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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핫이슈]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참수형 일파만파

등록 2016-01-09 06:30:00   최종수정 2016-12-28 16: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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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이란 남성들이 3일(현지시간) 테헤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처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6.01.04
【서울=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난 2일(현지시각) 시아파의 저명한 종교학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포함한 사형수 47명을 처형했다. 알님르의 처형으로 분노한 이란 시아파들은 테헤란 소재 사우디 대사관과 마시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불을 지르고 시위를 벌였다.

 사우디는 자국 대사관 공격에 반발하며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우디 주재 이란 외교관들에게는 48시간 이내에 나가라고 경고했다. 사우디와 이란 관계가 파국을 맞이한 것은 1991년 국교를 회복한 뒤 25년 만이다. 이란은 사우디가 시아파 저명 인사 처형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는 이란으로의 항공 운항을 중단하고 무역과 여행도 금지했다. 사우디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란 제품 불매 운동이 일었다.

 이란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사우디 물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7일에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예멘 사나에 위치한 이란 대사관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즉각 성명을 내고 대사관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대사관은 멀쩡하다고 반박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중동 지역 수니·시아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사우디 우방국이자 수니파 국가인 바레인과 수단, 지부티, 소말리아도 이란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켰다.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이란에 주재하는 자국 외교관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반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포함해 이라크와 바레인, 레바논에서는 사우디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사우디 카티프주에서도 반정부 시위와 충돌이 잇따랐고, 총격 사건이 벌어져 사우디 남성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사우디가 알님르를 사형한 배경에는 예멘 내전 개입과 국제 유가 하락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자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과 맺은 핵 합의 이후 이란이 국제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인구가 사우디의 2.6배에 달하고 군사력과 원유 보유량이 풍부한 이란이 경제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사우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함으로써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우디가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사형한 것은 1979년 메카 성전에 침투한 무장조직원 68명을 처형한 뒤 처음이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사우디의 집단 사형과 인권 문제에 집중될 수 있었지만 이란 시위대의 과격한 행보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게 됐다.

 이란 내부에서도 사우디 대사관 공격이 이란에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내 정치에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란 내 강경파들이 사우디와의 충돌을 주도해 오는 2월 열릴 총선과 향후 이란 최고 지도자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와 이란이 정치·외교·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지만 군사 충돌로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 국방장관인 모함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7일 온라인판에 실린 '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적인 긴장이 높아지긴 했지만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도 이날 각료 회의에 앞서 "알님르 처형도 잘못됐지만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대사관 공격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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