께 나온 김진희(30·여)씨는 "외국에 나가면 사람들을 사로잡는 관광스폿이 많은데 서울은 조금 부족하다"며 "예술가와 젊은 상인들이 참여하는 프리마켓(벼룩시장) 등으로 고가를 활용하면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리동 초입에서는 추운 날씨 서울역 고가를 찾은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음료와 군고구마 등이 판매됐다. 각종 행사는 사단법인 서울산책 산하 '고가산책단'이 준비했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고가와 주변의 역사 등을 설명하는 '산책버스'도 운영했다.
서울시는 사단법인 '놀이하는사람들'에 놀이공간 마련을 의뢰했다. 아이들은 물론 향수에 젖은 어른들까지 땅따먹기와 망줍기 등 다양한 전통 놀이를 즐겼다. 만리동에 사는 서지호(11)군은 "차를 타고 지날 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면서 "오늘처럼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데로 고가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만화가 박재동 화백은 "서울시에는 공연 등 주로 어른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많다"면서 "조그만 장치 등을 설치해 어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설치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화백이 속한 우리만화연대는 서울시에 고가 공원 내 어린이 마을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4시간30분 동안 3만7000여명(서울시 추산)의 시민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