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공짜라더니 '뒤통수'…초보 엄마 수난기

등록 2016-02-24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39:13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가뜩이나 자식 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일부 육아·출산 관련 업체의 '공짜' 상술이 초보 엄마·아빠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공짜 마케팅'에 혹해 지갑을 열고 있어 현명한 소비가 요구된다.

 #1. 30대 주부 구모(경기 성남시)씨는 2012년 11월11일 무료촬영권(산모 만삭~50일 촬영)을 받고 A사업자와 아기 생후 100일, 돌 기념 성장앨범을 94만 원에 계약했다.

 이후 구씨는 아기의 50일 사진 촬영을 무료로 했다.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구씨는 A사업자에게 중도 해지 및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A사업자로부터 50%만 돌려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기 성장앨범 관련 불만 건수는 총 698건이다. 2011년 174건, 2012년 208건, 2013년 316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무료 촬영권을 받거나 아기 성장앨범 계약을 한 장소는 '출산·육아박람회'(45.2%), '산후조리원'(38.7%), '출산·육아 인터넷 카페'(16.1%) 순으로 많았다.

 이처럼 대다수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은 사진관과 연계해 산모의 만삭, 아기 생후 등의 무료 촬영권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아기와 부모가 처음 마주하는 신생아실에서 계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유명 산부인과에서 여아를 순산한 30대 주부 박모(경기 파주시)씨는 "간호사가 아기의 건강 상태와 향후 추가 검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병원과 연계한 스튜디오의 50일 무료사진 촬영 여부를 묻길래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소비자는 금쪽같은 자식을 얻었다는 기쁨과 그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바람에서 '무료촬영'에 임한다. 이후 업체의 성장앨범 제작 권유에 충동적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소비자가 추후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업체가 계약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촬영비 등을 이유로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분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3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아기 성장앨범 관련 소비자 불만은 '계약해제 및 해지'로 인한 피해가 244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출산·육아 박람회 등 사업자의 사무실 외 영업장소에서 아기 성장앨범을 계약한 경우 서비스 개시 이전이라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더불어 아기 성장앨범은 1개월 이상 계속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속 거래'에 해당하므로 청약철회 기간이 지났어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다만 소비자 사유로 계약 해제 및 해지를 요구할 경우 촬영 개시 이전에는 총 요금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또 촬영이 이뤄진 뒤에는 무료촬영권을 사용했다 할지라도 촬영 단계 비용과 잔여대금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2. 20대 주부 정모(경기 고양시)씨는 지난해 출산을 앞두고 산후조리원과 계약하며, 무료 산전 마사지 이용권을 받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무료 이용권을 사용하지 못했다.

 정씨는 조리원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산후마사지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계약서에 없는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일 뿐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공짜 마케팅' 피해 사례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당사자 간 체결한 계약서 약관에 '무료 마사지 이용권 사전 변경 시 다른 상품으로 대체 받을 수 있다' 등 조항이 들어있다면 조리원 측의 계약 위반이다.

 반면, 무료 마사지 이용에 관한 조항이 약관에 없다면 '계약 목적물'로 보기 어렵다.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인 서비스에 불과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조리원 측에서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무료 이용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면, 계약 시 반드시 계약서와 약관을 받아 계약해지와 환불 규정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조리원은 사전 계약 고객에게 주는 특별한 혜택인 것처럼 굴다 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기도 한다.

 나아가 무료 산전마사지를 이용하는 산모들에게 '무조건 10㎏ 이상 감량시켜 주겠다'거나 '처녀 시절의 몸을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많게는 100만 원을 호가하는 산후마사지 패키지를 권유한다.

 하지만 이런 조리원의 호언장담이 실제 효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둘째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20대 주부 최모(서울 강서구)씨는 조리원에서 7회에 85만 원 주고 산후마사지를 받았지만, 부기를 빼거나 체중을 감량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씨는 "조리원 측에 불만 사항을 이야기했더니 오히려 자기관리를 못 한 내 책임으로 몰고 갔다"며 "조리원 식단 외에 군것질도 안 하고 마사지만 받았을 뿐인데 내 탓이라니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3. 20대 주부 손모(경기 김포시)씨는 지난달 230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급하고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다. 하지만 조리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선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제출해야 했다.

 알고 보니 조리원은 장소만 빌려줄 뿐 유아용품 관련 업체가 대부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산모들에게 제품을 홍보했다. 퇴소 후에는 업체로부터 제품 홍보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에도 조리원과 연계된 업체의 지나친 영업행위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일부 업체는 프로그램 중 '아기 성장 사진' '아기 보험' '아기 도서' '산모 영양제' '아기 탯줄 도장' '아기 발 도장' 등을 구매하라고 노골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아이디 jayo****는 "산호조리원 프로그램은 요가 빼고 전부 영업이다. 일주일 내내 들었던 프로그램 중 아기 마사지는 화장품 영업, 모빌 만들기는 책 영업이었다. 원래 이런 것이냐"고 푸념했다.  

 아이디 lidi******는 "개인정보는 (업체가) 전화하거나 찾아와 귀찮게 할까 봐 (실제와) 다르게 적었다"고 털어놓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업체가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받는 것은 회원관리 차원에서 인정된다"면서도 "개인정보를 다른 곳에 제공하거나 재산상 피해를 준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