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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코리아②]백화점, 이제 구경하는 곳…"쇼루밍족을 잡아라"

등록 2016-03-29 13:40:12   최종수정 2016-12-28 16: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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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1.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황지연(37·여)씨는 집근처 백화점을 자주 찾는다. 황씨는 백화점에서 사고 싶은 물건의 브랜드명과 제품명 등을 노트나 핸드폰에 꼭 기입해놓는다. 3~4시간 동안 황씨가 백화점에서 사용한 돈은 커피값 4000여원에 불과하다. 황씨는 백화점에서 본 물건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찾아본 뒤 구매를 결정했다.

 최근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쇼루밍족의 소비 패턴이다. 이 같은 쇼루밍족이 많아지면서 이제 백화점은 '물건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닌 '구경을 하는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백화점은 지난 19세기 처음 종합양판점으로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지금까지 각 국가에서 대표적인 판매 채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모바일 쇼핑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그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눈을 돌려 해외를 살펴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번화가에 위치한 129년 전통의 브룸앤드드레스만 백화점은 매출 역신장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했다. 동시에 문을 닫은 지점만 63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국내 백화점들은 지난 2013년 29조8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2014년 29조3230억원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해는 29조2020억원으로 줄었다.

 백화점 빅3로 불리는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해 모두 역신장을 기록했다. 매출도 줄어들고 성장률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이 같은 매출 감소는 내수경기 불황, 고객들의 구매단가 감소, 구매채널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장기 불황에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백화점 업계로서는 악재다.

 가치소비를 통해 소비자는 스스로 부여한 주관적인 가치 순위에 따라 만족도가 높은 상품은 과감하게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상품의 소비는 줄이게 된다.

 가치소비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같은 옷을 사더라도 비슷한 모양의 다른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면 굳이 특정 제조업체 물건을 사지 않는 패턴의 구매를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자 백화점들은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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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들이 가장 먼저 추진하는 전략은 옴니채널 강화다.  

 '모든'을 뜻하는 옴니(Omni)와 제품의 유통경로를 의미하는 채널(channel)의 합성어다. 온·오프라인·모바일 등으로 구분 돼 있는 모든 쇼핑채널을 고객들이 하나의 매장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온·오프라인 복합 서비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백화점 빅3는 이미 옴니채널 구축을 끝냈다.

 또 대형 할인행사 시작일을 기존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하루 앞당겨 진행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소비 패턴에 맞추기 위한 백화점 측의 변화다.

 과거 백화점들은 47년동안 세일의 첫 날을 금요일로 고수해왔지만 최근 주 5일제 근무제가 많아짐에 따라 고객들의 생활패턴에 백화점이 맞춘 것이다.

 특히 체험형 매장도 대폭 확대한 것도 최근 백화점들의 자구책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 손뜨개질을 배울 수 있는 '플레이울', 가죽공방 '토글', 제빵재료 판매와 빵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브레드가든' 등이 대표적이다.

 세일 기간에도 백화점 업계 측에서는 온라인에서 볼 수 없는 품목에 대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집객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와관련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들은 지난해부터 옴니채널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 패턴이 변화된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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