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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남조선유우머'를 아시나요?

등록 2016-01-21 10:41:53   최종수정 2016-12-28 16: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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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1. 사무실 -  "부장님, 지금 제 아이디가 왜 접속이 안 되죠?"

 "너 명예퇴직 대상자야."

 "저 대리 이번 달에 달았는데요?"

 "실적이 없잖아!"

 "제가 무슨 잘못을 해서 벌써 명퇴에요?"

 "업무도 안 시켰는데 어떻게 알아?"

#2.공채담당자: 이번 신입사원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경력입니다

#3. 주당 60시간, 최저 시급 6030원을 본 서양의 경제학자가 말했다. "주당 60시간 근무라니, 이건 중세에나 있던 일입니다. 견딜 수 없는 노동조건이죠"

 그 말을 들은 한국의 공무원이 말했다 "봤지? 최저 시급은 괜찮다니까!"

 최근 인터넷과 SNS를 통해 '남조선유우머'가 번지고 있다.

 '남조선유우머'는 해시태그 ‘#남조선유우머’를 달고 한국의 사회 문제들을 풍자하는 짧은 유머글을 올리는 일종의 놀이에 가깝다. 누리꾼들은 릴레이를 하듯 국내 현실을 비꼬는 유머글을 올리는 유희를 즐기고 있다.

 '남조선유우머'는 사회에 대한 풍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취업과 불공정한 세태를 꼬집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표현의 자유·갑질·여성차별 등도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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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유머에서 한국은 '남조선'으로 지칭된다. 한국 사회를 낯설고 촌스럽게 표현하는 지칭을 쓰면서 제3자의 시각을 가져오는 것이다.

 다음은 기막힌 취업 세태를 꼬집는 유머의 한 대목이다.

 한 외국인이 물었다. "이 나라에서 취직하려면 어떻게 합니까?"

 청년은 답했다."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으로 최저임금과 사회보장도 못 받으며 일하다가 기간이 되면 짤(잘)립니다. 그걸 경력이라고 합니다. 그조차 경쟁이 심합니다."

 외국인은 떠났다.

 이런 유머를 모아보며 네티즌들은 "웃프다"며 낄낄대고 있다. '웃프다'는 '웃기다'와 '슬프다'를 합친 말이다.  

 정치 풍자도 빠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남조선 대통령이 룩셈부르크 국방장관을 만나 ""이렇게 작은 나라에도 국방부가 있군요?"라고 물으면 그 장관은 "저도 귀국에 의회가 있다는 걸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처음 알았지 뭡니까"라고 답한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치가 실종된 국회 현실을 비꼬는 것이다.

 ‘남조선유우머’의 원형은 과거 냉전 시대 소련 및 공산권 사회를 풍자한 '공산주의 유머(Russian political joke)'로 알려졌다. '공산주의 유머'는 독재와 경제난 등 공산주의 국가들의 문제점을 외부 세계와 비교해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였다. 이런 독특한 스타일의 농담이 한국 사회 버전으로 변형돼 '남조선'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남조선유우머'를 즐기는 이용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진지한 편이다. 트위터 이용자 @like*****는 "공감이 딱 되면서 그 넘치는 센스들에 감탄하면서도 씁쓸해지는 이유는 모두가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썼고, @nova****는 "남조선유우머는 점점 더 유우머가 아니게 되어가는 느낌이다"고 자조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지난해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이제는 남조선유우머라는 것이 유행이다"며 "읽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어려운 현실을 비꼬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웃고 지나칠 수만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는 "젊은 층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싶다"며 "과거에는 젊은층이 거리에서 시위하면서 의견을 표현하고, 사회 부조리를 지적했는데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그런 것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한때 이런 표현이 악플 형태로 나타났지만, 호응을 받지 못하자 진화한 형태로 나아가는 것 같다"며 "(기성세대는)그냥 '재미있다'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얘네들(젊은층)은 왜 이렇게 아파하고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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