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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국고보조금 분석④]정치자금법 '허술'…정당은 '악용'

등록 2016-02-18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6: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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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장세영 기자 = 정당들이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선거’ 명목으로 받고도 상당액을 정작 선거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실 개소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유력 정당들이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선거 명목으로 받은 뒤, 이를 선거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다 남은 선거보조금을 남겨서 이월하는 행태도 있었다

 정당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은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나뉜다. 경상보조금은 일상 경비에 지원하는 돈이고, 선거보조금은 선거가 있는 해에만 주는 보조금이다.

 그렇다면 정당이 경상보조금을 임대료와 인건비로 사용하거나 선거보조금을 선거와 무관하게 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행 정치자금법이 국가(선거)보조금 용도를 지나칠 정도로 폭넓게 설정하고 있는 데다 잔액에 관한 규정이 아예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을 보면 제28조에 '보조금의 용도제한' 규정이 있다. 보조금은 ▲인건비▲사무용 비품 및 소모품비 ▲사무소 설치·운영비 ▲공공요금 ▲정책개발비 ▲당원 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선전비 ▲선거관계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정당에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의 사용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유의미한 조항이 아니다. 사실상 정당이 쓸 수 있는 모든 항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구분하고 있지도 않다. 현실적으로 정당 활동 중 선거 관련 활동만을 따로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법이 헐거워진 요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당 운영과 정치활동에 지원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이 똑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선거보조금을 인건비와 임대료로 쓰거나, 선거 이후에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이 조항의 맹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보조금 감액 관련 기준도 있으나 마나 한 조항에 가깝다. 정치자금법 제29조에 따르면, 회계보고를 허위·누락한 경우나 용도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 보조금을 감액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선거보조금 용도를 애초 '선거 관련 활동'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별 제약 없이 보조금을 사용할 수 있다.

 보조금 반환 규정도 있기는 하나 '잔액'에 관한 규정은 없다. 정치자금법은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이 해산되거나 등록이 취소된 경우'에 반환하게 돼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 조항에 따라 해산 이후 163억여원의 국고보조금 중 남은 금액을 반환했다. 그러나 지급받은 보조금이 남았을 경우 반환하도록 한 규정은 아예 존재하지 않아 정당들이 남은 돈을 '이월'해 쓰는 실정이다.

 정당들의 이러한 행태는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국가가 지급한 보조금이 남으면 전액 반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각 개별법에 남은 돈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반납하는 만큼 보조금이 깎일 수 있어 일부 단체에서는 남은 보조금을 몰아 쓰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일선 지자체 등은 국가보조금을 지원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각종 제재를 받으며, 이런 행태가 적발된 단체는 이후 보조금 지원에 대상에서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시 국민 세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심사하고, 이후 지원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지난해 대정부질문을 통해 "각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같은 당 민병주 의원은 정당 국고보조금 예금계좌를 별도로 신고하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의원도 대표로 재임하면서 자신이 공약한 '네트워크 정당'의 연장 선상에서 국고보조금 지출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강대 서복경 교수는 "현실적으로 선거보조금과 경상보조금의 사용 경계를 칼로 자르듯이 나누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보조금을 선거와 경상으로 나눠 지원하는 현재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회계구조를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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