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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이란·AIIB' 호재, 섣부른 기대는 금물"

등록 2016-01-19 11:09:53   최종수정 2016-12-28 16: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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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장에 중국·러시아 등 속속 진출 전망 AIIB 지원 프로젝트도 정부 차원의 협력 필요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으로 국내 건설업계가 수주 확대 기대로 들뜬 표정을 짓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 축소로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경제 제재 해제 및 AIIB 출범 등이 호재임에는 틀림없으나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 시장의 경우 국내 기업들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IB도 중국 주도의 금융기구여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AIIB는 16일 출범했다.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한 한국의 지분율은 전체 회원국 중 5위(3.81%)다.  

 AIIB는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교통·통신·건설 등과 같은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출범 첫해인 올해에만 5∼10개 프로젝트에 5억∼12억 달러를 대출할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 건설 시장도 지난해 기준 681억달러(약 82조4895억원) 규모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중동지역 3위다. 이란 정부는 2020년까지 2000억달러(약 242조1600억원) 규모의 플랜트와 인프라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는 과거 대림산업 21건, 현대건설 7건, GS건설 4건 등의 수주를 했다. 특히 이란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앞으로 수주경쟁에서 경쟁국보다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극내 건설업체들은 이란 시장 공략을 준비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테헤란에 지사를 설립했고, 대우건설도 대우건설도 최근 이란 지사를 세웠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인프라본부를 신설하면서 이란 시장 진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이란이 큰 시장인 만큼 준비를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도 "이란이 경제 제재 해제를 대비해 얼마나 재원을 준비하고 어떻게 계획할지에 따라 프로젝트 발주 시기도 정해질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본격적인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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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AIIB도 공식 운영에 들어가면서 8조 달러가 넘는 아시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종현 해외건설협회 팀장은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인프라 사업 이외에 농업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기 때문에 인프라 집행 비용은 40%에 불과한 데 반해 AIIB는 대부분 인프라에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AIIB 민관합동 TF를 구성, 앞으로 AIIB가 발주하는 사업의 국내 기업 수주를 돕기 위한 협의체인 '코리안 패키지'를 창립했다. 이 패키지는 정부·금융사·건설사·상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AIIB의 사업수주와 그에 필요한 자금지원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코트라도 올여름 AIIB 인사들을 초청해 추진 프로젝트를 기업들에 설명하는 'AIIB 글로벌프로젝트플라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아직은 이란 경제 제재 해제 및 AIIB 출범에 따른 수주 확대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 시장이 크다고 해도 지난해 30%나 감소한 해외건설 수주액(461억 달러)을 2014년 수준인 66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기는 버거운 것으로 평가된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동 수주액이 165억 달러로 반토막 났는데 이란 시장에서 그것을 다 보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IIB도 중국이 30.34%(1위)의 출자비율을 확보, 사실상 주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발주도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따라 한국이 5명의 AIIB 초대 부총재 중 한자리를 차지해야만 유리한 위치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종현 해외건설협회 팀장은 "AIIB에 부총재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국장급 인사에 한국 직원이 들어가야 국내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면서 "ICT 등 관련 부서가 만들어져 한국인이 참여하면 국내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건설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도급 형태의 사업보다는 민관협력(PPP) 사업이나 제안형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안형 사업은 기업이 먼저 해외 토목, 플랜트, 발전 등에 아이템을 기획해 발주처에 제안하는 사업이다. 

 정종현 팀장은 "제안형 사업은 자금이 금융 지원이 핵심이어서 일본과 중국처럼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해외건설 특별 펀드와 같은 것이 활성화 돼야 한다"며 "민간 금융이나 시중 자금의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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