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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숙박의 민낯… 타이완 에어BNB "친척이라고 둘러대라"

등록 2016-03-28 09:18:35   최종수정 2016-12-28 16: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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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뉴시스】이예슬 기자 = # "에어비앤비(Airbnb·숙박공유서비스)에 적힌 주소대로 찾아 왔는데 집이 아니라 카센터야. 우리 돈 날린 거 아냐?"  

 반나절 먼저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한 친구에게서 온 메신저에 한국에 있던 A씨는 충격에 빠졌다. 4박에 100만원이 넘는 돈을 결제했고, 일행은 이미 현지에 도착했는데 예약한 숙소가 없다니 암담했다.

 결제를 하고 난 뒤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위해 몇 차례 연락을 했을 때도 잘 연결이 되지 않았는데 '그 때 그냥 취소했어야 했나 보다'하고 A씨는 몇 번을 자책했다. 현지에 있는 친구는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두 시간 넘게 거리를 헤맸다고 한다. 집주인이 올려 놓은 다른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현지인에게 전화기를 빌려 여러 번 연락해 봤지만 무소식이었다.

 A씨는 에어비앤비에 연락을 취했다. 출발 전 플랫폼 자체 메신저론 연락이 안 돼 대신 연락을 부탁했을 때 메일만 보내놓고 몇 시간을 기다린 에어비앤비였다. 현장에서도 24시간 돌아간다는 콜센터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A씨가 직접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 주소를 알아낸 후 숙소에 체크인했을 때 그제서야 콜센터는 집주인과 통화가 됐다. 비행기로 두 시간을 거리에 있었던 A씨보다 한 발 늦은 것이다.

 왜 거짓 주소를 올렸느냐는 A씨의 질책에 호스트는 "정부에서 암행을 나올까봐 그랬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됐냐고 물어보면 친구나 친척이라고 둘러대라"고 했다. 불법숙박이란 얘기다.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불법을 걸러내진 못했다.

 A씨와 친구들은 묵고 있는 동안에도 갖가지 불편함으로 호스트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해코지를 할까 우려돼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에어비앤비 투숙객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집주인에게 감금된 후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사가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집에서 숙박하는 것은 불법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엉겁결에 불법숙박을 하게 된 A씨는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이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숙박업소가 아닌 '현지인의 집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라는 매력적 여행 행태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숙박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그러나 '복불복'이니 조심하라는 수많은 누리꾼들의 조언처럼 매력적 여행을 하기 위해 A씨가 치러야 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A씨는 "요즘 유행한다고 하길래 너무 쉽게 생각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에어비앤비는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세계서 가장 주목받는 신생기업 '에어비앤비'…헛점도 존재

 공유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소유의 개념이 아닌 가진 것을 나누는 경제를 현실화한다는 점에서 신성장 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 격인 에어비앤비는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창업한지 10년도 안 돼 세계 1위 호텔 체인인 힐튼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부동산 하나 없이도 플랫폼을 이용해 집주인이 남는 방을 빌려주고 여행자가 숙박을 해결하게 하는 창의적 방식으로 세계 190여개 국가에서 200만개의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에서 에어비앤비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동행하며 사세를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식 숙박업체와 비교해 변수가 많다는 점과 각종 범죄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꾸준히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집주인에게 감금 및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몰카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심각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이상징후를 체크할 수 있도록 전세계 250여명 이상이 '신뢰와 안전'팀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24시간 콜센터와 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민박업 신설…한국판 에어비앤비 대비해야

 이 같은 일은 비단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공유경제가 우리 사회 안으로도 한층 가까이 다가온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부작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공유민박업을 신설해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투자활성화대책을 대통령이 주재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확정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숙박업 등록·신고 없이 주택을 숙박서비스에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앞으론 주택을 1년 중 120일 동안 내·외국인에게 모두 빌려줄 수 있다. 120일이라는 제한을 둔 이유는 호텔업 등 기존 산업과의 이해상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부산·제주·강원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우선 시행된다.

 다만 120일이라는 영업일수가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를 지키지 않고 불법영업을 해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챌 방법이 없고 일일히 단속할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유민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불법숙박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세나 월세 등 임대를 하는것보다 관광객에게 방을 빌려주는 것이 수익이 더 크다보니 일부 도시에선 주거안정에 빨간 불이 켜지기도 했다. 한 달 월세를 받는 것보다 열흘 동안 관광객에게 방을 제공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 크다면 도시 거주자들은 지낼 공간을 구하지 못하고 방값도 치솟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의 탄생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선 숙박공유를 연 90일로 제한하고 있다.

 숙박업의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업계에선 고급호텔을 원하는 이들과 현지인의 집에 묵고 싶어하는 고객은 아예 다른 시장 수요라고 말하지만 숙박업체의 공급이 넘쳐나는 지역의 경우라면 숙박공유라는 새로 나타난 선택지가 공급 폭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유경제라는 신성장 동력을 키우려다 이미 구축된 기존 질서마저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공유경제가 기존 제도와의 조화를 모색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공유경제는 경우에 따라 정부가 설정해 놓은 기존 법제도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타 경제주체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공유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규제당국과 관련 기업들 사이의 충돌은 더 커질 것"이라며 "사업자들은 사전에 규제당국자들에게 기존 규제 인프라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설명하고 비즈니스의 본질적 특성에 가장 적합한 규제로 국한시키도록 대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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