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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딸 학대 방임 친부 징역 4년…사법부도 아몰랑?

등록 2016-01-29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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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 학대·친부 방임·친모 외면이 부른 참사"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아동학대 범죄 가운데 ‘방임(放任)’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전한 발달을 필요로 하는 아동에게 보호와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포함한 보호·양육, 치료·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버리는 ‘유기(遺棄)’가 이에 해당한다.

 방임 학대 사례를 보면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의무교육을 받지 않게 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아동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이를 놓아둔 채 가출하는 등 오랫동안 혼자 두는 경우도 있었다.

 29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2015년 미집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1만27건 중 방임은 1870건으로 18.6%를 차지했다. ‘중복학대’(48.0%)를 제외하면  ‘정서학대’(15.8%),  ‘신체학대’(14.5%), ‘성학대’(3.1%)보다 많다.

 중복학대를 따로 구분하지 않을 경우 20.3%로 올라간다. 정서학대(40.0%)와 신체학대(36.9%)에 이어 3위다. 아동학대 5건 중 1건은 방임인 셈이다.

 ◇‘방임’도 학대인데, 4년이 웬 말

 당장 ‘인천 맨발 탈출 11세 소녀’ 사건만 봐도 그렇다.

 A양은 게임에 빠진 친아버지와 동거녀, 동거녀 친구에게 3년 4개월 동안(2012년 9월~지난해 12월) 감금당한 채 굶주림과 학대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맨발에 여름옷을 입고 탈출, 인근 슈퍼에서 빵과 과자를 훔쳐 먹다 발각됐다.

 A양의 아버지는 상습특수폭행,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집단흉기 등 상해(특수상해)·공동감금,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상습아동유기방임 등 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부모 중 한쪽이 주도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다른 한쪽이 방치해 비극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2013년 국민의 공분을 산 ‘울산·칠곡 계모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상임고문은 계부모의 아동학대는 ‘학대하는 계부모’와 ‘이를 묵인·방치하는 친부모’, 그리고 ‘아이를 외면한 나머지 친부모’가 만나는 ‘트라이앵글’ 안에서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당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8살짜리 의붓딸을 마구 폭행,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끝내 숨지게 한 울산 계모 박모(42)씨는 이례적으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18년을 확정받았다. 

 이와 달리 학대를 방임한 혐의로 기소된 친아버지 이모(49)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대법원은 “딸이 수년간 계모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해 보호와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둔 것은 기본적 보호·양육 등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8살배기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도 숨진 아동의 언니(당시 12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던 칠곡 계모 임모(38)씨는 상해치사죄 등이 적용돼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당시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임씨는 검찰이 구형한 35년의 절반도 안 되는 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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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대 행위를 방조한 친아버지 김모(40)씨에게 재판부는 “계모의 학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임해 중한 결과를 낳은 책임이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형량은 징역 4년에 불과했다. 게다가 아동복지법 위반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2014년 10월 25개월 된 입양 딸이 쇠젓가락을 전기 콘센트 구멍에 넣었다는 이유로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울산 양모 김모(48)씨는 징역 20년을 확정 받았다.

 김씨 남편 전모(52)씨는 1·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김씨와 별거했는데 생계비를 주지 않는 등 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한 혐의였다.

 ◇“징역 5년 이하,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아”

 아동복지법은 방임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 선고로 친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형이 국민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붓딸 살인 사건의 경우 친아버지가 묵인·방치하지 않았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양형이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인천 맨발 탈출 소녀 사건의 경우에도 A양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하지 않았다면 계속 학대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친아버지와 동거녀에게 형법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 계모 사건에서 친아버지 이씨는 딸이 계모 박씨에게 학대와 폭행을 당해 유치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한 적이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  재판 기록에 따르면, 이씨는 딸의 허벅지 뼈가 부러졌을 때도 ‘학원에서 다쳤다’는 박씨의 말만 믿고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아이가 숨졌을 때도 ‘욕조에서 익사했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다. 또 자신이 박씨와 다툰 뒤 집을 나간 사이 아이가 박씨의 학대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이 때 아이에게 가해질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격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2012년 11월 당시 7살이던 아들을 2시간 넘게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4년 가까이 냉동고에 보관해 온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도 마찬가지다. 최모(34)씨의 아내(34)는 친아들이 아버지에게 맞아 숨졌는데도 시신 훼손을 돕고 함께 치킨까지 시켜먹은 것이 확인돼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공 상임고문은 “계모가 아이를 학대했더라도 친아버지가 이를 묵인·방치하지 않았거나 친어머니가 꾸준히 아이를 만나면서 관찰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아이의 죽음은 계모, 친부, 친모의 공동 책임이라고 봐야 하고, 방임 행위에 대해서도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운용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부각하면서 예전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사건에 그치고 있다”며 “아동학대처벌특례법과 아동복지법이 제·개정된 만큼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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