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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습격②]‘봄철 불청객’ 중국발 독성 먼지의 습격

등록 2016-03-30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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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옅은 황사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7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2016.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토우(土雨)’ ‘흙비’로도 불리는 ‘황사(黃砂·Asian Dust)’의 계절이 왔다. 황사는 봄에 새로운 생명이 잉태하는 것을 시샘하는 봄철 불청객이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서 강한 바람에 의해 높이 올라간 모래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뒤 하늘을 덮었다 내려오는 현상이다. 삼국사기에 기록(서기 174년)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최근엔 중국의 산업화로 황산염, 질산염, 카드뮴, 니켈, 크롬 등 중금속까지 섞여 들어와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 중국발 모래먼지는 미세먼지와 합해지면서 독성이 강해진다. 미세먼지(PM10)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미만이다. 석탄, 석유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인위적인 오염물질이라는 점에서 자연현상인 황사와 구별된다.

◇황사 갈수록 심각…“올봄엔 5.4일 평년 수준”

 #. 2011년 5월 1~4일엔 전국적으로 매우 짙은 황사가 발생했다. 2일 시간 당 평균 최고농도는 흑산도 1025㎍/㎥, 고산 731㎍/㎥ 등이었다. 당시 황사가 심해 공기청정기 판매가 급증했다.

 #. 2008년 5월 29~31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황사 경보가 내려졌다.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이 황사는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2006년 4월7~8일에는 고비사막과 내몽골에서 만들어진 황사가 북서 기류를 타고 들어왔는데 최고농도가 백령도 2371㎍/㎥, 관악산 2311㎍/㎥, 강화 2034㎍/㎥에 달해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휴교했다.

 지난 6일엔 올해 첫 황사가 관측됐다. 서울과 경기 등 서쪽지방 하늘이 뿌옇게 변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시30분 서해 5도 지역에 첫 황사주의보를 발령했다. 황사주의보와 경보는 1시간 평균농도가 각각 400㎍/㎥와 800㎍/㎥을 넘어 2시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중국발 누런 먼지는 주로 봄(3~5월)에 불어온다. 2000년대 이후에 가을과 겨울(9월~이듬해 2월)에도 간혹 관측된다.

 기상청의 봄철 평균 황사 발생 일수를 보면 5일을 조금 넘는다.

 ‘황사 일수’는 전국 13개 관측지점 중 황사가 나타난 지점의 일수를 전체 지점 수로 나눈 평균값이다. 최근 10년(2006~지난해) 평균은 3월 2.8일, 4월 1.0일, 5월 1.5일 등 총 5.3일이었다. 평년(1981~2010년) 평균은 3월 1.8일, 4월 2.5일, 5월 1.1일 등 5.4일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1991년부터 빈도수와 강도가 심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의 사막화를 막는 논의도 진행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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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황사의 발언지 [email protected]
 서울의 황사 발생 일수는 1960년대부터 대체로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 1991년부터 두 자릿수를 넘나들고 있다. 2001년엔 3~5월 24일을 포함해 총 27일로 집계돼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연평균은 9.6일로 평년(1981~2010년) 7.9일보다 늘었다.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역대 황사 농도 순위를 보면 2010년 3월20~21일 2712㎍/㎥(흑산도), 2006년 4월 7~9일 2371㎍/㎥(백령도), 2007년 3월31일~4월2일 2019㎍/㎥(대구) 등 15위권이 모두 2000년대 이후 관측됐다.

 다만 올봄 전국 평균 황사 발생 일수는 평년과 비슷한 5.4일로 예측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봄철 전반부에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봄철 황사 발생 예상 일수는 5.4일로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흡기·심장 질환 ‘주의’…산업계 피해 우려도

 황사가 반갑지 않은 이유는 대기 오염뿐 만 아니라 건강, 산업, 농·축산업 등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황사 속에 있는 석회 등 알칼리성 성분이 산성비와 토양을 중화하거나 담수의 산성화를 막는 등 이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세먼지와 결합해 주는 피해가 더 크다.

 특히 황사와 미세먼지는 감기·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 질환, 안구 질환 등을 유발한다. 호흡기 질환자나 심장 질환자, 노약자, 영유아 등에게는 비상이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기침, 가래 등이다. 호흡기 염증은 천식, 비염, 만성기관지염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혈액에 침투하면 혈액 속에서 염증이 생기고,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척추에 부담을 주는데 심하면 디스크 탈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항공·운수·정밀산업, 건축현장 등 산업계 피해도 우려된다. 2002년 3월엔 황사로 반도체와 항공기 등 정밀기계가 오류를 일으키고, 반도체 관련 부품의 불량품이 늘어나기도 했다. 황사가 시야를 가리면서 항공, 운수 등의 사고 발생 위험성도 커진다.

◇“외출 땐 마스크·안경 착용…물 자주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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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최근 황사 발생일수 [email protected]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엔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긴소매 옷과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과 ‘KF94’가 표시돼 있는데 이는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각 80%와 94%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눈이 따갑거나 이물감이 느껴질 땐 눈을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이나 세안액을 사용해야 한다. 외출 후 손발을 깨끗하게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것은 필수다.

 화장은 하는 편이 좋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다만 작은 먼지들이 모공을 막아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으니 외출 후 꼼꼼하게 세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해야 할 땐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며 “세탁을 하면 모양이 변형돼 기능을 유지할 수 없고 오히려 먼지나 세균에 오염될 수 있어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물은 자주 마셔야 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음식으로 폐 건강과 중금속 배출에 도움을 주는 고등어, 해조류, 배, 미나리 등이 있다. 한의학계에선 도라지와 오미자 등 기관지에 좋은 한방차를 추천한다. 삼겹살이 황사를 씻어낸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의학계는 돼지기름이 황사와 미세먼지를 오히려 체내로 흡수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사에 노출된 채소와 과일 등 농수산물은 충분히 씻은 뒤 먹고 음식을 조리할 때에도 손을 깨끗이 씻는 등 2차 오염을 방지해야 한다.

 황사철에는 차량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차량 내부로 들어와 고장을 일으키거나 운전자 건강도 위협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황사철에는 자동차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막아주기 위해 일종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그 기능을 하는 것이 에어컨·히터 필터”라며 “미세먼지 제거 효율, 향균 효과, 탈취 효과, 유해가스 제거 효율 등을 꼼꼼하게 따져 6개월 또는 1만㎞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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