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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뜬다③]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을 통찰하다

등록 2016-03-08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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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다음소프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데이터는 통찰을 얻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데이터,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죠. 오히려 그 안에 숨겨진 사람들의 욕망·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마이닝 마인즈(Mining Minds), 제가 하는 일입니다.”

 빅데이터가 ‘21세기 원유’에 비유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빅데이터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감히 말하는 이가 있다. 기업과 학교, 방송 등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빅데이터 전문가 겸 경영 컨설턴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다.

 송 부사장은 빅데이터 분야에서 ‘미다스의 손’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낯설었던 시절부터 10여 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업계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어지럽게 나열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사람의 욕망(마음)을 읽고 분석하는 것이 그의 특기다. 

 고려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컴퓨터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음소프트 부사장이자 이화여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유수 대학과 대기업 사장단을 대상으로 빅데이터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상상하지 말라’‘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가 있다.

 빅데이터 업계에서 가장 ‘핫(Hot)’한 송 부사장을 최근 한 강연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소프트 본사에서 만났다.

◇“빅데이터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도구”

 본사 회의실에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뒤 명함을 하나 건네받았다. 깨끗한 바탕에 ‘MINING MINDS’ 라는 글자가 간결하게 적힌 명함이었다. 그러고 보니 셔츠 왼쪽 소매에도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음을 캔다고?’ ‘데이터 마이닝’은 빅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내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마이닝을 넘어 데이터 안에 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인가? 그 의미를 물어봤다.

 “제 커스텀 셔츠에는 모두 이 글자를 새겨 넣었어요. 일종의 좌우명이죠. 좌우명은 앉을 좌(座)에 오른쪽 우(右), 새길 명(銘)이 합쳐진 글자예요. 옛날 선비가 오른쪽에 새겨 붓을 들 때마다 봤다는 의미죠. 그래서 저도 제 좌우명을 적고 늘 여기서부터 출발하자고 다짐합니다.”

 마이닝 마인즈의 의미에 대해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두고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즉 사람의 마음을 캐는 광부라고도 했다.

 “데이터는 통찰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에요.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고 싶어 ‘마이닝 마인즈’를 좌우명으로 삼았어요. 빅데이터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의 마음, 욕망을 읽는 거죠. 빅데이터 산업을 두고 금광이라고도 합니다. 어떤 이는 아무거나 빨리 캐서 돈을 벌자는 식으로 접근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러면 데이터가 보이지 않아요. 데이터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이 있는 거거든요.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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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다음소프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03.  [email protected]
 송 부사장의 말대로 그의 데이터 분석 기법엔 ‘감성 언어’가 녹아 있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최종 목표도 ‘공존’하는 것이다. 그는 모교인 고려대 강연에서 “기술보다는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보다는 사회를 생각하고 사회보다는 인류를 생각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제 철학의 근간엔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소외당하지 않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죠.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로 인간 소외 문제가 대두했어요. 자동화 물결은 이를 더 심화했죠. 저는 자동화를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동시에 자동화를 배격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지금은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양산하는 사회예요. 심지어 신입사원도 예외가 아니죠. 경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가치 판단 기준은 돈이 될 수밖에 없고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은 사라지죠. 저는 ‘사람’에 가치를 두는 게 옳다고 봐요. 그게 오래 가고 공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렌드 분석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이해”

 송 부사장은 보기 드문 ‘고급 데이터 과학자’ 중 하나다. 데이터 공학과 수학, 통계학, 컴퓨터공학, 시각화 등의 전문 지식과 비즈니스 경험을 두루 갖췄다. 컴퓨터 과학 박사로 10여 년간 엔지니어링을, 그 후엔 10여 년간 마케팅을 했다.

 “저는 가치 사슬(value chain)의 맨 아래부터 위까지 다 경험했어요. 가치 사슬의 각 단계는 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 홍보, 마케팅, 상품 기획 등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데 저는 그 언어를 모두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것들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데이터 속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사람의 욕망을 읽어내는 데 도움을 주죠.”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그의 ‘통찰력’을 구매한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P&G, 필립스, 맥도날드 등이 주요 고객이다.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주로 컨설팅한다. 예전엔 품질관리, 고객관리, 프로모션 등도 했지만, ROI(투자자본수익률·Return on Investment)를 고려해 이 두 가지를 특화했다.

 “다음소프트는 빅데이터 전문 기업이라기보다 경영 컨설팅 업체에 가까워요. 주로 업계 1위 업체의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돕죠. 업계 2, 3위 기업은 벤치마킹하면 되지만 1위 기업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결국 ‘프롬 더 피플(from the people)'로 가야 하죠. 우리는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기본적인 툴이 있으므로 작업 기간은 보통 4~6주면 됩니다.”

 송 부사장은 향후 문자화한 빅데이터뿐 아니라 다른 정형·비정형 데이터도 활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간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의 80% 이상은 비언어적(non-verbal) 메시지라고 하죠. 지금은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텔레파시든 눈빛이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사람의 마음을 캐고 싶어요. 우리는 늘 변화를 읽습니다. 트렌드를 헌팅(hunting)하거나 워칭(watching)하는 것이 아니라 언더스탠딩(understanding)한다고 해요. 궁극적인 원천이자 분석 대상인 사람을 이해하는 거예요. 남들이 못하는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그 종착점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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