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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미소년, 연기신 되다…150만명 본 '레버넌트'

등록 2016-01-25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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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할리우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할리우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오는 2월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거행되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등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번 시상식 최다 부문 후보다.

 19세기 북미 대륙. 회색곰에게 습격을 당해 중태에 빠졌던 사냥꾼 ‘휴 글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를 살해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복수하기 위해 초인적인 의지로 죽음에서 떨쳐 일어나 추격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제87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휩쓴 ‘버드맨’ 연출자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3) 감독의 작품답게 올해는 얼마나 많은 오스카 트로피를 휩쓸지 흥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아카데미에 줄곧 외면당해온 남자, 주연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2)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쥘지다.

 1991년 SF영화 ‘크리터스3’(감독 크리스틴 피터슨)의 아역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디캐프리오는 1993년 ‘길버트 그레이프’(감독 라세 할스트롬), ‘이 소년의 삶’(감독 마이클 카튼-존스) 등으로 주목받았다.

 1995년 ‘토탈 이클립스’(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1996년 ‘로미오와 줄리엣’(감독 바즈 루어만), 1997년 ‘타이타닉’(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에서 주연하며, 세계적인 꽃미남 스타로 자리 잡았다.

 오락의 총아’ 미국 MTV가 1998년 그에게 ‘최고의 남자배우상’(타이타닉)을 안겨줬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그가 얼마나 빛나는 스타였는지, 어떤 부류의 배우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지만, 디캐프리오는 늘 뭔가 허전했다. 바로 외모가 아닌 연기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길버트 그레이프’ 속 정신지체아 ‘어니’ 연기로 갓 20살이던 1994년 2월 열린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히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타이타닉’이 1998년 2월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 14개 부문 후보가 돼 11개 부문을 석권할 때는 아예 남우주연상 후보 명단에도 없었다.

 디캐프리오는 2002년 ‘캐치 미 이프 유 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갱스 오브 뉴욕’(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2004년 ‘애비에이터’(〃), 2006년 ‘디파티드’(〃), 2008년 ‘바디 오브 라이즈’(감독 리들리 스콧), 2010년 ‘셔터 아일랜드’(〃),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2011년 ‘제이.에드가’(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등 거장들의 작품에 주연으로 나섰다.

 이들과 함께하며 디캐프리오는 달콤한 꽃미남에서 강렬하고 거친 사나이로 거듭났다. 빛나는 외모에 가려졌던 연기력도 서서히 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가 곧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는 ‘애비에이터’(드라마 부문)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뮤지컬·코미디 부문) 등으로 아카데미와 연동한다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2005년, 2014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러나 제77회, 제86회 아카데미는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바디 오브 라이즈’로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그 밖의 숱한 작품에서도 출중한 연기를 펼쳤지만, 역시 아카데미와 어긋났다.

 그는 ‘레버넌트’에서 곰과 사투를 벌였고, 걷는 대신 온몸으로 눈밭을 기었다. 얼어붙은 순록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 먹었으며, 차디찬 강물에서 물고기를 잡아 산채로 삼켰다. 구역질해가며 들소의 생간을 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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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할리우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한 장면.
 압권은 한밤중에 혹한을 이겨내기 위해 죽은 말의 배를 갈라 내장을 죄다 끄집어 낸 뒤 벌거벗고 말의 뱃속으로 들어가 추위를 견뎌내는 모습이었다.

 영화이니 실제가 아니라 CG나 크리처 모형이고, 카메라 트릭이나 연출된 것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러닝타임 156분 중 동안 디캐프리오는 바로 글래스였고, 레버넌트(우리 말로 저승에서 돌아온 자) 그 자체였다. 디캐프리오의 연기가 아니라 글래스의 말과 행동이었다.  

 지난 10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디캐프리오는 ‘레버넌트’(드라마 부문)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연’을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팬은 물론 글로벌 영화계까지 “이번에는 디캐프리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한을 풀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타이타닉’에서 호흡한 뒤 만인의 연인으로 떠올랐던 케이트 윈슬릿은 지난 1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비평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올해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디캐프리오가 받을 것”이라고 점쳤다.

 윈슬릿이 출연한 ‘스티브 잡스’(감독 대니 보일)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고, 디캐프리오와 경합하지만, 거리낌 없었다.

 윈슬릿이 그냥 디캐프리오와 연인 역할을 했던 수많은 여배우 중 한 명이라면 덕담 정도로 여기고 넘길 수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너무나 손꼽히는 명배우로 우뚝 섰다.

 그는 2008년 제81회 아카데미에서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감독 스티븐 달드리)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올해는 ‘스티브 잡스’(드라마 부문)로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차지한 여세를 몰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노리고 있다. 

 ‘타이타닉’으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윈슬릿은 ‘센스 앤 센서빌리티’(감독 이안)으로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후보(여우조연상)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6번째 도전인 제81회에서 마침내 뜻을 이뤘다. 그런 그가 디캐프리오의 ‘5전6기’를 언급한 것이니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기대감들이 액션 영화라고 하기도, 스릴러 영화라 하기도 좀 모호한 ‘레버넌트’를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 1위로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지난 14일 개봉해 1주일 넘게 묵은 ‘레버넌트’는 앞선 주말 3연전에서 21일 개봉한 임시완·고아성의 ‘오빠생각’(감독 이한)을 모두 눌렀다. 개봉 11일째인 24일 151만 관객을 돌파했다. ‘버드맨’은 아카데미 결과가 나온 뒤인 지난해 3월 국내 개봉해 약 21만 관객을 들이는 데 그쳤다.

 옛말에 ‘모든 것은 삼세 번’이라고 한다.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뒤 이어진 아카데미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졌던 디캐프리오가 세 번째인 이번 시상식에서 지구 반대편 한국 속담을 멋지게 증명해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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