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④]‘인생 2막’ 재취업 성공기

등록 2016-01-01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24:1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시스 DB)
[편집자 주] 2016년 병신(丙申)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뉴시스는 신년 기획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우리 사회의 진정한 ‘위인’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TV 드라마 주인공처럼 나락을 벗어나 장엄하게 부활하지도, 화려하게 복귀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직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는 이도 있고, 이제 간신히 첫걸음을 뗀 이도 있습니다.

 억대 연봉자(2014년 소득 기준)가 52만6000명이라는는 지난해 12월30일 국세청 발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성공한 사람, 업적을 쌓은 인물이 수두룩한 우리 사회에서 낙오됐던 그들이 뜻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뉴시스는 절망 속에서 움트는 희망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숭고하다고 믿기에 과감히 지면을 할애하려 합니다. 그들의 가쁜 숨소리, 진한 땀내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 박민규(56·가명)씨는 국내 기업에서 26년간 경영지원 부서에서 근무하다 2년 전 정년퇴직했다. 재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망 자격증’이라는 직업상담사, CS리더스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6개월이나 공을 들였으나 낭보는 들리지 않았다. 정작 걸림돌이 된 것은 나이였다.

 박씨는 오랜 구직 활동으로 점차 지쳐갔다. 그러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부여잡고자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찾았다.

 그는 상담 과정에서 실무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공부했고, 컴퓨터 활용 능력도 보완해 나갔다.

 그러던 중 한 지방자치단체 주민센터에서 취업상담사를 모집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3개월 단위로 최대 9개월까지만 근무하는 조건이었으나 고민 끝에 경험을 쌓기로 했다. 얼마 전 지친 모습으로 상담을 받았던 박씨는 지금은 채용박람회에서 채용 상담을 해주고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관계자는 “박씨는 나이라는 현실의 벽에 여러 차례 부딪히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며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한 결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은퇴 후 ‘새 일터’ 희망

 100세 시대다. 기대수명이 훌쩍 늘어나면서 정년 또는 명예퇴직을 한 중·장년층이 창업과 재취업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970년 61.9세에서 2013년 81.9세로 늘었다. 43년 만에 무려 20세나 늘었다. 이에 반해 일자리 이직 나이는 53세, 평균 정년은 57세 수준으로 정체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은퇴 후 살아야 하는 기간은 20년이 넘는다. 100세로 계산하면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저 여가생활을 하면서 즐기기엔 긴 기간이다. 넉넉하지 않은 노후자금을 고려하면 그냥 앉아서 쉴 수만도 없다. 건강 역시 아직은 거뜬히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하다. 오히려 수십 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냥 썩히게 될까 두렵다.

 이처럼 “더 일하고 싶다”는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지난해 퇴직 이전의 중·장년층 중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DB)
 지난 10월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7~8명(75.8%)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49.9%)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했고, 23.8%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 13.9%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지난 5월 55~79세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 조사에서도 ‘앞으로도 일하고 싶다’는 비율은 61.0%에 달했다. 이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주된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57.0%)였다.

 그러나 가장 오래 근무한 일터에서 퇴직한, 실제 평균 연령은 49세에 불과했다. 결국 은퇴 후에도 재취업을 통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눈높이 낮추고 넓게 보는 것이 비결…‘아무 데나’는 금물”

 문제는 은퇴자들의 취업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데 있다. 712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 은퇴가 진행되는 점도 취업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년 연장을 앞두고 중·장년층의 희망퇴직이 증가하는 역설적인 현상도 실업 문제를 가중한다.

 전문가들은 좁은 취업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눈높이를 낮추고 넓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거나 전문기술이 있다면 강점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며 “다만 특정 분야만 고집하면 그만큼 재취업 문이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관계자는 “중·장년 구직자 중 상당수는 재취업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초반에 거듭된 실패로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상담 과정에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끄집어내고 취약했던 부분을 보강해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공무원 유승희(가명·여)씨는 시야를 넓혀 재취업을 하는 데 성공했다. 정년퇴직할 때까지 주로 경리 업무를 담당했던 유씨는 퇴직 후 1년 넘게 구직활동을 했지만, 연락을 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유씨는 경리 분야로는 재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전문 상담사와 상의 끝에 20년 전 소속 기관 산하 구내식당 조리 경력과 조리사 자격증, 최근까지의 교회 조리 봉사활동 경험을 활용해 복지관 조리사로 재취업했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상담사 양재은씨는 “유씨는 오랫동안 했던 업무로 재취업하는 데 실패하자 상담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냈다”며 “이력서에 이를 특화해 재취업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양씨는 이어 “단순히 재취업만을 목표로 두기 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경력과 경험, 장점, 마음가짐을 잘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취업 시장에서도 ‘적재적소’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철(63·가명)씨도 그런 성공 케이스다. 2009년 33년의 직장 생활을 마친 그는 이후 6년간 직장 네 곳을 다녔다. 김씨는 “1년 단기계약이거나 열악한 경영구조 탓에 입·퇴사를 반복하며 떠돌이 철새 인생을 살았다”며 “어느 순간 허무해졌고 나중에는 취업까지 안 돼 외출하는 것조차 두려워졌다”고 돌아봤다.

 김씨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끈질긴 구애와 노력’ 덕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이력서를 성의 있게 작성했다. 사진도 일부 보정해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에 주름진 얼굴이지만, 인상이라도 좋아 보이게 했다.

 진로도 수정했다. 사무, 회계, 관리 등 입맛에 맞는 분야를 벗어나 영업력, 조직력 등 강점을 살려 마케팅, 영업 분야의 문도 두드렸다. 김씨는 현재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나만의 경력과 노하우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고용시장도 경쟁시장이기 때문에 나를 잘 포장한 것이 도움됐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