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 D-4, 경제난으로 열기 '주춤'
중도 개혁파와 보수 강경파 간 치열한 격돌을 예상하며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에 짙게 드리워진 경제적 그늘이 선거에 대한 열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경기 부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테헤란 남부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에서 만난 대부분의 짐꾼들은 아치형 통로에서 빈 카트를 밀고 있었다. 이 시장의 짐꾼들에게 이란의 경제회복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우리나라의 설날 격인 이란의 새해 첫날(3월21일) 의미하는 노루즈(Norouz)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맘 때쯤 나타나는 명절소비도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사그라들면서 다가오는 선거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바자르에서 만난 짐꾼 아슬란(66)은 "전통시장에서 40년 넘게 일했지만 지금과 같은 불경기는 본 적이 없다"고 FT에 말했다. 아슬란이 일하고 있는 시장은 테헤란의 중산층이 즐겨찾는 곳인 만큼 경기침체가 서민 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슬란은 총선에 출마한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대가족과 함께 이번주 금요일(26일)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슬란은 투표를 국가와 종교에 대한 의무라고 여겼다. 지난해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서방으로부터 얻어낸 경제·금융제재 해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만난 많은 상인과 쇼핑객들은 아슬란처럼 경제적 고난에 좌절하고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중도주의 성향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금 이란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핵 협정으로 경제 증진을 약속한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만난 많은 소매상과 쇼핑객들은 로하니 정권의 핵합의 성과에 대해 매우 실망감을 표시하면서도 "일단 좀 더 두고보자"고 말하며 앞으로 1년동안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AP통신은 개혁파와 보수파 모두 선거전략으로 이란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13%, 실업률은 10%로, 지난달 대부분의 경제제재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그 후유증은 남아 있다. 이란의 경제·정치애널리스트인 사이드 레일라즈는 "(개혁파와 보수파)두 정치 세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분야가 경제라는 것을 배웠다"며 "현재 이란의 위기는 경제다. 이란은 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의회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총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88명을 선출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도 후보 등록자 801명 중 약 80%가 헌법수호위원회의 사전 심사에서 탈락, 헌법수호위원회는 161명만 후보로 통과시켰다. 탈락자 중에는 이란 혁명 지도자이자 첫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 개혁파 성향 하산 호메이니도 포함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