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한반도는 안전한가②]판 이동·활성단층…지진 왜 일어나나?
지진이 일어나는 분명한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학계는 판이 어떤 힘 때문에 움직이는 과정에서 다른 판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지표를 흔들 때 일어나거나 어떤 힘이 판을 파괴할 때 그 안에 저장돼 있던 에너지가 급격히 방출하면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판은 지하 약 100㎞까지의 단단한 암석권 조각을 말한다. 지구의 거대한 산맥과 해저 대륙붕은 모두 판의 이동에 따른 충돌이나 균열로 만들어졌다. 17일 진도 7.8 규모로 발생한 남미 에콰도르 지진은 나스카판이 코코스판의 밑을 파고든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2004년 12월 26일 남아시아에서 30만 명을 희생시킨 진도 9.1 규모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은 유라시아판과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이 충돌해 일어났고, 일본 미야기현을 강타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진도 9.0의 동일본대지진은 필리핀판과 태평양판의 힘겨루기 탓으로 결론 났다. 판과 판의 충돌뿐만 아니다. 안정적인 유라시아판에 있는 중국 쓰촨성에서 2008년 5월12일 일어난 대지진은 판 내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에너지가 분출해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활성단층(Capable Fault)'이다.
학계에서는 활성단층이 지진의 진앙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단층이 살아있으면 균열 면의 움직임에 따라 땅이 꺼지고 흔들리는 지진이 일어나거나 사람이 잘 느끼지 못하는 흔들림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14일과 16일 각각 리히터 진도 6.5, 7.3 규모로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 지진의 원인으로 일부 학자는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을 꼽지만, 다른 학자는 활성단층이 일으킨 내륙형 지진으로 보고 있다. 활성단층의 기준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원전 부지 선정 시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US NRC) 기준을 따르고 있다. 기준에 의하면 활성단층은 지금부터 3만5000년 전 이내 1회, 또는 50만 년 전 이내 2회 활동했던 단층이다.
2011년 정부 조사 결과, 한반도에 활성단층 50여 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2000여 개가 분포하는 일본보다는 확실히 적은 것이어서 그만큼 지진 발생 위험성이 낮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만 이 조사가 주로 원전이 자리한 경남과 울산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국내 인구와 산업의 70%를 점유하는 수도권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지헌철 지질연구소 센터장은 "중급 이상 지진의 경우 활성단층의 운동에서 일어나므로 활성단층 조사를 통해 지진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는 땅에 작용하는 힘인 응력이 작은 데다 단층이 길게 이어진 일본과 달리 수 ㎞밖에 안 되는 짧은 것들이어서 응력이 쌓여도 깨지지 않아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